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은 임의해지 소식 뒤에 남은 도로공사의 숫자를 따라가 봤더니

이름 하나가 공시표에 뜨면 팬들은 흐름부터 본다
얼마 전 한국도로공사 선수 등록 흐름을 보다가 이예은의 임의해지 소식을 다시 보게 됐다. 사실 이런 공시는 짧다. 이름, 구단, 신분 변화 정도만 남는다. 그런데 팬 입장에서는 그 한 줄이 꽤 길게 느껴진다. 특히 이예은처럼 짧은 출전 안에서도 장면을 남긴 선수라면 더 그렇다.
이예은은 2004년생 아웃사이드 히터다. 발리박스 기준 신장 175cm,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록돼 있고, 한국도로공사에는 2022-23시즌부터 이름을 올렸다. 2025-26시즌 등록 명단에서도 등번호 21번, 보수 총액 5천만 원으로 확인됐다. 큰돈을 받는 주전급 선수는 아니었지만, 팀 안에서는 분명히 ‘쓸 수 있는 카드’로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26-27시즌 선수 등록 흐름을 보면 도로공사는 1차 등록 기준 여자부에서 13명을 등록했다. 직전 시즌까지 14명 안팎의 로스터를 꾸렸던 팀이었고, 여기에 임의해지 공시가 이어지면 단순히 선수 한 명이 빠졌다는 것보다 윙 뎁스와 교체 카드 운용을 같이 봐야 한다.
이예은을 기억하게 만든 장면은 챔프전이었다
이예은의 이름이 팬들 머리에 박힌 건 2022-23시즌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정규리그 출전이 많지 않았던 신인이 큰 경기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와 흐름을 흔들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챔프 3차전에서 서브 에이스 3개를 기록했다. 배구에서 서브 에이스 3개는 단순한 3점이 아니다.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고, 세터의 선택지를 줄이고, 블로커가 한 박자 빨리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점수다.
특히 도로공사는 그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극적인 흐름을 만들었던 팀이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버티는 가운데 어린 선수가 짧게 들어와 세트의 공기를 바꿨다는 건 꽤 상징적이었다. 솔직히 팬들이 백업 선수에게 오래 기대를 거는 순간은 대부분 이런 장면에서 시작된다. 출전 시간은 적어도 ‘저 장면을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억이 남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에서는 장면 하나만으로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격, 리시브, 수비 전환, 서브까지 모두 봐야 하는 자리다. 175cm라는 신장은 국내 윙 자원 안에서 아주 작은 편은 아니지만, 높은 타점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면 리시브 안정성이나 서브의 날카로움, 수비 집중력 같은 영역에서 확실한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도로공사의 2025-26시즌은 강했고, 그래서 더 좁았다
2025-26시즌 도로공사는 팀 전체로 보면 성공한 시즌이었다. 2026년 3월 13일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8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당시 2위 현대건설과 승점 4차를 만들며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1위를 굳혔다. 팀이 강했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어린 백업 입장에서는 출전 기회가 더 좁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시즌 도로공사 윙 라인을 보면 강소휘, 타나차, 전새얀, 김세인 같은 이름이 있었다. 여기에 문정원처럼 리시브와 수비에서 존재감이 큰 베테랑까지 버틴다.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는 단순히 공격력만으로 뚫기 어렵다. 강팀일수록 감독은 안정적인 리시브 라인을 선호하고, 한두 점 차 승부에서는 검증된 선택을 더 많이 한다.
이예은에게 아쉬운 지점은 바로 여기다. 팬들은 챔프전 서브를 기억하지만, 시즌 전체 운용에서는 긴 랠리 안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더 크게 작동한다. 서브 한 방은 강력한 무기지만, 윙 공격수로 살아남으려면 리시브 효율, 디그 후 전환, 하이볼 처리 같은 반복 기록이 쌓여야 한다.
임의해지는 은퇴와 다르게 읽어야 한다
임의해지라는 단어는 팬들에게 늘 차갑게 들린다. 하지만 곧바로 은퇴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흐름을 놓칠 수 있다. V리그에서 임의해지 선수는 일정 기간 이후 복귀가 가능하지만, 공시 후 일정 기간 안에는 원소속 구단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남는다. 과거 연합뉴스 보도에서도 임의해지 선수는 공시 한 달 뒤 복귀가 가능하고, 공시일 기준 3년 안에는 당시 소속팀과 계약해야 한다는 규정 맥락이 설명된 바 있다.
그래서 이예은의 임의해지는 ‘프로 커리어가 끝났다’보다 ‘도로공사 안에서 당장 이어질 자리가 멈췄다’에 가깝게 읽는 편이 맞다. 물론 선수 개인 사정, 구단 로스터 계획, 출전 기회, 몸 상태 같은 요소는 밖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팬이 볼 수 있는 건 공시와 기록, 그리고 코트에 남은 장면뿐이다.
- 2004년생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나이는 아직 젊다.
- 챔프전 원포인트 서버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경험이 있다.
- 도로공사는 2025-26시즌 정규리그 1위 팀이라 경쟁 밀도가 높았다.
- 윙 포지션은 공격보다 리시브와 반복 안정성이 더 냉정하게 평가된다.
숫자 뒤에 남은 건 ‘기회 비용’이었다
이예은 임의해지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은 단순히 좋아했던 선수가 떠나서가 아니다. 챔프전에서 서브 에이스 3개를 꽂았던 선수에게 정규시즌 안에서 더 긴 실험 시간이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강팀의 로스터는 늘 효율적이지만, 그 효율성 안에서 어린 선수의 시행착오는 자주 밀린다.
도로공사 입장에서도 이해는 된다. 강소휘 같은 확실한 에이스, 배유나 같은 중심축, 문정원 같은 수비 자산을 가진 팀은 매 시즌 우승권을 보고 움직인다. 그런 팀에서 백업 윙이 자리를 얻으려면 한 가지 장점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브가 좋으면 리시브에서도 버텨야 하고, 리시브가 흔들리면 후위 수비나 연결에서 만회해야 한다. 냉정한 프로의 계산이다.
그래도 팬의 기억은 숫자표보다 조금 더 오래 간다. 이예은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나는 여전히 큰 경기에서 겁 없이 서브를 때리던 어린 선수의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임의해지 공시는 짧지만, 그 선수가 남긴 장면까지 짧아지는 건 아니다. 언젠가 다시 코트에서 공을 잡는다면, 그때는 단발성 장면이 아니라 한 시즌을 버티는 기록으로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참고 자료: 머니투데이 2026년 3월 13일 도로공사 정규리그 1위 보도, 서울신문 2023년 4월 3일 이예은 챔프전 보도, 스포츠타임스 2026-27 선수등록 현황, 연합뉴스 임의해지 규정 설명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