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8회를 다시 봤더니, LG와 한화의 4-4가 14-4로 바뀐 진짜 이야기

잠깐 채널을 돌린 사이 경기가 다른 얼굴이 됐다
얼마 전부터 LG 트윈스 경기를 볼 때마다 점수보다 먼저 이닝 흐름을 보게 된다. 2026년 07월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역시 그랬다. 최종 스코어는 한화 14-4 LG. 숫자만 보면 일방적인 대패처럼 보이지만, 사실 8회초까지만 해도 이 경기는 4-4 동점이었다.
스코어보드는 꽤 극적이었다. LG는 1회부터 6회까지 0점으로 묶였고, 한화는 1회 1점, 4회 3점으로 4-0을 만들었다. 그런데 LG가 7회 2점, 8회 2점을 따라붙으면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지는 “LG가 힘들게 버티다가 따라잡은 경기”였다. 근데 8회말 한화가 10점을 뽑으면서 경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4-4 동점까지 만든 LG,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LG 입장에서 7회와 8회초는 분명 긍정적인 장면이었다. 7회에는 구본혁과 문성주의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오스틴 딘의 적시 2루타와 문보경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만회했다. 8회초에는 송찬의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박동원이 중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0-4에서 4-4. 경기 후반에 동점을 만드는 팀은 보통 더그아웃 공기가 달라진다.
그런데 야구는 동점까지 가는 힘과, 동점 이후를 버티는 힘이 다르다. LG는 전날 15-11로 이기며 8연패를 끊었지만, 그 경기에서도 16피안타 11실점을 허용했다. 이긴 경기였는데도 불펜과 수비 쪽 불안감이 남았다는 얘기다. 26일 경기에서 그 불안이 8회말 한꺼번에 터졌다.
- LG 득점: 7회 2점, 8회 2점
- 한화 득점: 1회 1점, 4회 3점, 8회 10점
- 최종 스코어: LG 4 - 14 한화
- 승리투수: 박상원, 패전투수: 배재준
한화의 8회말 10득점, 그냥 빅이닝이 아니었다
8회말 한화 공격은 단순히 안타 몇 개가 이어진 수준이 아니었다. 김태연의 볼넷, 이도윤의 번트 상황에서 나온 야수 선택, 박정현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다. 이어 심우준의 유격수 땅볼 때 김태연이 홈을 파고들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 장면에서 한화가 5-4로 다시 앞섰고, LG가 가장 막고 싶었던 흐름의 균열이 생겼다.
진짜 폭발은 그 다음이었다. 대타 한지윤이 LG 마무리 손주영의 시속 142km 컷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프로 데뷔 첫 홈런이 8회말 승부처의 3점포였다. 스코어는 8-4. 여기서 이미 경기의 감정선은 크게 기울었다. 그런데 한화는 멈추지 않았다. 최인호의 2루타, 문현빈의 적시타, 노시환의 시즌 21호 투런 홈런, 허인서의 우중월 솔로 홈런까지 이어졌다. 8회말에만 홈런 3개, 10득점. 4-4였던 경기가 한 이닝 뒤 14-4가 됐다.
기록을 볼 때 이런 이닝은 단순한 다득점보다 의미가 크다. 상대가 어렵게 동점을 만든 직후, 바로 다음 공격에서 대량 득점으로 되받아쳤기 때문이다. LG는 추격 에너지를 쏟아부은 직후였고, 한화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야구에서 체력보다 먼저 무너지는 게 흐름일 때가 있는데, 이날 8회말이 딱 그랬다.
짐머맨의 데뷔전도 이 경기의 밑바탕이었다
한화의 새 외국인 투수 짐머맨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KBO 데뷔전에서 4이닝 3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긴 이닝을 먹은 건 아니지만, 첫 등판이라는 조건을 생각하면 한화가 기대한 ‘경기 초반 안정감’은 충분히 보여줬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이 빠른 공보다 커맨드와 제구 쪽을 봤다고 말한 맥락과도 맞았다.
한화는 24일 LG를 8-4로 잡았고, 25일에는 난타전 끝에 11-15로 졌다. 그리고 26일 14-4 승리로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가져갔다. 시즌 전적은 44승 3무 45패, 순위는 6위. 아직 5할 승률 아래지만, 강팀 LG를 상대로 위닝을 만들었다는 점은 꽤 묵직하다. 반대로 LG는 53승 41패로 3위 자리는 지켰지만, 후반기 들어 경기력이 흔들리는 장면이 계속 쌓이고 있다.
숫자 뒤에 남은 건 LG 불펜과 한화 타선의 온도 차
솔직히 LG 팬이라면 4-4를 만든 순간 “이건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따라가는 팀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크게 무너질 때가 있다. 이날 LG는 손주영까지 조기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한화 타선의 8회 집중력을 막지 못했다. 8회말 10실점은 점수 이상의 충격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한지윤의 데뷔 첫 홈런이 팀 전체의 밤을 바꿨다. 노시환의 시즌 21호 홈런, 허인서의 연속 타자 홈런까지 붙으면서 이 경기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한화가 후반 한 이닝에 얼마나 무섭게 몰아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로 남았다. LG는 동점을 만든 과정에서 저력을 보였지만, 불펜 운영과 수비 집중력은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이 14-4는 대승과 대패라는 말보다, 8회 하나가 경기 전체의 기억을 지배한 날로 보는 게 더 맞아 보인다.
기록 참고: MyKBO Stats 경기 일정·결과, KBO 26일 프리뷰, 뉴스핌 경기 상보, 뉴시스 KBO 경기 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