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구자욱 비FA다년계약 무산설을 따라가 봤더니, 삼성의 진짜 고민이 보였다

얼마 전 삼성 팬 커뮤니티를 훑다가 원태인·구자욱 비FA다년계약 무산이라는 말을 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조금 과격한 표현처럼 느껴졌다. 아직 공식적으로 완전히 끝났다고 못 박힌 사안이라기보다, 협상이 길어지고 계산이 복잡해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불안이 커진 흐름에 가깝다. 그런데 숫자를 놓고 보면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는 꽤 선명하다.
삼성은 투수와 타자의 얼굴을 동시에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원태인은 2019년 1차 지명으로 들어온 뒤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으로 컸고, 구자욱은 이미 2022년 5년 120억 원 비FA 다년계약을 맺으며 구단의 상징성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두 선수 모두 2026시즌 이후 FA 흐름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한 명만 계산해도 큰 계약인데, 둘을 동시에 계산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무산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
팬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FA 다년계약은 원래 속도가 중요하다. FA 시장에 나가기 전에 구단이 먼저 확신을 보여주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강민호 등 내부 FA 문제를 처리한 뒤 원태인과 구자욱의 다년계약에 집중하겠다는 흐름을 보였지만, 곧바로 대형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무산설이 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협상이 늦어진다고 해서 곧바로 깨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태인은 첫 FA를 앞둔 2000년생 국내 에이스이고, 구자욱은 이미 한 차례 대형 비FA 계약을 성공 사례로 만든 주장급 타자다. 둘의 조건은 단순히 연봉 총액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계약 기간, 보장액, 옵션, 해외 진출 가능성, 샐러리캡 부담까지 모두 엮인다.
- 원태인: 2025시즌 27경기 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 원태인: 2024시즌 15승으로 국내 투수 다승왕급 가치를 증명했다.
- 구자욱: 2022년 5년 120억 원 계약 이후 2023~2025년 3년 연속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 삼성: 두 선수를 동시에 잡아야 해 샐러리캡과 팀 연봉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원태인은 돈보다 선택지가 더 무섭다
원태인 계약에서 가장 까다로운 지점은 금액만이 아니다. 사실 국내 선발투수 시장에서 원태인의 가치는 이미 설명이 길게 필요 없는 수준이다. 젊고, 이닝을 먹고, 큰 경기 경험이 있고, 프랜차이즈 서사까지 있다. 이런 투수는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근데 원태인의 경우 해외 진출 의지가 변수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국제대회에서 다시 눈도장을 찍으면 선수 입장에서는 FA보다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장기 계약을 제시하더라도 선수의 커리어 욕심을 완전히 막는 구조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포스팅이나 해외 도전 조항을 너무 넓게 열면 구단은 거액을 보장하고도 전력 공백을 떠안을 수 있다.
그래서 원태인 비FA다년계약이 무산처럼 보이는 침묵에 빠졌다면, 그건 구단이 돈을 아끼려 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보다 계약 설계의 난도가 높아졌다는 쪽에 가깝다. 5년, 6년 같은 기간만 정하면 끝나는 계약이 아니라 언제까지 삼성에 남고, 어떤 조건에서 해외 문을 열어줄지까지 다뤄야 한다.
구자욱은 성공 사례라서 더 어렵다
구자욱은 조금 다른 케이스다. 이미 삼성은 구자욱과 비FA 다년계약을 맺어 성공 경험을 만들었다. 5년 120억 원이라는 숫자는 당시에도 컸고, 이후 구자욱이 다시 3할 타율과 중심타선 생산력을 회복하면서 계약의 명분도 살아났다. 팬들이 구자욱에게 갖는 감정은 단순한 WAR 계산보다 두껍다. 오래 봐온 타자, 라팍의 얼굴, 주장 이미지가 겹쳐 있다.
다만 두 번째 장기계약은 첫 번째보다 더 냉정해진다. 첫 계약 당시 구자욱은 20대 후반이었지만, 다음 계약은 30대 중반 구간을 포함한다. 타자는 투수보다 부상 리스크가 낮다고 말하기 쉽지만, 외야 수비 범위와 장타 유지력은 나이 곡선을 피해가기 어렵다. 삼성은 감정적으로는 당연히 잡고 싶지만, 계약 끝자락의 생산성까지 계산해야 한다.
여기서 원태인과 구자욱의 협상이 서로 영향을 준다. 원태인에게 역대급 대우를 하면 구자욱의 상징성도 무시하기 어렵고, 구자욱에게 장기 보장을 크게 주면 원태인에게 쓸 공간이 줄어든다. 두 선수 모두 프랜차이즈라서 우선순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부담스럽다.
비FA 다년계약은 충성심 계약이 아니다
비FA 다년계약을 팬들은 종종 충성심의 증거처럼 받아들인다. 물론 그런 면이 있다. 선수가 시장 평가를 기다리지 않고 팀과 일찍 손을 잡는 일이니까. 하지만 실제로는 위험 배분 계약에 가깝다. 선수는 부상과 부진 전에 안정성을 얻고, 구단은 FA 경쟁 전에 핵심 전력을 묶는다.
그래서 무산 여부를 볼 때도 감정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 원태인은 해외 선택지 때문에 유연한 조항이 필요하고, 구자욱은 나이 구간 때문에 보장 기간과 옵션 설계가 중요하다. 둘을 모두 장기 보장으로만 묶으면 삼성의 미래 연봉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반대로 조건을 너무 잘게 쪼개면 선수 입장에서는 굳이 FA 전에 사인할 이유가 약해진다.
삼성이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 원태인이 FA 시장 또는 해외 무대로 빠져 선발진의 중심이 사라지는 경우
- 구자욱과의 협상이 길어지며 주장급 프랜차이즈 대우 논란이 커지는 경우
- 두 계약을 모두 크게 보장한 뒤 샐러리캡 여력이 줄어 보강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
- 협상 지연이 시즌 중 부담으로 이어져 선수와 팀 모두 집중력이 흔들리는 경우
팬 입장에서는 발표보다 방향을 봐야 한다
원태인·구자욱 비FA다년계약 무산이라는 표현은 클릭을 부르는 힘이 있다. 하지만 현재 흐름을 숫자로 보면, 아직은 완전한 실패라기보다 서로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찾는 시간에 가깝다. 삼성은 두 선수를 놓치면 전력과 상징을 동시에 잃는다. 선수들도 삼성이라는 무대에서 쌓은 기록과 위치가 있다.
그래도 협상이 길어질수록 팬들의 불안은 커진다. 야구에서 침묵은 늘 해석을 낳는다. 특히 원태인처럼 리그 정상급 국내 선발이고, 구자욱처럼 이미 120억 원 계약의 가치를 어느 정도 증명한 타자라면 더 그렇다. 발표가 늦는다고 곧장 무산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삼성이 얼마나 세밀하게 돈과 시간을 나눌 수 있는지는 꽤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개인적으로는 둘을 모두 잡는 그림이 삼성에는 가장 자연스럽다고 본다. 다만 방식은 달라야 한다. 원태인에게는 해외 도전 가능성을 반영한 장치가 필요하고, 구자욱에게는 보장과 옵션의 균형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를 지킨다는 말은 멋있지만, 실제로는 숫자를 아주 차갑게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협상은 단순한 잔류 뉴스가 아니라, 삼성이 앞으로 몇 년을 어떤 팀으로 살겠다는 선언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참고한 공개 자료: https://dgmbc.com/NewsArticle/814083,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512292143006,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511250320006,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229_00034575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