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보낸 한화가 양수호를 찍은 이유, 숫자로 보니 꽤 선명했다

얼마 전 한화가 김범수의 FA 이적 보상선수로 양수호를 지명했다는 소식을 봤는데, 처음엔 살짝 의외였다. 김범수가 2025시즌 한화 불펜에서 꽤 선명한 역할을 했던 투수였기 때문이다. 73경기, 2승 1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25. 이 정도면 단순한 좌완 불펜 한 명이 빠진 게 아니라, 경기 후반 계산서에서 꽤 믿을 만한 숫자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한화의 선택은 즉시 전력형 베테랑이 아니라 2006년생 우완 양수호였다. 공주중과 공주고를 거쳐 2025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5순위로 KIA에 입단한 투수. 아직 1군 기록은 없다. 퓨처스리그 성적도 8경기, 7과 3분의 2이닝,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0으로 숫자만 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타입은 아니다. 근데 보상선수 지명은 늘 현재 기록보다 구단이 무엇을 더 크게 보는지가 더 중요하다.
김범수의 이탈은 숫자보다 체감이 큰 손실
김범수의 2025시즌을 다시 보면 한화가 잃은 부분이 분명하다. 평균자책점 2.25는 불펜 투수에게 꽤 강한 문장이다. 특히 73경기 등판이라는 숫자는 벤치가 자주 불렀고, 실제로 많이 썼고, 어느 정도 믿었다는 뜻이다. 6홀드와 2세이브가 아주 화려한 타이틀은 아니지만, 긴 시즌에서 좌완 불펜이 그렇게 자주 호출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다.
KIA는 김범수와 3년 총액 최대 20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맺었다. 이 숫자는 김범수를 완전한 필승조 최고급 카드로 평가했다기보다, 좌완 불펜의 희소성과 최근 안정감을 함께 산 계약에 가깝다. 한화 입장에서는 당장 좌완 한 자리가 비었고, 보상선수 선택에서도 즉시 메울 자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양수호 지명은 더 흥미롭다. 빈자리를 같은 형태로 채운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수호의 현재 성적보다 중요한 건 구속 지표
양수호의 퓨처스 성적만 보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투수다. 8경기, 7과 3분의 2이닝은 표본이 작고, 평균자책점 4.70도 완성형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한화가 본 건 아마 그 숫자 뒤쪽에 있는 재료였을 가능성이 크다. 최고 시속 153km, 평균 148km의 직구. 이건 20세 우완 투수에게 꽤 강한 출발점이다.
프로 구단이 어린 투수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당장 1군에서 몇 이닝을 먹을 수 있느냐만은 아니다. 공이 타자를 밀어낼 수 있는지, 몸이 더 붙었을 때 구속과 제구가 같이 올라갈 여지가 있는지, 변화구 하나가 붙었을 때 경기 운영이 달라질 수 있는지 본다. 양수호는 아직 기록으로 증명한 투수는 아니지만, 구속이라는 기본 재료가 있다. 보상선수 시장에서 이런 유형은 생각보다 비싸다.
한화가 말한 방향도 꽤 노골적이다
한화 손혁 단장은 양수호를 드래프트 당시부터 관심 있게 봤던 파이어볼러로 설명했다. 또 체격 등 보완점을 개선하면 김서현, 정우주와 함께 젊은 구위형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밝혔다. 이 코멘트는 그냥 덕담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한화가 지금 젊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군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보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 김서현: 강한 구위와 높은 기대치를 가진 우완 자원
- 정우주: 미래 선발 또는 불펜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젊은 투수
- 양수호: 아직 1군 검증은 없지만 150km대 직구를 가진 보상선수
사실 이 조합은 당장 2026년 순위표를 바꾸는 카드라기보다, 2~3년 뒤 마운드의 체질을 바꾸려는 쪽에 가깝다. 한화가 오랫동안 투수 유망주를 모으고도 확실한 결과를 만드는 데 애를 먹었던 팀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양수호 지명은 단순 수집이 아니라 육성 시스템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다.
즉시 전력 대신 미래 구위를 고른 선택
보상선수 지명에서 팬들이 가장 먼저 보는 건 보통 즉시 전력감이다. 특히 한화처럼 이제는 성적 압박을 더 강하게 받아야 하는 팀이라면 더 그렇다. 김범수가 빠졌으니 좌완 불펜, 외야 뎁스, 백업 내야 같은 현실적인 포지션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한화는 KIA 보호명단 밖에서 양수호를 골랐다. 이건 당장의 구멍보다 높은 성장 고점을 택한 선택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양수호는 아직 1군 등판이 없다. 퓨처스에서도 이닝이 많지 않았다. 구속이 빠르다고 모두 1군 불펜이 되는 건 아니다. 제구, 변화구 완성도, 연투 회복력,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버티는 능력이 따라와야 한다. 특히 빠른 공을 던지는 어린 투수일수록 공 하나하나의 위력보다 반복 가능한 투구 메커니즘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럼에도 보상선수로 이런 유형을 뽑는 건 이해가 간다. 이미 완성된 선수는 보호명단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아직 기록은 덜 쌓였지만 구속과 나이가 좋은 선수는 구단마다 평가가 갈릴 수 있다. 한화는 그 틈에서 양수호의 미래값을 더 크게 본 셈이다.
이 선택이 성공하려면 시간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하다
양수호가 한화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히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53km라는 최고 구속을 평균 경쟁력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평균 148km의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꾸준히 살아 움직이고, 카운트를 잡는 변화구가 하나 붙으면 이야기는 빨라진다. 반대로 빠른 공이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면 퓨처스 기록은 크게 좋아지기 어렵다.
그래서 2026년 양수호를 볼 때는 1군 콜업 여부만 보면 조금 아깝다. 퓨처스에서 볼넷 비율이 줄어드는지, 이닝당 투구 수가 안정되는지, 연속 등판 뒤 구속이 유지되는지, 좌타자 상대 운영이 되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평균자책점 하나보다 이런 흐름이 더 먼저 신호를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화의 이번 지명이 꽤 한화다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김범수라는 검증된 좌완을 잃은 아쉬움은 분명하지만, 보상선수 한 장으로 똑같은 역할을 바로 되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차라리 시장에서 흔하지 않은 20세 150km대 우완을 잡고, 김서현과 정우주 옆에 또 하나의 강한 팔을 붙이는 판단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제 남은 건 양수호의 공이 숫자로 바뀌는 시간이다. 빠른 공 하나가 기대에서 전력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 지명은 꽤 오래 다시 꺼내 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