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한화-kt 기록표를 다시 봤더니, 3점 리드보다 컸던 6회의 무게

얼마 전 2026년 07월 31일 한화 이글스와 kt wiz 경기를 기록표로 다시 보는데, 처음엔 ‘한화가 2회에 3점을 먼저 냈는데 왜 졌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경기는 점수 3:5보다 흐름이 훨씬 선명했습니다. 한화는 2회초 심우준의 좌월 3점 홈런으로 먼저 앞섰고, kt는 4회 2점, 6회 3점으로 뒤집었습니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이 경기는 kt의 5:3 승리, 주권 승리, 박영현 세이브, 류현진 패전으로 기록됐습니다.
초반 분위기는 한화 쪽이었다
한화 입장에서 출발은 꽤 좋았습니다. 2회초 채은성이 안타로 나갔고, 허인서도 중전 안타를 보탰습니다. 2사 1, 2루에서 심우준이 소형준을 상대로 115m짜리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죠. 단숨에 3:0. 원정 경기에서 이런 선취 3점은 체감상 훨씬 큽니다.
흥미로운 건 한화가 이날 안타 수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양 팀 모두 10안타였습니다. 보통 10안타씩 주고받은 경기면 득점권 처리, 장타, 실책, 불펜 운영이 승부를 가릅니다. 이 경기 역시 딱 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 한화: 3득점, 10안타, 1실책, 2볼넷
- kt: 5득점, 10안타, 무실책, 3볼넷
- 관중: 18,700명, 경기 시간: 3시간 1분
숫자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점이 몰린 이닝과 주자 진루 방식에서 온도 차가 났습니다. 한화는 2회 한 방으로 3점을 뽑은 뒤 3회부터 9회까지 추가점을 내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kt는 4회와 6회, 딱 필요한 타이밍에 점수를 묶었습니다.
4회말, 실책 하나가 추격의 문을 열었다
kt의 첫 반격은 4회말이었습니다. 안현민 안타, 힐리어드 몸에 맞는 공, 김민혁 안타로 베이스가 꽉 찼고, 허경민의 몸에 맞는 공으로 1점을 따라갔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압박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윤석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포수 실책이 겹치며 추가 진루가 나왔고, kt는 2점째를 가져갔습니다.
이 장면이 묘했던 건, 한화가 아직 3:2로 앞서고 있었는데도 경기의 속도가 kt 쪽으로 넘어간 느낌이 있었다는 겁니다. 실점 자체보다 더 아픈 건 ‘큰 이닝을 막아야 하는 순간에 상대가 다음 공격 설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야구에서 3:0과 3:2는 전혀 다른 경기입니다. 투수는 더 조심스러워지고, 타자는 한 점 차라는 사실만으로 타석에서 더 공격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의 6회, 기록은 5⅓이닝 4실점이었다
류현진의 최종 기록은 5⅓이닝 93구, 7피안타, 4실점, 3탈삼진, 볼넷 0개, 몸에 맞는 공 2개였습니다. 볼넷이 없었다는 건 제구가 완전히 흔들린 경기는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피안타가 7개였고, 몸에 맞는 공 2개가 모두 흐름에 영향을 줬습니다.
특히 6회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힐리어드가 우전 안타로 출루했고, 김민혁의 뜬공 때 2루까지 진루했습니다. 이어 김상수가 중전 안타로 힐리어드를 불러들여 3:3 동점. 여기서 한화 벤치는 류현진을 내리고 이형범을 올렸지만, 허경민의 좌중간 2루타와 한승택의 우중간 안타가 이어지며 kt가 5:3으로 뒤집었습니다.
기록지에는 한승택의 6회 1사 2, 3루 우중간 안타가 결승타로 남았습니다. 사실 이 타석 하나만 떼어 보면 깔끔한 적시타입니다. 그런데 앞의 과정을 같이 보면 kt가 4회부터 계속 만들어낸 압박의 연장선이었습니다. 하위 타순 대타와 포수 교체, 주자 진루, 그리고 6회 찬스 연결까지. kt는 벤치 카드와 타선의 접점을 잘 맞췄습니다.
한화는 10안타를 치고도 3점에 멈췄다
한화 타선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심우준이었습니다.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팀 득점을 혼자 책임진 셈입니다. 채은성도 4타수 2안타, 이도윤도 4타수 2안타로 하위 타선 출루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심 타선 쪽에서 흐름을 이어주는 장면이 부족했습니다. 문현빈은 4타수 무안타, 노시환도 4타수 무안타였습니다.
5회초가 특히 아쉬웠습니다. 이원석 볼넷, 페라자 안타로 기회가 생겼지만 이원석이 홈에서 아웃됐고, 이후 강백호 뜬공, 노시환 선택 수비로 이닝이 끝났습니다. 3:2로 쫓긴 직후라 여기서 한 점만 냈어도 경기의 압박 방향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병살입니다. 한화는 허인서가 4회 병살, 채은성이 8회 병살을 기록했습니다. kt도 병살이 있었지만, kt는 득점 이닝에서 병살을 피했고 한화는 추격 또는 추가점이 필요한 구간에서 공격이 끊겼습니다. 같은 10안타라도 어느 이닝에, 어떤 아웃카운트에서 나오느냐가 이렇게 큽니다.
kt의 불펜 4이닝 무실점이 만든 승리
소형준은 5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초반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kt 불펜이 경기의 나머지 절반을 잠갔습니다. 주권, 이상동, 전용주, 스기모토 고키, 박영현이 이어 던지며 4이닝 무실점. 피안타는 3개 있었지만 실점은 없었습니다.
박영현의 9회도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도윤에게 안타를 맞았고 폭투로 2루까지 보냈습니다. 그래도 심우준을 유격수 뜬공, 대타 박정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닫았습니다. 세이브 상황에서 주자가 득점권에 가도 흔들리지 않는 마무리 투수의 존재감이 kt의 2위권 경쟁력을 설명해줍니다.
이날 경기 후 기록상 kt는 57승 36패 2무, 한화는 46승 47패 3무가 됐습니다. 시즌 상대 전적도 kt가 우위를 이어가는 흐름이었습니다. 자료는 MyKBO Stats 경기 기록을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경기는 ‘선취점보다 응답 능력이 더 중요했던 경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화는 심우준의 한 방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출발을 만들었지만, kt는 4회에 숨을 붙이고 6회에 경기를 가져갔습니다. 야구는 3점 홈런 하나로도 뜨거워지지만, 1점씩 압박하고 찬스 하나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팀이 결국 더 오래 버팁니다. 7월의 마지막 밤 수원에서 kt가 보여준 건 바로 그 끈질김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