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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4전 4패와 눈물, 숫자보다 오래 남은 경기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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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4전 4패와 눈물, 숫자보다 오래 남은 경기의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컬링 믹스더블 기록표를 다시 보다가, 4전 4패라는 숫자 앞에서 생각보다 오래 멈췄다. 스포츠는 참 이상하다. 2-8 패배, 4연패, 공동 최하위 같은 숫자는 차갑게 찍히는데, 그 숫자 뒤에 있는 선수의 표정은 전혀 차갑게 남지 않는다. 김선영이 경기 후 눈물을 보인 장면도 그랬다. 단순히 졌기 때문에 운 것이 아니라,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감각이 베테랑을 흔든 순간에 가까웠다.

4전 4패, 기록표가 말해준 초반 흐름

김선영-정영석 조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믹스더블 출발은 꽤 험했다. 스웨덴전 3-10 패, 이탈리아전 4-8 패, 스위스전 5-8 패에 이어 영국전에서 2-8로 졌다. 네 경기 합산 점수는 14득점 34실점. 경기당 평균으로 보면 3.5점을 얻고 8.5점을 내준 셈이다. 컬링에서 이 정도 차이는 단순한 샷 미스 몇 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엔드 운영, 아이스 적응, 상대 압박, 후공 활용이 같이 꼬였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특히 영국전은 흐름이 초반에 거의 넘어갔다. 한국은 1엔드 후공을 잡고도 득점하지 못했고, 오히려 2점을 빼앗겼다. 2엔드에도 스틸을 허용하며 0-3. 3엔드에서 1점을 따라붙었지만, 4엔드와 5엔드에 각각 2점씩 내주며 1-7까지 벌어졌다. 7엔드까지 2-8이 됐고, 결국 8엔드는 치르지 않았다. 컬링에서 악수를 청한다는 건 남은 샷으로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냉정하지만, 그 판단도 경기의 일부다.

왜 믹스더블은 더 잔인하게 흔들릴까

믹스더블은 4인조 컬링과 리듬이 다르다. 선수는 단 두 명이고, 한 엔드에 미리 배치된 스톤이 깔린 채 시작한다. 한 명은 계속 던지고, 한 명은 스위핑과 라인 판단을 동시에 떠안는다. 그래서 한두 번의 짧은 샷, 라인 선택 실패, 웨이트 조절 실수가 바로 점수판에 박힌다. 4인조처럼 역할을 넓게 나누기 어렵고, 흐름을 끊어줄 완충 장치도 적다.

영국전 5엔드에서 한국은 파워플레이를 썼다. 믹스더블에서 경기당 한 번 쓸 수 있는 승부수다. 배치 스톤을 코너 쪽으로 옮겨 대량 득점 가능성을 키우는 장치인데, 이게 성공하면 경기 분위기가 확 바뀐다. 그런데 그 엔드에서도 한국은 득점하지 못했고, 오히려 스틸을 당했다. 사실 이 장면이 2-8이라는 최종 점수보다 더 아팠다. 따라갈 수 있는 문을 열어야 할 때 상대가 문 앞을 막아버린 경기였기 때문이다.

김선영의 눈물이 더 크게 보였던 이유

김선영은 평창에서 팀 킴의 일원으로 은메달을 땄고, 베이징에도 출전했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에서는 한국 컬링 선수 최초로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이 이력만 놓고 보면 누구보다 큰 경기의 공기를 잘 아는 선수다. 그런데 그래서 더 힘들었을 수 있다. 베테랑은 부담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부담을 알고도 버티는 사람에 가깝다.

경기 뒤 김선영은 자신에게 실망했고 정영석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말이 단순한 자책처럼 들리지 않았던 건, 컬링이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다. 샷 하나는 개인의 손끝에서 떠나지만, 결과는 둘의 호흡으로 남는다. 내가 짧게 던지면 파트너가 스위핑으로 살려야 하고, 파트너의 판단이 흔들리면 내 다음 샷의 난도가 올라간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은 감정 표현이면서 동시에 경기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는 선수의 언어다.

4연패 뒤에 이어진 반전도 같이 봐야 한다

다만 4전 4패와 눈물만으로 이 대회를 고정해버리면 기록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김선영-정영석 조는 이후에도 바로 반등하지는 못했다. 체코전까지 패하며 5연패가 됐다. 그런데 6차전에서 2023년 세계선수권 우승 조인 미국을 연장 끝에 꺾고 첫 승을 올렸다. 이어 에스토니아, 캐나다까지 잡으며 3연승을 만들었다. 최종전 노르웨이전은 5-8 패배였고, 전체 성적은 3승 6패였다.

  • 초반 5경기: 5패, 세계 강호 상대로 적응 실패와 운영 난조
  • 중반 3경기: 미국·에스토니아·캐나다전 3연승, 샷 감각과 호흡 회복
  • 최종 성적: 3승 6패, 준결승 진출 실패

이 흐름이 흥미롭다. 4전 4패 시점에는 거의 무너진 대회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뒤쪽에서 경기력이 살아났다. 준결승 진출에는 닿지 못했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잡은 결과는 가볍지 않다. 컬링에서는 한 대회 안에서도 아이스 읽기와 드로 웨이트가 늦게 맞아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올림픽 라운드로빈이 그 시간을 넉넉하게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10개 팀 중 상위 4팀만 올라가는 구조에서는 초반 4패가 너무 비싼 비용이 된다.

숫자는 차갑지만, 경기는 사람을 남긴다

김선영의 4전 4패 눈물은 패배의 장면이지만, 실패담 하나로만 두기엔 아깝다. 사실 스포츠를 오래 보면 이런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메달을 딴 선수의 환호도 당연히 빛나지만, 커리어가 있는 선수가 자기 경기력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을 때 어떻게 버티는지도 경기의 일부다. 김선영은 울었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뒤이어 세 번 이겼다.

그래서 나는 이 기록을 4전 4패에서 멈춰 읽고 싶지 않다. 4연패는 분명 뼈아팠고, 영국전 2-8 패배는 냉정한 격차를 보여줬다. 근데 그 뒤의 3승도 같은 기록지에 남아 있다. 눈물은 약함의 증거라기보다, 자신이 기대한 기준에 닿지 못했을 때 나오는 반응에 가까웠다. 팬 입장에서는 그 기준을 가진 선수가 다시 스톤을 잡는 장면까지 봐야 한다. 그게 컬링 기록을 숫자 너머로 읽는 재미이고, 김선영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경기장 안에서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김선영의 4전 4패와 눈물, 숫자보다 오래 남은 경기의 진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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