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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 들고 산에 올라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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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 들고 산에 올라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처음엔 장비 욕심인 줄 알았다

얼마 전 같은 코스를 두 번 올랐는데, 등산스틱을 쓴 날과 안 쓴 날의 기록 차이가 생각보다 또렷했다. 거리 7.8km, 누적 상승고도 약 620m짜리 산길이었고, 평소처럼 중간에 사진도 찍고 물도 마셨다. 그런데 하산 뒤 무릎이 받는 느낌이 달랐다. 기록 앱을 보니 총 시간은 3시간 14분에서 3시간 6분으로 8분 줄었고, 더 흥미로운 건 마지막 2km 페이스였다. 평소 하산 막판에는 보폭이 무너졌는데, 스틱을 쓴 날은 1km당 40초 정도 덜 처졌다.

등산스틱은 단순히 멋내기 장비가 아니다. 걷는 리듬을 잡아주고, 오르막에서는 상체를 동원하게 만들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에 몰리는 충격을 나눠준다. 사실 산행도 넓게 보면 지구력 스포츠다. 마라톤처럼 페이스가 있고, 사이클처럼 에너지 배분이 있으며, 야구 투수처럼 후반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등산스틱은 이 후반 운영에 꽤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장비다.

숫자로 보면 등산스틱의 역할이 보인다

등산스틱을 쓰면 팔을 움직이니 더 힘들 것 같지만, 실제 체감은 조금 다르다. 하체만 쓰던 부담을 상체와 나눠 갖는 느낌에 가깝다. 특히 경사 10도 이상 오르막에서 차이가 난다. 허벅지 앞쪽만 불타던 구간에서 팔과 등 근육이 보조 엔진처럼 들어온다. 심박수는 크게 낮아지지 않아도, 같은 심박에서 버티는 시간이 길어진다.

내 기록 기준으로 보면 오르막 1.6km 구간에서 스틱 없이 걸었을 때 평균 페이스는 18분 20초/km였고, 스틱을 쓴 날은 17분 35초/km였다. 45초 차이면 별것 아닌 듯하지만, 5km 이상 누적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포츠에서 작은 차이는 늘 누적될 때 의미가 커진다. 야구에서 출루율 0.020 차이가 시즌 전체 득점 기대값을 바꾸듯, 산행에서도 구간별 30초, 40초가 후반 피로도를 바꾼다.

  • 오르막: 상체 추진력을 더해 보폭 저하를 늦춘다
  • 평지: 리듬을 일정하게 만들어 페이스 변동폭을 줄인다
  • 내리막: 무릎과 발목에 몰리는 충격을 분산한다
  • 긴 산행: 후반 체력 저하 구간에서 자세 붕괴를 늦춘다

좋은 등산스틱은 가볍기만 한 장비가 아니었다

처음 제품을 고를 때 가장 많이 보는 수치가 무게다. 물론 중요하다. 한 쌍 기준 450g과 650g은 손에 들고 4시간을 움직이면 차이가 난다. 그런데 실제 산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잠금 방식과 그립감이었다. 길이 조절이 조금씩 밀리면 하산 때 신뢰가 떨어진다. 특히 체중이 실리는 내리막에서는 스틱이 단단히 버텨줘야 마음 놓고 리듬을 탈 수 있다.

소재도 성격이 다르다. 알루미늄은 조금 무겁지만 충격에 강하고, 휘어지더라도 버티는 편이다. 카본은 가볍고 반응이 산뜻하지만 강한 측면 충격에는 예민하다. 산행 스타일이 짧은 근교산 위주라면 알루미늄도 충분히 합리적이고, 장거리 종주나 빠른 페이스의 산행을 자주 한다면 카본의 가벼움이 체감된다. 솔직히 장비 선택은 기록 욕심보다 자기 코스와 몸 상태를 먼저 봐야 한다.

길이 조절은 기록보다 부상 방지에 가깝다

평지에서는 팔꿈치가 대략 90도 정도가 되는 길이가 기준이 된다. 오르막에서는 조금 짧게, 내리막에서는 조금 길게 잡으면 몸의 중심이 안정된다. 이 작은 조절이 은근히 크다. 스틱이 너무 길면 어깨가 올라가고, 너무 짧으면 허리가 숙여진다. 그러면 장비가 보조가 아니라 방해가 된다. 야구 글러브가 손에 맞아야 수비가 편하듯, 등산스틱도 길이가 맞아야 기록과 몸이 같이 좋아진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놓치는 건 사용법이다

등산스틱을 샀는데 효과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팔로 찍기만 한다. 중요한 건 찍는 동작보다 체중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타이밍이다. 오른발이 나갈 때 왼쪽 스틱, 왼발이 나갈 때 오른쪽 스틱이 들어가면 걷는 리듬이 안정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20분 정도만 맞춰도 몸이 패턴을 기억한다.

하산에서는 더 조심해야 한다. 스틱을 너무 멀리 앞에 찍으면 몸이 뒤로 빠지고, 오히려 무릎이 뻣뻣해진다. 발보다 약간 앞, 몸 중심이 따라갈 수 있는 위치가 좋다. 내리막 기록은 빠르게 내려가는 사람이 이기는 구간이 아니다. 다음 산행까지 무릎을 남기는 사람이 오래 간다. 스포츠 팬 입장에서 보면 이건 단기 기록과 시즌 운영의 차이다.

  • 손목 스트랩은 아래에서 위로 손을 넣어 잡으면 힘 전달이 편하다
  • 포장도로에서는 고무 팁을 끼워 소음과 미끄러짐을 줄인다
  • 바위 많은 길에서는 스틱 끝이 틈에 끼지 않게 짧게 운용한다
  • 사람 많은 등산로에서는 뒤쪽 스틱 움직임을 의식해야 한다

기록을 챙기는 사람에게 등산스틱은 꽤 재미있는 장비다

등산스틱의 매력은 시간을 무조건 줄여준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정확히는 페이스가 무너지는 지점을 뒤로 미뤄준다. 2시간 산행보다 4시간 산행에서, 완만한 둘레길보다 긴 하산이 있는 코스에서 가치가 커진다. 기록 앱을 켜고 보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평균 속도보다 구간별 페이스, 심박 변동, 하산 후반의 속도 저하폭을 보면 스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꽤 선명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등산스틱을 쓰고 나서 산행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정상까지 얼마나 빨리 갔는지만 봤다면, 이제는 어느 구간에서 힘을 아꼈고 어디서 리듬이 깨졌는지를 보게 된다. 산에서도 기록은 숫자만 남지 않는다. 그날의 바람, 경사, 보폭, 무릎 상태가 다 같이 들어간다. 등산스틱은 그 흐름을 조금 더 오래 붙잡게 해주는 장비라는 생각이 든다.

등산스틱 들고 산에 올라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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