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애슬레틱스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숫자로 따라가봤더니

얼마 전 박찬호 이름이 또 한 번 MLB 뉴스 한가운데에 올라온 걸 보고, 처음엔 은퇴 선수의 홍보성 행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숫자를 따라가 보니 꽤 다른 그림이었다. 박찬호가 이끄는 투자 컨소시엄 Team61이 애슬레틱스 지분 투자에 참여했고, 이 일은 한국인이 메이저리그 구단 지분을 사들인 첫 사례로 기록됐다.
선수 박찬호에서 투자자 박찬호로 넘어간 장면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다. 이 문장은 너무 자주 들려서 익숙하지만, 기록으로 보면 여전히 무겁다. 그는 MLB 17시즌 동안 124승 98패를 남겼고, 한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단순히 먼저 간 선수가 아니라, 오래 버티고 성과까지 남긴 선수였다.
이번 애슬레틱스 투자가 흥미로운 건 그 연장선에 있다. 처음엔 선수로 길을 열었고, 이번엔 구단 운영 구조 안으로 들어갔다. 박찬호는 애슬레틱스 구단주 존 피셔의 시니어 어드바이저 역할도 맡는다. 선수 육성, 아시아 전략, 구단의 지역 확장 같은 영역에서 조언하는 자리다. 이름만 올리는 투자보다 훨씬 적극적인 참여에 가깝다.
Team61의 7천만 달러, 왜 작은 숫자가 아닌가
보도에 따르면 Team61의 투자 규모는 총 7천만 달러다. 이 가운데 5천500만 달러는 이미 투자됐고, 나머지 1천500만 달러는 MLB 승인 절차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원화로는 약 1천억 원대 규모다. MLB 구단 전체 가치와 비교하면 소수 지분 투자이지만, 한국 야구 인물과 한국계 네트워크가 직접 구단 지분 구조에 들어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Team61이라는 이름도 그냥 붙인 게 아니다. 61번은 박찬호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다. 컨소시엄에는 박찬호뿐 아니라 켄 정, 대니얼 대 김 같은 한국계 할리우드 인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한 묶음으로 움직인 셈이다.
- 투자 주체: 박찬호 중심의 Team61
- 투자 대상: MLB 애슬레틱스
- 투자 규모: 총 7천만 달러
- 진행 상황: 5천500만 달러 완료, 1천500만 달러는 MLB 승인 대상
- 박찬호 역할: 구단주 시니어 어드바이저
왜 하필 애슬레틱스인가
애슬레틱스는 단순히 한 구단이 아니다. 1901년에 출범한 아메리칸리그의 오래된 팀이고, 월드시리즈 우승 9회, 아메리칸리그 우승 15회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국내 팬들에게는 영화 머니볼의 배경으로도 익숙하다. 적은 돈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던 구단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의 애슬레틱스는 또 다른 변곡점에 서 있다.
이 팀은 오클랜드를 떠나 현재 웨스트 새크라멘토에서 임시로 뛰고 있고, 2028년 라스베이거스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새 구장, 새 시장, 새 팬층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박찬호의 투자는 단순한 재무 투자가 아니라,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와 아시아 시장을 연결하는 카드로 읽힌다.
사실 라스베이거스는 이미 스포츠 도시로 변했다. NHL 골든나이츠, NFL 레이더스, WNBA 에이시스가 들어오면서 예전의 관광 도시 이미지에 경기장 경제가 붙었다. 여기에 MLB가 들어오면 야구도 그 흐름에 올라탄다. Team61이 한국 기업과 팬, 콘텐츠 시장을 연결할 수 있다면 애슬레틱스 입장에서도 꽤 실용적인 파트너다.
이 기록이 한국 야구에 남기는 의미
박찬호의 첫 메이저리그 등판은 선수 개인의 도전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야구의 통로가 됐다. 김병현, 추신수, 류현진, 김하성, 이정후 같은 이름들이 뒤를 이었다. 이번 투자 역시 당장 한국 선수가 애슬레틱스에 간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국 야구가 선수 수출만 하는 위치에서, 구단 운영과 시장 전략에 참여하는 위치로 한 칸 이동했다는 의미가 있다.
근데 여기서 너무 낭만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애슬레틱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연고지 이전, 관중 감소, 전력 약화 같은 논란을 겪어왔다. 팬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구단이다. 그래서 박찬호의 참여가 더 흥미롭다. 좋은 타이밍의 투자일 수도 있고, 리스크가 큰 재건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 스포츠 비즈니스는 늘 그 둘 사이에 있다.
숫자 뒤에 보이는 박찬호다운 방향
박찬호라는 이름은 한국 야구에서 늘 첫 장면과 연결돼 있었다. 한국인 최초 MLB 선수, 124승, 17시즌. 여기에 이제 한국인 최초 MLB 구단 투자자라는 기록이 붙었다. 기록 하나가 더 늘었다기보다, 선수로 열었던 문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열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투자가 당장 승패표에 드러나는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몇 년 뒤 애슬레틱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새 구장을 열고, 한국 기업이나 선수 육성 프로그램, 아시아 스카우팅 전략이 실제로 붙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박찬호의 61번이 이번엔 마운드가 아니라 구단 회의실에서 어떤 궤적을 남길지, 그 흐름은 꽤 오래 지켜볼 만하다.
참고한 보도: 연합뉴스 https://en.yna.co.kr/view/AEN20260727005151315, AP/워싱턴포스트 https://www.washingtonpost.com/sports/mlb/2026/07/27/athletics-as-park-fisher-cuban/4686e238-8978-11f1-8912-d71e69d679d7_story.html, Sports Business Journal https://www.sportsbusinessjournal.com/Articles/2026/07/27/south-korean-group-led-by-chan-ho-park-investing-70m-in-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