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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후임으로 이민성을 떠올려봤더니, 차악이라는 말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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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후임으로 이민성을 떠올려봤더니, 차악이라는 말이 걸렸다

팬들이 이름값보다 ‘다음 경기’를 먼저 보게 된 순간

얼마 전 홍명보 감독 이후의 그림을 두고 이런저런 이름이 오가는 걸 보는데, 이민성이라는 이름에서 유독 시선이 멈췄다. 화려한 카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낼 이름도 아니다. 특히 스포츠를 기록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감독 이름 하나보다 그 감독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축구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보인다.

먼저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2024년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를 떠난 뒤 울산의 공식 후임은 김판곤 감독이었다. 그러니 ‘홍명보 후임 이민성’은 실제 선임 결과라기보다, 후임 후보나 가정의 프레임에서 봐야 더 정확하다. 그런데도 이 가정이 흥미로운 건, 이민성이 가진 장점과 약점이 꽤 선명하기 때문이다.

이민성의 기록은 애매하지만, 맥락은 꽤 두껍다

이민성 감독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은 대전하나시티즌이다. 그는 2020년 말 대전 지휘봉을 잡았고,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1 승격을 이끌었다. 이 장면은 꽤 크다. K리그2에서 자본을 쓴다고 바로 승격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경기 수가 많고, 하위권 팀도 내려앉아 버티면 흐름이 쉽게 꼬인다. 그 안에서 승격이라는 결과를 만든 건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1부에서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대전은 2023시즌 K리그1에서 잔류에 성공했고, 공격적인 색채로 초반 화제를 만들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비 밸런스와 경기 운영 문제가 반복됐다. 2024시즌 초반에는 더 흔들렸다. 결국 이민성 감독은 2024년 5월 팀이 최하위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물러났다. 승격 감독이라는 장점과 1부 장기 운영의 불안이 한 명의 이력 안에 같이 들어 있는 셈이다.

홍명보의 팀과 이민성의 팀은 출발점이 다르다

홍명보 감독의 울산은 ‘우승해야 하는 팀’이었다. 2022년과 2023년 K리그1 연속 우승을 만들었고, 선수단 구성도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이런 팀에서 감독에게 요구되는 건 단순히 열심히 뛰는 축구가 아니다. 점유율을 가져갈 때의 세부 패턴, 강팀을 상대하는 법, 로테이션 관리, 아시아 무대까지 계산하는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반면 이민성 감독의 대전은 ‘올라가야 하는 팀’에서 ‘버텨야 하는 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래서 평가 기준이 다르다. 승격을 만든 추진력은 높게 봐야 하지만, 우승권 팀의 시즌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질문이다. 솔직히 이 지점 때문에 ‘차악의 선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고 본다. 최악은 아니지만, 확실한 최선이라고 밀어붙이기엔 근거가 부족한 카드라는 뜻이다.

차악이라고 부르기 전에 따져볼 세 가지

첫째, 선수단 장악력

이민성 감독은 선수 시절 수비수였고, 국가대표로도 60경기 이상을 뛴 인물이다. 라커룸에서 말의 무게가 아예 없는 지도자는 아니다. 특히 승격 경쟁처럼 감정 소모가 큰 레이스에서 팀을 끌고 간 경험은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스타급 선수가 많은 팀에서는 권위보다 설득력이 더 중요하다. 이름값으로 눌러서 되는 시대는 지났다.

둘째, 전술의 확장성

대전 시절 이민성 축구는 전진성이 있었다. 볼을 빼앗은 뒤 빠르게 올라가고, 측면과 2선의 속도를 살리는 장면도 많았다. 문제는 상대가 대비했을 때다. 1부에서는 압박을 풀어내는 구조, 수비 전환의 간격, 리드 상황에서 템포를 죽이는 능력이 계속 시험대에 오른다. 이 부분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면 상위권 팀의 감독으로는 부담이 커진다.

셋째, 위기 대응 속도

감독 평가는 좋을 때보다 꼬일 때 더 정확해진다. 연패가 왔을 때 포메이션을 바꿀지, 주전 의존도를 낮출지, 외국인 선수 활용법을 다시 잡을지 결정해야 한다. 대전에서의 마지막은 이 대목이 아쉬웠다. 흐름이 나빠졌을 때 반전을 만드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았다.

  • 장점: 승격 경험, 강한 동기 부여, 선수단과 직접 부딪히는 리더십
  • 약점: 1부 상위권 운영 경험 부족, 수비 안정성 의문, 장기 레이스 관리 부담
  • 관전 포인트: 코치진 구성과 데이터 분석 파트너를 얼마나 잘 붙이느냐

그래도 완전히 배제할 카드는 아니다

사실 감독 선임에서 ‘완벽한 카드’는 거의 없다. 외국인 감독은 적응 리스크가 있고, 검증된 국내 감독은 몸값과 타이밍이 걸린다. 내부 승격은 안정감은 있어도 새 동력이 약할 수 있다. 이런 판에서 이민성은 중간 어딘가에 있는 카드다. 이름값은 압도적이지 않지만, K리그 현장을 알고 있고, 승격이라는 압박을 통과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민성을 홍명보 후임 후보로 놓고 보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우승권 팀을 맡길 만큼 준비된 감독인가’다. 내 답은 아직 조심스럽다. 단독 카드로는 불안하지만, 강한 분석팀과 경험 많은 수석코치가 붙는 구조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감독 한 명의 카리스마로 시즌을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라, 벤치 전체의 판단력이 성적을 만든다.

내가 보는 가장 현실적인 평가

홍명보 후임 이민성이라는 조합은 확실히 팬들을 설레게 하는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축구판에서는 가끔 그런 선택이 더 오래 버틴다. 화려한 발표보다 중요한 건 첫 10경기에서 어떤 수비 간격을 만들고, 강팀전에서 어떤 플랜B를 꺼내며, 부상자가 나왔을 때 누굴 어디에 세우느냐다.

나에게 이민성은 ‘차악’이라는 단어로만 밀어낼 감독은 아니다. 다만 상위권 팀의 후임 후보라면 증명해야 할 항목이 너무 분명하다. 승격 감독의 에너지에서 멈추면 부족하고, 1부에서 한 번 흔들렸던 이유를 전술과 운영으로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을 준비했다면 의외의 실용적 선택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팬들이 걱정하는 바로 그 애매한 선택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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