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주드 벨링엄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골보다 먼저 보인 건 경기의 흐름이었다

Last Updated :
주드 벨링엄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골보다 먼저 보인 건 경기의 흐름이었다

얼마 전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다시 돌려보다가 주드 벨링엄의 움직임만 따로 보게 됐습니다. 처음엔 골 장면을 보려고 틀었는데, 이상하게도 득점보다 그 전 10초가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공을 받기 전에 이미 상대 미드필더 뒤쪽으로 몸을 숨기고, 센터백이 한 발 앞으로 나오면 바로 박스 안으로 들어갑니다. 숫자로 보면 미드필더인데, 장면으로 보면 공격수처럼 시간을 훔치는 선수입니다.

19골짜리 미드필더라는 이상한 문장

벨링엄의 레알 마드리드 첫 시즌인 2023-24시즌 라리가 기록은 28경기 19골이었습니다. 모든 대회를 합치면 42경기 23골. 이 숫자가 묘한 이유는 포지션 때문입니다. 9번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기본 출발점은 미드필더였으니까요. 물론 카림 벤제마가 떠난 뒤 레알의 전방 구조가 바뀌었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가 넓게 흔들어주는 환경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미드필더가 리그에서 19골을 넣는 건 그냥 ‘잘했다’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초반 페이스였습니다. 벨링엄은 레알 입단 후 첫 10경기에서 10골을 넣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09년 레알 첫 10경기에서 보여줬던 득점 페이스와 비교되는 장면이었죠. 그런데 벨링엄의 골은 전형적인 슈팅 몰아치기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박스 바깥에서 때리는 중거리보다, 흐름이 무너지는 순간에 빈 공간으로 들어가 마무리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골 냄새를 맡는다는 표현이 흔하지만, 벨링엄은 냄새보다 구조를 먼저 읽는 쪽에 가깝습니다.

레알에서 벨링엄이 바꾼 건 득점표만이 아니다

사실 2023-24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수 한 명에게 모든 득점을 몰아주는 팀이 아니었습니다. 비니시우스가 모든 대회 24골, 벨링엄이 23골, 호셀루가 18골, 호드리구가 17골을 넣었습니다. 이 분산 구조에서 벨링엄의 가치는 단순한 골 수보다 더 큽니다. 그는 중앙에서 공을 받아 전진하고, 측면 공격수들이 안쪽으로 들어올 때는 반대로 박스로 침투합니다. 그러니까 ‘연결하는 선수’와 ‘끝내는 선수’를 한 경기 안에서 계속 오갑니다.

특히 엘 클라시코에서 나온 극장골들은 벨링엄의 이미지를 확 바꿨습니다. 큰 경기에서 골을 넣는 선수는 많지만, 경기 흐름이 답답할 때 갑자기 한 장면을 만드는 선수는 팀의 심리까지 바꿉니다. 레알 팬들이 그에게 빨리 빠져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린 나이, 큰 이적료, 베르나베우의 압박감. 보통은 시간이 필요한 조건들인데, 벨링엄은 오히려 그 압박을 경기 템포로 바꿔버렸습니다.

2024-25시즌의 숫자는 왜 다르게 읽어야 할까

근데 2024-25시즌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벨링엄은 모든 대회 58경기 15골을 기록했고, 라리가에서는 31경기 9골이었습니다. 전 시즌 23골과 비교하면 득점만 놓고는 내려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하락이라기보다 역할 변화에 가깝습니다. 킬리안 음바페가 합류하면서 레알의 공격 무게중심은 다시 전방으로 이동했고, 벨링엄은 더 자주 중원 쪽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습니다.

이 변화가 꽤 중요합니다. 2023-24시즌의 벨링엄은 사실상 ‘가짜 9번과 10번 사이’에 있었습니다. 반면 2024-25시즌에는 전방의 스타들을 살리기 위해 볼 운반, 압박, 세컨드볼 회수, 후방 지원까지 더 넓은 일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득점이 줄어든 숫자만 보면 손해를 본 것 같지만, 경기 안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오히려 더 넓어졌습니다. 솔직히 이런 유형의 선수는 박스 스코어만 보면 손해를 봅니다. 좋은 장면의 시작점에 자주 있는데, 기록지에는 마지막 패스나 골만 남으니까요.

  • 2023-24 라리가: 28경기 19골
  • 2023-24 모든 대회: 42경기 23골
  • 2024-25 라리가: 31경기 9골
  • 2024-25 모든 대회: 58경기 15골

벨링엄을 볼 때 놓치기 쉬운 장면들

벨링엄의 장점은 피지컬과 기술을 따로 떼어 말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키가 크고 몸싸움이 강한데, 터치가 둔하지 않습니다. 전진 드리블을 할 때 상체로 상대를 밀어내면서도 공은 발밑에 붙여둡니다. 그래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패스 선택지가 한 박자 늦게까지 열려 있습니다. 이건 중원 선수에게 굉장히 큰 장점입니다. 급하게 내주지 않고, 상대가 먼저 움직이게 만든 뒤 빈 곳으로 보내니까요.

수비에서도 꽤 성가신 선수입니다. 단순히 많이 뛰는 타입이라기보다, 압박 방향을 잘 잡습니다.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가 등을 지고 받을 때 뒤에서 붙고, 패스가 측면으로 나가면 곧장 안쪽 패스길을 막습니다. 이런 플레이는 하이라이트에 잘 안 잡힙니다. 그런데 경기 전체를 보면 상대 빌드업이 자꾸 옆으로 밀리는 이유가 보입니다. 벨링엄이 중앙을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기록 너머의 벨링엄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벨링엄은 이미 라리가 올해의 선수급 시즌을 만들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의 주전 미드필더였습니다. 그래도 아직 2003년생입니다. 이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과제도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감정 조절, 부상 관리, 포지션 고정 문제는 앞으로 커리어를 가를 변수입니다. 특히 어깨 문제는 레알 이적 후에도 계속 따라다녔고, 보호대를 하고 뛰는 장면이 익숙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벨링엄이 특별한 건 이미 완성돼서가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커질 수 있어서입니다. 8번으로 뛰면 전진성과 압박이 살아나고, 10번에 가까워지면 박스 침투와 득점력이 살아납니다. 필요하면 더 아래에서 경기 리듬도 잡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다기능’인데, 벨링엄은 그 단어가 가볍게 느껴질 만큼 경기 안에서 맡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벨링엄을 볼 때마다 기록이 선수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기록이 선수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23골 시즌은 화려했고, 15골 시즌은 조금 더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두 시즌 모두 같은 메시지를 줍니다. 벨링엄은 골을 넣어서만 중요한 선수가 아니라, 골이 나올 만한 경기의 방향을 계속 만들어내는 선수입니다. 그래서 다음 시즌 그의 득점이 몇 골이든, 먼저 봐야 할 건 위치와 역할일 겁니다. 숫자는 그 다음에 더 재밌게 읽힙니다.

주드 벨링엄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골보다 먼저 보인 건 경기의 흐름이었다 - 요약
주드 벨링엄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골보다 먼저 보인 건 경기의 흐름이었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4834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