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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페덱을 다시 찾아봤더니, 신인왕 후보보다 더 복잡한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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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페덱을 다시 찾아봤더니, 신인왕 후보보다 더 복잡한 투수였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쉬운 투수처럼 보였다

얼마 전 크리스 페덱 기록을 다시 넘겨보다가, 2019년 샌디에이고 시절 화면이 떠올랐다. 그때 페덱은 별명이 먼저 들어오는 투수였다. ‘더 셰리프’라는 캐릭터도 강했고, 마운드 위 표정도 선명했다. 그런데 기록을 다시 보면 더 재미있다. 화려한 이미지보다 훨씬 섬세하고, 또 꽤 냉정한 숫자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페덱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26경기 선발, 140.2이닝, 9승 7패, 평균자책점 3.33을 찍었다. 삼진은 153개, 볼넷은 31개였다. 신인 투수에게 제일 먼저 보는 게 구위냐, 제구냐를 따진다면 페덱은 둘 사이의 균형이 꽤 좋았다. 특히 WHIP 0.98대라는 숫자는 그냥 운으로 나오기 어렵다. 주자를 적게 내보냈고, 타자와의 승부를 길게 끌지 않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페덱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만 잘 던져도 선발로 먹힌다’는 단순한 문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런 투수에게 금방 숙제를 낸다. 두 구종 중심의 투수는 처음엔 낯설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한다. 페덱의 진짜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 시작됐다.

숫자가 말해주는 첫 번째 변화

페덱의 장점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2019년 153탈삼진-31볼넷 비율은 정말 예쁘다. 볼넷을 남발하는 젊은 투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2020년 평균자책점은 4.73, 2021년은 5.07까지 올라갔다. 표면 기록만 보면 퇴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리그가 페덱의 패턴을 파악해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페덱의 체인지업은 좋은 날엔 오른손 투수의 왼손 타자 상대 무기처럼 보였다. 패스트볼과 같은 팔 스윙에서 속도 차를 만들고, 타자의 배트를 앞에서 돌게 했다. 문제는 패스트볼이 존 안에서 너무 정직하게 들어가는 날이었다. 체인지업이 아무리 좋아도 직구를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으면 타자는 기다릴 수 있다. 그 순간 투수의 장점은 반쪽짜리가 된다.

  • 2019년: 140.2이닝, 평균자책점 3.33, 153탈삼진
  • 2020년: 단축 시즌 속 평균자책점 4.73
  • 2021년: 평균자책점 5.07, 피안타와 장타 부담 증가

근데 이 흐름을 실패라고만 부르긴 어렵다. 신인 때 강렬했던 투수가 2년 차, 3년 차에 흔들리는 건 흔한 패턴이다. 오히려 페덱은 그 흔들림이 꽤 극단적으로 보였던 선수다. 기대치가 워낙 빨리 올라갔고, 첫해의 숫자가 너무 깔끔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이적과 두 번째 수술의 무게

2022년 페덱은 미네소타 트윈스로 향했다. 샌디에이고가 테일러 로저스 등을 얻는 트레이드였고, 미네소타는 페덱에게 선발 깊이를 기대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몇 경기 뒤 팔꿈치 문제가 다시 찾아왔다. 그는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이건 커리어의 방향을 크게 바꾼 사건이었다.

토미 존 수술을 한 번 겪은 투수도 복귀가 쉽지 않은데, 페덱은 프로 초반인 2016년에도 팔꿈치 수술 이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기록을 볼 때 단순히 평균자책점만 놓고 평가하면 놓치는 게 많다. 공 하나하나에 몸의 이력이 따라붙는다. 구속 회복, 커맨드, 이닝 소화, 회전수, 릴리스 포인트까지 전부 다시 맞춰야 한다.

2024년 미네소타에서 그는 17경기 모두 선발로 나와 88.1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4.99를 기록했다. 압도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도 선발 로테이션에 다시 들어왔다는 점은 작지 않았다. 부상 복귀 투수에게 88이닝은 단순한 누적이 아니라 몸이 다시 시즌의 리듬을 견뎠다는 증거에 가깝다.

2025년 이후, 선발과 벌크 사이의 현실

2025년 페덱은 다시 이동했다. 미네소타에서 21경기 선발, 111이닝, 3승 9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한 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트레이드됐다. 이때 숫자가 묘하다. 111이닝을 던졌다는 건 팀이 그를 계속 선발 자원으로 썼다는 뜻이다. 그런데 4점대 후반 평균자책점과 85탈삼진은 리그 평균 선발 이상을 기대하기엔 애매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12경기, 그중 7경기 선발로 나와 47이닝 평균자책점 6.32에 그쳤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옮겨가는 장면도 있었다. 다만 2025년 9월 뉴욕 양키스전에서 3이닝을 막고 데뷔 첫 세이브를 따낸 장면은 꽤 상징적이었다. 페덱은 더 이상 ‘미래의 에이스 후보’라는 한 줄짜리 설명으로 담기지 않았다. 필요하면 긴 이닝을 먹고, 상황에 따라 벌크 릴리버가 되는 투수로 바뀌고 있었다.

2026년에는 마이애미에서 다시 기회를 받았지만 7경기, 0승 5패, 평균자책점 7점대 중반으로 흔들렸다. 이후 텍사스에서 6월 말 클리블랜드전 벌크 역할로 4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곧바로 로스터 변동을 겪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의 페덱은 안정적인 선발 보장 자원이라기보다, 팀 사정과 매치업에 따라 쓰임새를 찾는 투수에 가깝다.

그래도 페덱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

크리스 페덱이 흥미로운 건, 그의 커리어가 기대와 현실의 간격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9년의 그는 너무 깔끔했다. 볼넷을 줄이고,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만들고, 신인답지 않게 카운트를 운영했다. 그런데 이후의 그는 리그 적응, 부상, 수술, 구종 한계, 로스터 경쟁을 모두 통과해야 했다.

스포츠 기록을 보다 보면 숫자가 선수를 차갑게 밀어내는 순간이 있다. 평균자책점 6점대, DFA, 불펜 이동 같은 단어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페덱의 경우엔 그 숫자 뒤에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붙는다. 예전처럼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만으로 타자를 압도하긴 어렵다. 대신 존 안에서 승부할 수 있는 제구, 짧은 구간에서의 효율, 벌크 이닝 소화 능력은 여전히 팀들이 한 번쯤 확인하고 싶은 요소다.

솔직히 페덱을 볼 때마다 2019년의 반짝임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더 눈에 들어오는 건 그 다음의 버티는 시간이다. 신인왕 후보급 출발보다 긴 커리어를 만드는 건 훨씬 어렵고, 페덱은 그 어려운 구간을 온몸으로 지나온 투수다. 그래서 그의 다음 등판이 에이스의 귀환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기록표 한 줄은 계속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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