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고우석이 LG로 돌아온다면, 리오스 대신 선발 카드를 꺼내도 될까

Last Updated :
고우석이 LG로 돌아온다면, 리오스 대신 선발 카드를 꺼내도 될까

얼마 전 LG 불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고우석 이름이 나왔는데, 흥미로운 포인트는 단순히 ‘복귀하면 마무리냐’가 아니었다. 리오스 대신 선발로 돌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 붙는 순간, 이건 감성보다 숫자로 봐야 하는 문제가 된다.

고우석은 LG 팬들에게 워낙 강한 이미지가 있다. 150km 안팎의 빠른 공, 짧은 이닝에서 타자를 찍어 누르는 구위, 그리고 9회에 등장했을 때 생기는 경기장의 공기까지. 그런데 선발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1이닝을 힘으로 닫는 투수와 5~6이닝을 설계하는 투수는 같은 공을 던져도 쓰임새가 다르다.

고우석 복귀설이 커질 때 먼저 봐야 할 숫자

고우석을 선발 후보로 보는 이유는 이해된다. LG가 긴 시즌을 치르려면 선발진의 이닝 소화가 중요하고,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흔들리면 대체 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리오스가 기대한 만큼 안정적인 이닝을 먹어주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 구위 좋은 국내 투수를 넣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고우석의 커리어는 기본적으로 불펜에 맞춰져 있었다. 불펜 투수는 보통 15~25구 안에서 승부를 끝낸다. 반면 선발은 최소 80구, 많게는 100구 가까이 던지면서 타순을 두세 번 상대해야 한다. 같은 직구라도 1회에 던지는 직구와 5회에 던지는 직구는 의미가 다르다. 타자들이 구속, 궤적, 변화구 타이밍을 다시 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우석의 장점은 분명하다. 짧은 구간에서 힘을 모아 던질 때 구위가 확 살아난다. 그런데 선발 전환을 하려면 세 가지가 따라와야 한다.

  • 첫째, 70구 이후에도 직구 구위가 유지되는지
  • 둘째, 좌우 타자를 모두 상대할 변화구 조합이 있는지
  • 셋째, 볼넷으로 이닝이 길어질 때 경기 운영이 되는지

이 중 하나만 부족해도 선발 실험은 생각보다 빨리 흔들린다. 특히 KBO 리그 타자들은 한 번 감을 잡으면 파울로 버티며 투구 수를 늘리는 능력이 좋다. 고우석처럼 힘으로 압박하는 유형은 이 구간에서 체력 관리와 커맨드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리오스 대신 선발, 말은 쉽지만 계산은 복잡하다

리오스를 선발에서 빼는 선택은 단순히 한 명을 교체하는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선발은 보통 팀 로테이션에서 1~2선발급 이닝을 기대받는다. 한 시즌 기준으로 보면 150이닝 안팎을 바라보는 자리다. 아무리 압도적인 불펜 투수라도 갑자기 그 역할을 대신하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리오스가 경기당 5이닝 정도를 버텨준다고 치자. 내용이 답답해도 선발이 5이닝을 먹어주면 불펜은 계산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고우석이 선발로 나와 3~4이닝에서 끊긴다면, 경기 초반부터 불펜을 당겨 써야 한다. 그 순간 고우석을 선발로 올려 얻는 이득보다 불펜 전체에 쌓이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사실 LG의 강점은 오랫동안 불펜 운영에서 나왔다. 필승조가 버티고, 중간에서 흐름을 자르며, 마지막 이닝을 잠그는 구조가 강했다. 고우석은 그 구조의 상징 같은 투수였다. 그런 투수를 선발로 빼면 9회만 비는 게 아니라 7~9회 전체의 역할 배분이 다시 짜인다. 야구는 포지션 하나를 옮겼는데 도미노처럼 세 칸이 흔들리는 종목이다.

선발 전환이 가능하려면 조건이 있다

그렇다고 고우석 선발 카드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 투수의 역할은 커리어 중간에 바뀔 수 있다. 다만 조건이 꽤 까다롭다. 가장 현실적인 방식은 바로 풀타임 선발 고정이 아니라, 제한 투구 수를 둔 임시 선발 또는 오프너 뒤 롱릴리프 형태다.

예를 들어 첫 등판에서 45~55구, 다음 등판에서 60~70구로 늘리는 식이면 몸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슬라이더나 커브의 제구가 2순환 이후에도 유지되는지 봐야 한다. 선발 전환은 이름값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등판별 로그가 쌓여야 판단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회복 간격이다. 불펜 투수는 짧게 자주 던지는 리듬에 익숙하다. 선발은 한 번 길게 던지고 나흘 또는 닷새를 회복한다. 몸을 쓰는 방식도, 불펜 피칭 루틴도, 경기 전 준비도 달라진다. 고우석이 복귀 직후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구위 회복과 선발 적응을 동시에 요구하는 건 꽤 무거운 주문이다.

LG가 정말 원하는 건 선발 한 자리일까

근데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보면, LG가 원하는 건 꼭 ‘고우석 선발’이 아닐 수도 있다. 진짜 필요한 건 리오스가 흔들릴 때 경기 전체를 덜 무너지게 만드는 장치다. 그 장치가 고우석의 선발 전환일 수도 있지만, 더 현실적으로는 불펜 후반 강화, 2군 선발 콜업, 외국인 교체 검토, 불펜 데이 조합 같은 여러 선택지가 같이 놓인다.

고우석이 복귀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여전히 후반 이닝이다. 8회 또는 9회에서 확실한 카드가 생기면 선발진은 6이닝만 버텨도 승부를 걸 수 있다. 리오스가 5이닝 3실점 정도로 막는 날에도, 뒤가 단단하면 경기 플랜은 살아난다. 반대로 고우석을 선발로 넣고 후반이 얇아지면, 6회 이후 리드가 있어도 편하게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고우석 복귀 시 리오스 대신 선발이라는 카드를 ‘가능성은 있지만 우선순위는 낮은 선택’으로 본다. 정말 리오스의 선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고우석이 충분한 빌드업을 마쳤으며, LG가 후반 이닝을 버틸 다른 필승조를 확보했을 때만 꺼낼 만하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솔깃하지만, 시즌 운영표 위에 올려놓으면 생각보다 빈칸이 많이 생긴다.

고우석의 가치는 가장 강한 공을 가장 위험한 순간에 던질 때 커진다. LG가 긴 레이스를 생각한다면, 그 공을 1회부터 나눠 쓰는 것보다 8회와 9회에 몰아 쓰는 쪽이 더 무서울 수 있다. 리오스 대신 선발이라는 상상은 재미있지만, 실제 승수로 이어지려면 감보다 훨씬 촘촘한 계산이 필요하다.

고우석이 LG로 돌아온다면, 리오스 대신 선발 카드를 꺼내도 될까 - 요약
고우석이 LG로 돌아온다면, 리오스 대신 선발 카드를 꺼내도 될까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4678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