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왓슨을 따라가 봤더니, 28세 마이너리거의 숫자가 꽤 말을 걸었다

숫자보다 먼저 보인 건 늦은 커브였다
얼마 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톨리도 머드헨스 기록을 훑다가 트로이 왓슨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특급 유망주도 아니고, 이미 빅리그 데뷔를 한 스타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선수일수록 기록을 보면 더 재미있다. 성적표에 화려한 형광펜은 없는데, 줄 사이에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트로이 왓슨은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15라운드에서 뽑은 우완 투수다. 대학은 노던 콜로라도. 드래프트 순위만 놓고 보면 ‘언젠가 터질 수도 있는 프로젝트형 팔’에 가까웠다. 그런데 커리어 초반 흐름은 매끄럽지 않았다. 2020년 마이너리그 시즌이 통째로 사라졌고, 2021년에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까지 겪었다. 사실 투수에게 이 조합은 꽤 잔인하다. 던져야 성장하는 시기에 공백이 길어졌고,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할 때 이미 나이는 2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왓슨의 기록은 완전히 꺼진 그래프가 아니다. 2022년 하위 싱글A에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고, 이후 더 높은 레벨에서는 볼넷과 피홈런 문제에 부딪혔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나온다. 단순히 ‘제구가 안 된다’로 끝낼 투수가 아니라, 구종별로 보면 꽤 쓸 만한 무기가 여럿 보인다는 점이다.
토론토에서 디트로이트로, 바뀐 건 유니폼만이 아니었다
왓슨은 2024년 8월 현금 트레이드로 타이거스 조직에 합류했다. 겉으로 보면 흔한 마이너리그 뎁스 보강처럼 보인다. 근데 디트로이트가 이런 투수를 그냥 숫자 채우기로만 봤을 가능성은 낮다. 타이거스는 최근 몇 년간 투수의 구종 설계와 역할 전환에서 꽤 뚜렷한 색깔을 보여준 팀이고, 왓슨에게도 그 접근이 어울렸다.
2025년에는 변화가 더 선명했다. 더블A에서 불펜 역할을 맡기며 짧은 이닝에 힘을 모으게 했고, 이후 다시 선발 쪽으로 조금씩 늘려갔다. 이 과정에서 볼넷 비율이 내려갔고, 트리플A 톨리도에서는 ABS 스트라이크존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 이전까지 상위 레벨에서 10%를 넘나들던 볼넷 문제가 7%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점은 작지 않다. 투수에게 구위가 있어도 카운트를 망치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왓슨은 적어도 그 문턱을 다시 넘기 시작했다.
- 201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15라운드 지명
- 2021년: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 2024년 8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조직 합류
- 2025년: 불펜 전환과 선발 재조정 속 제구 개선
- 2026년: 마이너리그 계약과 스프링캠프 초청으로 재도전
왓슨의 진짜 매력은 패스트볼이 아니라 옆길에 있다
솔직히 왓슨을 볼 때 포심 패스트볼부터 기대하면 조금 싱거울 수 있다. 평균 구속은 94~95마일 근처로 충분히 빠르지만, 무브먼트나 익스텐션에서 확실히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다. 그래서 가운데로 몰리면 맞는다. 이건 상위 레벨 타자들이 가장 잘 잡아내는 약점이다.
그런데 보조 구종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5년 톨리도 기준으로 커터는 평균 87.3마일, 상대 wOBA .144, 헛스윙률 30.8%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보조 구종이 아니라 경기 운영의 중심으로 볼 만하다. 스위퍼도 평균 82.6마일, 회전수 2723rpm, 헛스윙률 37.2%로 눈에 띄었다. 여기에 체인지업은 사용 비율이 높지 않았지만 헛스윙률 41%, 상대 wOBA .093이라는 숫자를 남겼다.
이 조합을 보면 왓슨은 전통적인 ‘포심으로 존을 찌르고 변화구로 끝내는 선발’이라기보다, 커터와 스위퍼로 배트를 흔들고 체인지업으로 좌타자 타이밍을 뺏는 투수에 가깝다. 문제는 이 무기들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던지느냐다. 좋은 날에는 타자가 계속 늦고, 빠르고, 헛친다. 나쁜 날에는 스위퍼가 몰리고 포심이 평범해지면서 장타 위험이 커진다.
2026년 톨리도 등판에서 보인 신호
2026년 초여름 기록도 꽤 흥미롭다. 6월 3일 아이오와전에서는 3.2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6월 16일 로체스터전에서는 5이닝 1피안타 무볼넷 3탈삼진 무실점. 7월 초 아이오와전에서는 5이닝을 던지며 1실점으로 버텼다. 탈삼진이 폭발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실점을 억제하고 볼넷을 줄인 흐름이 이어졌다.
이런 경기들은 왓슨의 현재 가치를 잘 보여준다. 압도적인 에이스형 선발이라기보다는, 팀이 필요할 때 이닝을 먹어주고, 구종 조합이 맞아떨어지면 빅리그 타자에게도 불편한 타석을 만들 수 있는 투수다. 특히 불펜으로 간다면 포심 노출을 줄이고 커터·스위퍼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게 오히려 왓슨에게 더 현실적인 빅리그 입구일 수 있다.
28세 미데뷔 투수라는 꼬리표를 어떻게 볼까
28세에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가 없다는 사실은 냉정하게 무겁다. 야구계에서 나이는 언제나 평가표 한쪽에 적힌다. 하지만 왓슨의 경우에는 숫자만으로 재단하기 조금 애매하다. 2020년 시즌 취소, 2021년 수술, 재활과 적응기를 생각하면 정상적인 성장 곡선을 그대로 밟은 투수는 아니었다.
타이거스가 2026년을 앞두고 그를 다시 잡은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마이너리그 계약이지만 스프링캠프 초청이 붙었고, 빅리그 로스터에 들면 12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조건도 알려졌다. 구단 입장에서는 큰돈을 건 승부수라기보다, 이미 갖고 있는 구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계산된 복권에 가깝다.
팬 입장에서는 이런 선수가 꽤 좋다. 박스스코어 맨 위에 크게 뜨는 이름은 아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따라가다 보면 ‘이 구종은 진짜 통할까’, ‘선발보다 불펜이 맞지 않을까’, ‘포심을 얼마나 숨길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 생긴다. 스포츠 기록을 보는 재미가 딱 여기 있다. 승패만 보면 지나칠 이름인데, 구종별 수치와 커리어 흐름을 겹쳐 보면 왓슨은 아직 닫힌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왓슨이 빅리그에서 오래 버틸지보다, 디트로이트가 그의 커터와 스위퍼를 어떤 역할 안에 넣어볼지가 더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