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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사임 뒤 손흥민의 아시안컵을 다시 떠올려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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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사임 뒤 손흥민의 아시안컵을 다시 떠올려봤더니

얼마 전 대표팀 관련 뉴스를 보다가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스코어보다 손흥민의 표정이었다. 홍명보 감독 사임이라는 큰 사건은 결국 감독 한 명의 거취로만 끝나지 않는다. 2026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다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손흥민 세대가 끝내 손에 넣지 못한 아시안컵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 꺼내게 만든다.

사임 뉴스가 유독 무겁게 느껴진 이유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 한국 축구의 상징이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A매치 136경기, 수비 리더라는 이미지는 워낙 강했다. 그런데 감독으로 대표팀을 맡았을 때의 기억은 훨씬 복잡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고,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여론은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

감독 사임이 크게 다가오는 건 성적표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축구는 중요한 대회가 끝날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반복했다. 감독 선임 과정 논란, 전술 색깔 논쟁, 선수단 리더십 부담, 그리고 손흥민에게 쏠리는 과도한 기대. 사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다음 감독이 와도 같은 질문이 다시 나온다.

  • 2014 월드컵: 홍명보호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
  • 2023 아시안컵: 한국 4강 진출, 요르단에 0-2 패배
  • 2026 월드컵 이후: 대표팀 운영 방향과 세대교체 압박 재점화

손흥민의 아시안컵은 늘 한 끗이 부족했다

손흥민의 대표팀 커리어를 숫자로 보면 정말 대단하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토트넘 주장, 대표팀 최다 출전권 경쟁까지 이어진 선수다. 그런데 아시안컵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묘하게 아프다. 2015년 호주 대회 결승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지만, 연장전에서 호주에 1-2로 졌다. 그 골은 손흥민의 대표팀 명장면 중 하나인데, 트로피가 없어서 더 오래 아프게 남았다.

2019년 대회는 카타르에 0-1로 밀려 8강에서 멈췄다. 2023년 카타르 대회는 더 극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동점 흐름을 만든 뒤 승부차기로 올라갔고, 호주와의 8강에서는 연장전에 손흥민이 프리킥 결승골을 꽂았다. 그런데 4강 요르단전에서는 유효슈팅 0개라는 충격적인 숫자와 함께 0-2로 졌다.

기록이 말해주는 손흥민의 부담

손흥민은 단순한 에이스가 아니라 대표팀 공격 구조 자체를 떠받치는 선수였다. 상대는 손흥민의 왼쪽 침투, 중앙으로 접고 때리는 슈팅, 전환 상황에서의 첫 패스를 모두 계산하고 들어왔다. 그래서 손흥민이 막히면 한국 공격 전체가 느려지는 경기가 많았다. 이건 손흥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에 가깝다.

  • 2015 아시안컵 결승: 손흥민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 한국 준우승
  • 2019 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 0-1 패배
  • 2023 아시안컵 8강: 호주전 연장 프리킥 결승골
  • 2023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0-2 패배, 한국 유효슈팅 0개

홍명보 사임과 아시안컵의 연결고리

겉으로 보면 홍명보 사임은 월드컵 이슈이고, 손흥민의 아시안컵은 별개의 기억처럼 보인다. 근데 두 이야기는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한국 축구가 큰 대회에서 위기 관리와 경기 내 수정 능력을 얼마나 갖췄느냐는 질문이다. 토너먼트 축구는 이름값으로 이기기 어렵다. 90분 안에서 상대 압박을 읽고, 후반 20분 이후 체력 저하를 계산하고, 세트피스 한 번을 결과로 바꿔야 한다.

2023 아시안컵 요르단전이 대표적이었다. 한국은 선수단 이름값에서는 앞섰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밀렸다. 중원 압박을 풀지 못했고, 빌드업이 측면으로 몰렸으며, 손흥민은 공을 받기 위해 너무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야 했다. 에이스가 골문에서 멀어질수록 상대 수비는 편해진다. 그 장면은 이후 대표팀을 보는 기준을 바꿔놨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숙제는 비슷했다. 손흥민을 어떻게 쓰느냐보다, 손흥민이 모든 걸 떠안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였다. 전술은 결국 선수의 장점을 반복적으로 좋은 위치에서 꺼내는 장치다. 손흥민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등지고 받는 장면이 늘어난다면, 그건 상대가 잘 막은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설계가 덜 풀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다음 아시안컵을 생각하면 더 냉정해진다

2027년 아시안컵을 바라보면 감정적인 질문이 먼저 나온다. 손흥민이 또 한 번 정상에 도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록을 보는 팬 입장에서는 조금 더 차갑게 봐야 한다. 손흥민은 여전히 큰 경기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지만, 대표팀은 이제 그의 전성기 전체를 전제로 팀을 짤 수 없다. 플랜A는 손흥민을 살려야 하고, 플랜B는 손흥민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강인의 전진 패스, 황희찬의 돌파, 조규성이나 오현규 같은 스트라이커 자원 활용,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후방 안정감까지 따로 보면 재료는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조합이다. 아시안컵은 월드컵보다 한국이 공을 더 오래 쥐는 경기가 많다. 그래서 내려앉은 팀을 상대로 박스 안 진입 횟수, 컷백 패턴, 세컨드볼 회수율이 중요해진다. 화려한 한 방보다 반복 가능한 공격 루트가 필요하다.

솔직히 손흥민의 아시안컵 우승은 이제 낭만만으로 말하기 어려운 주제다. 시간은 흐르고,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피할 수 없다. 그래도 그래서 더 보고 싶다. 감독 교체의 소음이 지나간 뒤, 한국 축구가 에이스 한 명의 책임감이 아니라 팀 전체의 구조로 큰 대회를 버티는 장면. 손흥민이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선수가 아니라, 좋은 팀 안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맡는 선수로 서는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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