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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고예림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운동선수 핏은 숫자에서 먼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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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고예림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운동선수 핏은 숫자에서 먼저 보였다

얼마 전 현대건설 경기를 다시 보다가 고예림이 리시브 라인에서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장면에 눈이 갔습니다. 화면으로 보면 그냥 안정적인 수비처럼 지나가는데, 기록을 같이 놓고 보면 그 움직임이 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더라고요. 팬들이 말하는 ‘운동선수 핏’도 단순히 키가 크고 마른 느낌이 아니라, 경기 안에서 버티고 반응하고 다시 뛰는 몸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고예림이라는 이름이 가진 첫인상

고예림은 1994년 6월 12일생, 신장 177cm의 아웃사이드 히터입니다. 여자배구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격만 잘해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리시브를 받고, 곧바로 공격 준비를 하고, 블로킹 커버까지 움직여야 하죠. 그래서 이 포지션의 몸은 보기보다 훨씬 복합적입니다. 순간 가속, 하체 밸런스, 어깨 가동성, 코어 지구력이 한꺼번에 필요합니다.

고예림이 현대건설에서 눈에 띄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득점만 앞세우는 유형이라기보다 팀의 흐름을 잇는 쪽에 강점이 있었습니다. 공격 성공 하나보다 리시브 하나가 세터의 선택지를 넓히고, 그 다음 공격수의 타점까지 바꿉니다. 이런 선수는 박스스코어의 맨 위에 늘 보이지는 않아도 경기 리듬에는 꽤 크게 남습니다.

운동선수 핏은 사진보다 포지션에서 먼저 나온다

‘현대건설 고예림 운동선수 핏’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눈에 띄는 건 이해가 됩니다. 177cm의 장신, 긴 팔과 다리, 군더더기 없는 체형은 배구 선수 특유의 실루엣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스포츠 팬 입장에서 더 흥미로운 건 그 체형이 어디에 쓰이느냐입니다.

  • 리시브 자세에서는 무릎과 골반을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 공격 전환 때는 짧은 보폭으로 빠르게 도움닫기 리듬을 만들어야 합니다.
  • 후위 수비에서는 몸을 던진 뒤 다시 일어나는 회복 동작이 반복됩니다.
  • 긴 시즌을 버티려면 상체보다 하체와 코어의 안정성이 더 중요해집니다.

사실 배구 선수의 핏은 웨이트룸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서브 리시브 한 번, 랠리 후 전환 한 번, 블로킹 뒤 착지 한 번이 계속 쌓입니다. 고예림처럼 리시브 부담을 안는 아웃사이드 히터는 특히 허벅지와 둔근, 종아리의 지구력이 중요합니다. 보기 좋은 라인 이전에 경기에서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먼저인 셈입니다.

기록으로 보면 더 선명해지는 고예림의 가치

고예림의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장면이 있습니다. 현대건설 이적 직후 KOVO컵 결승에서 26득점을 올리며 MVP에 오른 장면입니다. 이 숫자는 단순히 ‘그날 잘했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새 팀에 합류한 선수가 큰 경기에서 공격 비중을 받아냈고, 그 압박을 득점으로 바꿨다는 뜻입니다.

2019-2020시즌에는 리시브 부문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 보도된 기록 기준으로 여자부 전체 선수 가운데 리시브 292개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리시브 숫자 자체보다 역할입니다. 상대 서브가 강한 선수에게 몰리는 상황에서 버텨내면 팀은 무너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처럼 미들블로커 활용이 강한 팀에서는 첫 터치의 질이 곧 중앙 공격의 속도와 연결됩니다.

그래서 고예림의 경기를 볼 때는 득점만 보면 조금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시브 효율, 공격 점유율, 범실, 유효 블로킹까지 같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느 날은 15득점보다 8득점에 안정적인 리시브가 더 큰 값어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배구는 그런 종목입니다. 공을 끝내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공이 끝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선수도 중요합니다.

현대건설 배구와 고예림의 궁합

현대건설은 오랫동안 높이와 조직력을 앞세운 팀 색깔이 강했습니다. 양효진을 중심으로 한 중앙의 존재감, 세터와 미들블로커의 호흡, 수비 후 반격의 완성도가 팀의 장점으로 자주 언급됐습니다. 이런 팀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는 화려한 공격수이면서 동시에 균형추가 됩니다.

고예림의 장점은 그 균형에 잘 맞았습니다.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랠리에서 리시브 라인을 지키고, 필요할 때는 오픈 공격을 처리하며, 상대 블로커 앞에서 무리한 강타만 고집하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강한 스파이크가 가장 먼저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팀을 오래 살아 있게 만드는 건 이런 세밀한 선택입니다.

이 부분이 운동선수 핏과도 이어집니다. 배구에서 예쁜 자세는 사진용 포즈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기술입니다. 리시브 때 상체가 흔들리지 않고, 공격 도움닫기에서 마지막 두 스텝이 무너지지 않고, 긴 랠리 뒤에도 팔 스윙이 끝까지 나오는 몸. 고예림을 보면 그런 ‘경기용 핏’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팬들이 고예림에게 끌리는 이유

고예림은 기록으로만 소비하기에는 꽤 입체적인 선수입니다.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고, 팀을 옮기며 역할도 달라졌고, 어느 시기에는 공격보다 리시브와 연결에서 더 많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커리어는 화려한 상승 곡선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대신 배구 팬들이 좋아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팀에 맞춰 자기 역할을 바꾸고, 경기 안에서 존재감을 남기는 흐름 말입니다.

팬심을 조금 덜어내고 봐도 고예림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177cm 아웃사이드 히터의 체격, 리시브를 감당하는 포지션 특성, 큰 경기에서 보여준 득점력, 그리고 현대건설이라는 팀 안에서 맡았던 연결자의 역할이 겹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선수 핏’이라는 표현도 외형만 가리키는 말로 쓰기엔 아깝습니다. 고예림의 몸은 기록을 만든 몸이고, 그 기록은 팀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얻었습니다.

저는 고예림을 볼 때마다 배구에서 가장 어려운 재능은 눈에 덜 띄는 순간을 견디는 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팬들의 함성은 득점 장면에서 커지지만, 그 득점 앞에는 누군가의 안정적인 첫 터치와 균형 잡힌 움직임이 있습니다. 고예림의 이름이 현대건설 팬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는 이유도 아마 그 지점에 있을 겁니다.

현대건설 고예림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운동선수 핏은 숫자에서 먼저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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