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홍명보 후임으로 이민성을 떠올려봤더니, 차악이라는 말이 꽤 불편했다

Last Updated :
홍명보 후임으로 이민성을 떠올려봤더니, 차악이라는 말이 꽤 불편했다

얼마 전 축구 팬들 사이에서 홍명보 후임 후보 이야기가 도는 걸 보다가, 이민성이라는 이름에서 손이 잠깐 멈췄다. 화려한 우승 커리어를 앞세우는 감독도 아니고, 여론을 단번에 잠재울 만한 스타 지도자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냥 넘기기엔 기록이 꽤 복잡하다. 좋은 선택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무작정 나쁜 선택이라고 자르기도 어렵다.

이민성 이름이 나올 때 팬들이 먼저 보는 것

이민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1997년 도쿄 원정 일본전 결승골 같은 선수 시절 장면이다. 하지만 감독 후보로 평가할 때는 그 기억보다 대전하나시티즌 시절을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그는 2021년부터 2024년 5월까지 대전을 맡았고,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1 승격을 만들어냈다. 이건 작은 성과가 아니다.

당시 대전은 투자 규모가 커진 팀이었지만, K리그2에서 돈만 쓴다고 바로 올라가는 구조는 아니다. 40경기 넘는 긴 시즌, 플레이오프 압박, 승격 이후 잔류 부담까지 버텨야 한다. 이민성 체제의 대전은 2022년 승격에 성공했고, 2023년 K리그1 복귀 첫해를 버텼다. 여기까지는 분명히 플러스다.

그런데 2024년 초반 흐름은 반대로 강한 물음표를 남겼다. 대전은 시즌 초반 최하위권으로 밀렸고, 이민성은 5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승격 감독이라는 점과 위기 국면에서 해답을 빨리 찾지 못했다는 점이 동시에 남아 있는 셈이다. 그래서 팬들이 “차악의 선택일까”라고 묻는 것도 이해된다.

홍명보 이후라는 기준은 생각보다 높다

홍명보가 남긴 기준은 단순히 이름값이 아니다. 울산에서 2022년, 2023년 연속 리그 우승을 만들었고, 팀의 체급을 우승 후보에서 실제 우승팀으로 바꿨다. 물론 대표팀 선임 과정이나 여론 문제는 별개로 뜨거웠지만, 클럽 지도자로 남긴 숫자만 놓고 보면 기준선이 높다.

후임은 전술만 잘 짜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 이미 기대치가 올라간 팬층, 결과를 요구하는 협회나 구단, 베테랑과 젊은 선수 사이의 균형, 그리고 매 경기 따라붙는 비교까지 견뎌야 한다. 홍명보 이후의 자리는 늘 “전임자보다 무엇이 나은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이민성은 강렬한 답을 주는 후보는 아니다.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도 아니고, 국제대회에서 검증된 1인자 경력이 두껍지도 않다. 다만 현장형 지도자라는 장점은 있다. 대전에서 승격과 잔류를 경험했고, U-23 대표팀 코치진 경력도 있어 어린 선수들과의 호흡에는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차악이라는 표현이 놓치는 기록의 맥락

솔직히 “차악”이라는 말은 팬들의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최고의 선택은 아닌데, 더 위험한 후보들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뉘앙스다. 하지만 감독 평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같은 감독도 맡는 팀의 목표, 선수단 구성, 계약 기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인다.

  •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면: 선수단 장악력과 분위기 회복 능력이 중요하다.
  • 장기 프로젝트라면: 전술 철학, 유소년 연결, 세대교체 설계가 더 중요하다.
  • 우승권 팀이라면: 상대가 내려앉았을 때 깨는 공격 패턴이 필요하다.
  • 중위권 팀이라면: 승점 관리와 실점 억제가 현실적인 무기가 된다.

이민성의 장점은 팀을 아주 밑바닥에서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 대전에서 승격을 만든 경험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반대로 이미 높은 완성도를 가진 팀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 우승 경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능력은 아직 더 보여줘야 한다. 팬들이 불안해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다.

전술적으로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민성의 대전은 공격적인 색채가 없던 팀은 아니었다.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측면 속도와 외국인 공격수 활용으로 흐름을 바꾸는 장면도 있었다. 2023년 승격팀 대전이 초반에 꽤 재미있는 경기를 했던 이유도 전환 속도와 과감한 전진성에 있었다.

다만 강팀을 맡았을 때 필요한 건 재미있는 10분이 아니라, 막힌 80분을 푸는 반복 가능한 구조다. 상대가 라인을 내리고 중앙을 닫았을 때 풀백, 2선, 스트라이커가 어떤 약속으로 공간을 만드는지. 실점 이후 다시 경기 템포를 가져오는 장치가 있는지. 이런 부분은 아직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반대로 대표팀이나 연령별 대표팀처럼 훈련 시간이 짧은 환경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복잡한 전술보다 선수단 분위기, 명확한 역할 부여, 빠른 동기부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민성은 선수 출신으로서 라커룸 언어를 알고, 큰 경기의 긴장감도 경험했다. 이건 숫자로 잘 안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꽤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이민성 카드는 어떻게 봐야 하나

내 기준에서 이민성은 “팬들이 환호할 1순위 카드”라기보다는 “위험과 장점이 같이 보이는 현실형 카드”에 가깝다. 승격 경험은 분명 자산이고, 한국 축구 내부 사정을 아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홍명보 이후의 무게를 감당하려면 선임 명분이 훨씬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국내 지도자라서, 소통이 편해서, 과거 대표팀 이미지가 있어서라는 이유라면 설득력이 약하다. 반대로 어떤 선수층을 중심으로 팀을 바꿀지, 어떤 압박 강도와 빌드업 구조를 가져갈지, 성적 기준을 몇 경기 단위로 볼지까지 제시된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팬들은 이름보다 흐름을 본다. 그리고 요즘 팬들은 생각보다 숫자에 민감하다. 승률, 득실, 기대 득점, 실점 패턴, 교체 이후 득점 같은 지표가 금방 공유된다. 이민성이 정말 홍명보 후임 후보로 논의된다면, 필요한 건 “믿어달라”가 아니라 “왜 이 감독이어야 하는가”를 기록과 계획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차악이라는 딱지를 떼려면 결국 벤치 위에서 숫자로 말해야 한다.

홍명보 후임으로 이민성을 떠올려봤더니, 차악이라는 말이 꽤 불편했다 - 요약
홍명보 후임으로 이민성을 떠올려봤더니, 차악이라는 말이 꽤 불편했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4825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