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열 통역사가 눈길을 끈 경기의 진짜 흐름

얼마 전 한국과 대만의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를 다시 떠올리는데, 5대0이라는 점수보다 먼저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수첩을 든 채 중계 화면에 잡힌 백덕열 통역사다. 화면에 나온 시간은 짧았지만, 그의 이름을 찾아보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야구팬인 내 눈에는 그 관심이 생긴 경기의 흐름도 흥미로웠다. 최종 점수만 보면 시원한 승리 같지만, 중반까지는 한 점 차로 팽팽했다.
대만전 중계 화면에 잡힌 백덕열 통역사
2026년 9월 21일, 한국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첫 경기에서 대만을 만났다. 한국은 5대0으로 이겼고, 경기 도중 대표팀 벤치 근처에 있던 백덕열 씨가 중계 화면에 등장했다. 대만 매체가 그의 모습에 주목한 뒤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KBO 직원이며, 이번 대표팀에서는 류지현 감독의 매니저와 통역을 맡았다.
처음 관심을 끈 이유는 외모였다. 그런데 야구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직책이 더 눈에 들어온다. 감독을 돕는 매니저와 통역은 선수처럼 타석이나 마운드에 서지 않는다. 그래서 백덕열 통역사의 이름 옆에는 타율이나 평균자책점이 붙지 않는다. 그가 화면에 잡힌 장면은 확인할 수 있어도, 그날 어떤 대화를 통역했고 어떤 판단을 도왔는지까지 중계 화면만으로 알 수는 없다.
이 구분은 꽤 중요하다. 대표팀의 5득점이나 무실점을 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업무와 곧바로 연결할 근거는 없다. 다만 국제대회 벤치에는 선수와 코치 외에도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 짧은 장면이 보여줬다. 화제가 된 인물의 실제 역할을 알고 경기를 다시 보면, 평소 지나치던 벤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5대0이었지만 다섯 회까지는 한 점 차였다
경기 흐름을 보면 백덕열 통역사가 등장한 무대가 어떤 경기였는지 더 선명해진다. 한국은 2회말 무사에 문보경이 상대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김주원의 안타와 조형우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됐고, 박재현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다. 안타가 연달아 터져 만든 대량 득점은 아니었다. 수비 실책으로 열린 문을 안타와 볼넷, 희생플라이로 겨우 넓힌 1점이었다.
이후 대만 선발 린이웨이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SBS 보도 기준으로 그는 5이닝을 던지며 한국 타선을 1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그 1점도 비자책점이었다. 최종 스코어만 보면 한국 공격이 처음부터 우세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선발 투수끼리 맞선 구간에서는 대만도 충분히 버텼다. 한 번의 수비 실수가 그대로 점수 차가 된 경기였다.
반대편에서는 곽빈이 그 한 점을 지켰다. 6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볼넷 2개, 탈삼진 10개, 무실점을 기록했다. 10개의 삼진은 그가 잡은 아웃 18개 가운데 절반을 넘는다. 주자를 거의 내보내지 않으면서 타구가 수비수에게 갈 기회도 줄인 셈이다. 타선이 답답한 동안에도 한국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 이유가 이 숫자에 담겨 있다.
승부가 벌어진 순간은 투수가 바뀐 뒤였다
점수 차가 커진 건 7회였다. 한국은 대만의 두 번째 투수 류즈룽을 상대로 문보경의 볼넷과 김주원의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박준순의 적시 2루타가 나오며 오래 이어진 1대0이 깨졌고, 조형우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는 3대0이 됐다. 같은 2점 추가라도 경기 초반에 나왔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곽빈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놓은 뒤였기에 대만이 따라가야 할 거리가 훨씬 멀어졌다.
8회에는 김도영의 2루타로 시작한 기회에서 노시환의 희생플라이가 나왔고, 대타 윤동희가 솔로 홈런을 보탰다. 한국의 득점은 2회 1점, 7회 2점, 8회 2점으로 나뉘었다. 한 이닝에 몰아친 승리라기보다 선발 투수에게 막힌 시간을 견디다가 교체 이후 기회를 잡은 승리에 가깝다. 김주원의 4타수 3안타 역시 공격이 막혀 있던 구간과 풀리기 시작한 구간을 이어 준 기록이다.
투수진은 결국 팀 완봉승을 완성했다. 다만 ‘곽빈의 6이닝 무피안타’와 ‘팀의 9이닝 무피안타’는 다르다. 9회에는 대만 안타 2개가 나와 팀 노히트 경기는 성립하지 않았다. 기록을 볼 때 이런 작은 차이를 챙기면 경기 장면도 더 정확하게 기억된다.
한 사람의 화제 뒤에 남은 야구 이야기
백덕열 통역사를 둘러싼 관심은 중계 화면의 몇 초에서 시작됐다. 그의 소속과 대표팀 역할은 보도로 확인되지만, 화면 밖 업무를 구체적인 경기 공헌으로 환산할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경기를 이야기할 때는 두 가지를 함께 기억하고 싶다. 벤치에는 기록표에 이름이 남지 않는 사람이 있고, 기록표의 5대0 뒤에는 다섯 회까지 이어진 1점 차 승부가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경기가 좋다. 처음에는 뜻밖의 인물 때문에 다시 눈길이 갔다가, 결국 투수의 10탈삼진과 7회의 적시타를 다시 찾아보게 된다. 백덕열 통역사의 짧은 등장도 그렇게 경기 안팎을 함께 보게 만든 장면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