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배구 대표팀 명단을 봤더니, 손서연만 보이는 팀이 아니었다

요즘 국제대회 기록 페이지를 자주 들여다보는데, U17 여자배구 대표팀 명단은 그냥 이름표 모음으로 지나치기 아깝다. 특히 2026 FIVB 여자 U17 세계선수권이 칠레 산티아고 일대에서 열리면서, 이 선수들이 이제 국내 유망주가 아니라 세계 연령별 무대의 실제 데이터로 남기 시작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공식 Volleyball World의 한국 선수 페이지 기준으로 대표팀은 14명 엔트리다. 감독은 이승여 감독이고, 포지션 구성은 아웃사이드 히터 5명, 미들블로커 4명, 세터 2명, 리베로 2명, 아포짓 1명으로 보인다. 숫자만 보면 전형적인 국제대회형 구성인데, 안쪽을 보면 꽤 공격적인 색깔이 있다.
공식 명단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름들
2026 여자 U17 세계선수권 한국 대표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공식 페이지에는 영문 표기와 등번호, 포지션이 함께 올라와 있다.
- 1번 이다연, MB, 174cm
- 3번 이서인, S
- 4번 이서빈, OH
- 5번 박정연, O, 170cm
- 8번 장수인, OH, 170cm
- 9번 문티아라, MB, 176cm
- 11번 금별, OH, 171cm
- 12번 최민주, MB, 184cm
- 13번 여원, L, 168cm
- 14번 어민서, OH, 175cm
- 15번 전현서, L, 161cm
- 16번 박비주, S, 174cm
- 17번 손서연, OH, 181cm
- 20번 김수빈, MB, 180cm
여기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높이다. 손서연 181cm, 최민주 184cm, 김수빈 180cm처럼 180cm 안팎의 자원이 있고, 세터 박비주도 174cm다. 여자 유스 대표팀에서 세터 키가 170cm 중반이면 블로킹 라인 유지에 꽤 의미가 있다. 근데 이 팀은 단순히 높이만 믿는 팀이라기보다, 레프트 쪽 득점 비중이 분명한 팀에 가깝다.
손서연이라는 이름이 커진 이유
손서연은 이미 2025 AVC U16 여자선수권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AVC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결승에서 대만을 3-2로 이겼고, 손서연은 결승 30득점, 대회 전체 141득점으로 MVP와 베스트 아웃사이드 스파이커에 올랐다. 141득점은 그냥 많이 때렸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팀이 어려운 순간에 공이 어디로 갔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세계선수권 초반 기록도 그 흐름과 이어진다. 공식 선수 기록 기준 손서연은 푸에르토리코전과 대만전 2경기 합산 45득점, 경기당 22.5득점을 기록했다. 공격 득점 37점, 블로킹 5점, 서브 3점이라는 배분도 괜찮다. 솔직히 이 정도면 상대 블로커가 알고도 따라가야 하는 1옵션이다.
다만 손서연 한 명에게만 시선을 고정하면 이 명단의 재미를 놓친다. 장수인은 2경기 17득점에 블로킹 4점을 보탰고, 어민서도 17득점으로 공격에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최민주는 미들블로커로 16득점, 블로킹 6점을 올렸다. 즉, 한국은 손서연을 중심으로 가되 양쪽 날개와 중앙이 완전히 끊긴 팀은 아니다.
포지션별로 보면 더 선명해지는 팀 구조
아웃사이드 히터진은 손서연, 장수인, 어민서, 금별, 이서빈으로 구성된다. 이름값과 기록만 보면 손서연이 확실한 축이고, 장수인과 어민서가 득점 보조를 나눠 갖는 그림이다. 유스 무대에서는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 루트가 바로 단조로워지는데, OH 자원이 5명이라는 건 경기 중 컨디션과 서브 리시브 흐름에 따라 바꿀 카드가 있다는 뜻이다.
미들블로커 쪽은 이다연, 문티아라, 최민주, 김수빈이다. 이다연은 2025 AVC U16 대회 드림팀에 이름을 올렸고, 이번 세계선수권 초반에도 2경기 11득점으로 출발했다. 최민주는 184cm라는 높이가 확실하다. 유스 국제대회에서는 중앙 속공 완성도보다 블로킹 위치 선정이 먼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은데, 최민주의 블로킹 6점은 그래서 꽤 눈에 띈다.
세터는 이서인과 박비주다. 2025 AVC 대회에서 이서인은 베스트 세터로 평가받았다. 이 팀의 공격 점유가 손서연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세터의 과제는 뻔하다. 손서연에게 줄 때와 중앙을 섞을 때의 타이밍 차이를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비주는 174cm라 전위에서 블로킹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세계선수권 조 편성은 만만하지 않다
한국은 2026 FIVB 여자 U17 세계선수권 D조에 들어갔다. 같은 조에는 이탈리아, 대만,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알제리가 있다. FIVB 발표 기준 대회는 24개국이 4개 조로 나뉘고, 각 조 상위 4팀이 16강으로 간다. 그래서 조별리그는 전승보다도 ‘어느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느냐’가 꽤 현실적인 계산이 된다.
대만은 한국이 2025 AVC U16 결승에서 풀세트로 꺾었던 상대다. 그런데 유스 레벨에서 1년은 정말 크다. 키도 크고, 서브 속도도 달라지고, 리시브 안정감도 확 바뀐다. 작년 결과가 심리적 자신감은 줄 수 있어도, 이번 대회에서 자동 우위가 되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는 유럽 유스 시스템의 밀도가 높은 팀이고,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공화국은 신체 탄성과 사이드 공격이 까다로운 팀이다. 알제리전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지만, 어린 선수들의 대회에서는 그런 경기일수록 초반 범실 관리가 더 중요하다.
이 명단의 진짜 포인트
나는 이 U17 여자배구 대표팀 명단을 보면서 ‘손서연의 팀’이라는 표현이 반은 맞고 반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손서연은 분명 공격의 중심이다. 181cm 아웃사이드 히터가 세계선수권 초반 2경기에서 45점을 냈다면 당연히 먼저 언급돼야 한다. 그런데 장수인, 어민서, 최민주, 이다연의 득점이 따라붙고 있다는 점이 더 오래 볼 만한 부분이다.
한국 여자배구가 성인 대표팀에서 늘 고민해온 건 한 명의 에이스 이후였다. 두 번째 공격, 중앙의 속도, 리시브가 흔들릴 때 버티는 선택지. 이 어린 대표팀 명단에도 같은 질문이 이미 들어 있다. 그래서 이 팀을 볼 때는 승패만 따라가면 조금 아쉽다. 누가 몇 점을 냈는지, 그 점수가 공격인지 블로킹인지, 그리고 세터가 어느 순간 중앙을 열었는지까지 보면 훨씬 재밌다.
자료 기준은 Volleyball World 한국 선수 명단, FIVB 조 편성 발표, AVC U16 대회 보도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한 경기마다 평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지만, 지금 이 명단은 한국 여자배구가 다음 세대에서 어떤 공격 축을 만들 수 있을지 꽤 선명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