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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어빈 두산 방출 뒤 진심 고백, 기록을 다시 보니 더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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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어빈 두산 방출 뒤 진심 고백, 기록을 다시 보니 더 씁쓸했다

얼마 전 콜 어빈의 인터뷰를 다시 읽는데, 숫자보다 먼저 눈에 걸린 건 ‘최악의 1년’이라는 표현이었다. 두산 팬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한 시즌이었고, 기록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왜 그 기대가 그렇게 빠르게 흔들렸는지 계속 눈이 갔다. 사실 팬들 사이에서 ‘방출’이라는 말로 많이 불렸지만, 흐름만 놓고 보면 시즌 중 퇴출보다는 시즌 후 재계약 불발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표현이 거칠게 들리는 만큼, 어빈의 2025년은 꽤 거칠었다.

처음 기대값은 1선발 그 자체였다

콜 어빈이 두산 유니폼을 입었을 때 분위기는 분명 뜨거웠다. 메이저리그 통산 134경기, 선발 경험 90경기 이상, 오클랜드 시절 두 자릿수 승리까지 있던 좌완이었다. 두산은 총액 100만 달러를 투자했고, KBO 공식 기록 기준 등록명 ‘콜어빈’은 2025시즌 두산 선발진의 앞줄에 놓였다.

이 정도 경력이면 팬들이 기대하는 그림이 있다. 180이닝 가까이 버티고, 제구로 카운트를 선점하고, 큰 경기에서 흐름을 누르는 외국인 에이스 말이다. 어빈 본인도 일본 도쿄스포츠 인터뷰에서 KBO를 압도하고 200이닝 가까이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기대가 과했던 게 아니라, 이력서만 보면 충분히 그런 상상이 가능했다.

문제는 제구형 투수가 제구에서 흔들렸다는 점

시즌 초반만 보면 완전히 어긋난 출발은 아니었다. 5월 중순 논란이 벌어지기 전까지 8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점대 후반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겉으로는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내용은 조금씩 흔들렸다. 특히 볼넷이 문제였다.

  • 2025시즌 최종 성적은 28경기 144⅔이닝, 8승 12패, 평균자책점 4.48이었다.
  • 피안타 142개, 탈삼진 128개, 피홈런 9개는 아주 무너진 숫자만은 아니었다.
  • 하지만 볼넷 79개, 사구 18개, WHIP 1.53은 1선발 기대치와 거리가 멀었다.
  • 퀄리티스타트는 10번이었다. 28번의 선발 등판을 생각하면 안정감이 부족했다.

특히 어빈은 미국 시절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 이미지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개 초반대였던 투수가 KBO에서는 9이닝당 4.9개 수준까지 흔들렸다. 구속이 부족해서 맞았다기보다, 자기 장점으로 버텨야 할 투수가 자기 장점에서 균열을 보인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팬들이 더 답답했을 것이다.

두산 방출 진심 고백이 아프게 들린 이유

어빈은 이후 한국에서의 1년을 커리어 관점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 표현했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문화 차이 속에서 고독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잘 던질 때와 무너질 때 주변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느꼈다는 말도 나왔다. 선수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 감정 자체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어빈이 모든 책임을 밖으로만 돌리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고 영상만 계속 보며 자기 생각 안으로 들어갔고, 결국 스스로 고립된 부분도 있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 대목 때문에 ‘진심 고백’이라는 말이 붙을 만하다. 성적 부진을 변명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실패를 통과한 사람이 뒤늦게 자기 안쪽을 들여다본 느낌이 강했다.

태도 논란은 기록보다 오래 남았다

그래도 팬들이 쉽게 마음을 풀기 어려운 장면은 분명 있었다. 5월 NC전에서 교체 과정 중 코치와 포수를 밀치듯 지나간 장면은 단순한 승부욕으로 포장하기 어려웠다. 두산 구단 쪽에서는 이후 사과와 반성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이미 팬들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스포츠에서 숫자는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 평균자책점이 높아도 성실하게 던지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보이면 팬들은 기다린다. 반대로 태도 논란이 붙은 뒤 성적까지 떨어지면 숫자는 더 차갑게 읽힌다. 어빈의 4.48은 그냥 4점대 평균자책점이 아니라, 기대와 논란과 실망이 한꺼번에 얹힌 4.48이 됐다.

그래도 한 시즌을 실패 한 단어로만 묶긴 어렵다

어빈의 한국 생활에는 다른 얼굴도 있었다. 시즌 중 아내와 함께 보육원을 찾았고, 팀 동료 오명진과의 인연도 그에게 힘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시즌 막판에는 아이들과 나눈 에너지가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도 남겼다. 성적표만 보면 차갑지만, 사람의 시간은 언제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두산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한 자리는 팀 전력의 큰 축이고, 100만 달러급 선수에게 기대하는 기준은 분명하다. 144⅔이닝을 던진 내구성은 평가할 수 있어도, 79볼넷과 18사구를 안고 다음 시즌까지 가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 그래서 이별은 감정이 아니라 전력 판단에 가까웠다.

나는 콜 어빈의 두산 1년을 완전한 악몽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실패한 시즌은 맞다. 그러나 그 실패 안에는 KBO 적응의 어려움, 외국인 선수에게 쏠리는 기대, 성적이 무너질 때 관계가 얼마나 빨리 흔들리는지까지 들어 있었다. 그래서 어빈의 고백은 변명보다 기록 뒤쪽의 흔적으로 남는다. 숫자는 차갑고, 사람의 말은 뜨겁다. 그 둘이 어긋났던 1년이라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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