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과 기아 협상설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얼마 전 손아섭 이름이 다시 검색창에 오르는 걸 보면서, 이 선수의 시장 가치가 참 묘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베테랑 지명타자”라고 부르기엔 숫자가 너무 크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어느 팀이든 중심타선에 꽂아 넣기엔 역할이 꽤 좁아진 선수다. 그래서 손아섭과 KIA 협상 여부를 볼 때도 감정이 아니라 구단 상황, 보상 규정, 포지션 구조를 같이 봐야 그림이 나온다.
손아섭의 이름값과 실제 시장 온도
손아섭은 KBO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가진 타자다. 2025시즌을 마친 시점에 통산 2618안타를 쌓았고, 3000안타까지는 382개가 남아 있었다. 이 숫자만 보면 당연히 시장에서 뜨거워야 한다. 근데 FA 시장은 누적 기록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1988년생 베테랑, 수비 활용 폭, 지명타자 비중, 보상금까지 한꺼번에 계산된다.
2025년 손아섭은 NC에서 입지가 좁아진 뒤 7월 말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한화는 2026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3억 원을 내줬고, 손아섭은 한화에서 리드오프 성격의 타자로 쓰였다. 시즌 전체로는 111경기 타율 0.288, 107안타, 1홈런, 50타점, OPS 0.723을 남겼다. 무너진 성적은 아니었다. 다만 FA 시장에서 “얼마나 오래, 어떤 자리로 쓸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시원하게 답하기 어려운 카드였다.
KIA 협상설이 나온 이유
KIA 이름이 같이 언급된 건 완전히 뜬금없는 흐름은 아니었다. 2025시즌 KIA는 2024년 통합 우승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부상자가 많았고, 시즌 성적도 기대보다 크게 내려앉았다. 스토브리그에서는 박찬호, 한승택, 최형우가 팀을 떠났고, 팬들 입장에서는 “타선 보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손아섭은 C등급 FA였다. 보상선수는 필요 없지만, 타 구단이 데려가려면 원소속팀 한화에 보상금 7억5000만 원을 줘야 했다. 아주 무거운 장벽은 아니지만, 30대 후반 지명타자형 타자를 데려오면서 별도 보상금까지 붙는 구조다. KIA가 이미 내부 FA와 불펜 보강에 돈과 명단을 쓰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손아섭 쪽으로 판을 크게 벌이긴 쉽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흐름은 달랐다
KBO 공시와 주요 보도 흐름을 따라가면, KIA와 손아섭의 직접 계약이나 본격 협상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장면은 없다. 오히려 KIA의 스토브리그 방향은 투수 쪽에 가까웠다. 양현종과 2+1년 최대 45억 원 계약을 맺었고, 이준영과 3년 최대 12억 원, 조상우와 2년 최대 15억 원 계약을 했다. 여기에 한화 출신 좌완 김범수를 3년 최대 20억 원에 영입하면서 불펜 재구성에 무게를 뒀다.
이 흐름이 중요하다. KIA는 손아섭 같은 타격 전문 베테랑보다, 2025년에 흔들렸던 마운드 허리를 먼저 손본 셈이다. 실제로 KIA 불펜은 2025년 평균자책점이 리그 하위권으로 밀렸고, 구원패와 블론세이브도 많았다. 구단이 돈을 쓸 수 있는 슬롯이 제한돼 있었다면, 손아섭보다 불펜 1이닝을 맡길 투수 쪽이 우선순위였다는 해석이 더 자연스럽다.
손아섭은 결국 어디로 갔나
손아섭은 2026년 2월 한화와 1년 연봉 1억 원에 계약하며 일단 FA 미계약 상태를 벗어났다. 하지만 한화에서 오래 머문 건 아니었다. 4월 14일 두산이 좌완투수 이교훈과 현금 1억5000만 원을 내주고 손아섭을 영입했다. 이적 첫날부터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는 점은 두산이 적어도 단기 타선 보강 카드로는 분명하게 계산했다는 뜻이다.
2026시즌 중반 기준 기록은 기대와 아쉬움이 섞여 있다. 다음스포츠 기준으로 타율 0.246, 34안타, 1홈런, 14타점, OPS 0.595 수준이었다. KBO 퓨처스 기록에서도 두산 소속으로 17경기 타율 0.262, 출루율 0.404가 확인된다. 출루 감각은 아직 살아 있는 구간이 있지만, 1군에서 장타와 생산성이 따라오느냐가 계속 숙제로 남았다.
KIA가 움직이지 않은 건 이상한 선택이었나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손아섭이라는 이름이 시장에 오래 남아 있는 장면이 낯설다. 통산 안타 1위 타자가 1년 1억 원 계약까지 내려간 건 기록의 무게와 시장 평가가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KIA만 놓고 보면, 손아섭을 적극적으로 붙잡지 않은 선택이 이상하다고 보긴 어렵다.
- KIA는 이미 내부 FA 이탈로 전력 구성이 흔들린 상태였다.
- 불펜 보강이 더 급한 과제였고 실제 계약도 투수 쪽에 몰렸다.
- 손아섭은 보상선수는 없지만 보상금 부담이 있었다.
- 외야 수비와 지명타자 활용 폭을 감안하면 로스터 유연성이 줄어든다.
- 김도영, 나성범 등 기존 타선 자원의 회복과 배치도 함께 계산해야 했다.
손아섭이 KIA 유니폼을 입었다면 이야깃거리는 분명 컸을 것이다. 좌타 콘택트, 베테랑 경험, 큰 경기 감각은 어느 팀이든 탐낼 만한 요소다. 다만 2026년 KIA의 선택지는 낭만보다 복구에 가까웠다. 무너진 불펜을 다시 세우고, 내부 이탈의 충격을 줄이고, 부상 변수까지 견디는 쪽이었다. 손아섭 카드는 매력적이지만 KIA의 우선순위 표 맨 위에 놓이긴 어려웠다.
기록은 여전히 손아섭 편이다
그래도 손아섭의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다. 3000안타까지 남은 거리가 꽤 멀어졌고, 2026년 두산에서의 초반 생산성도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선수는 늘 타석 수와 리듬을 먹고 살아온 유형이었다. 한두 달 반짝보다 시즌 안에서 타이밍을 끌어올리는 쪽에 익숙했다.
그래서 손아섭과 KIA 협상 여부를 숫자로 따라가면 답은 비교적 분명하다. 공식적으로 KIA와 손아섭의 계약 협상이나 영입 성사는 확인되지 않았고, KIA는 불펜 보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손아섭은 한화를 거쳐 두산으로 이동했다. 다만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통산 기록의 위대함과 현재 시장의 냉정함이 한 선수 안에서 동시에 보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가끔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그래서 기록표 한 줄을 그냥 넘기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