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란 기록을 다시 훑어봤더니, 골보다 무서운 건 반복성이었다

얼마 전 노르웨이 경기 기사를 보다가 홀란 이름이 또 헤드라인에 걸린 걸 봤는데, 솔직히 이제는 놀라는 쪽보다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넣었나’가 먼저 궁금해진다. 골 수가 많은 공격수는 늘 있었지만, 홀란은 조금 다르다. 경기장 안에서 오래 공을 만지지 않아도 기록지에는 가장 진하게 남는다.
득점왕이 아니라 득점 시스템에 가깝다
홀란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역시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36골이다. 단일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기록이었고, 맨체스터 시티 첫 시즌 전체 대회 52골이라는 숫자까지 붙었다. 적응 기간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보통 리그를 옮긴 스트라이커에게는 템포, 수비 강도, 동료와의 호흡 같은 변수가 따라붙는데 홀란은 그걸 거의 기록으로 눌러버렸다.
그런데 이 기록이 더 무서운 이유는 폭발력만이 아니다. 2025-26시즌에도 리그 26골, 전체 대회 37골 수준의 생산력을 이어갔다. 첫 시즌의 비정상적인 고점 이후 내려온 게 아니라, 여전히 리그 최상단 득점 생산을 반복했다는 쪽에 가깝다. 스포츠에서 진짜 강한 기록은 한 번의 피크보다 반복 가능한 고점에서 나온다.
공을 적게 만져도 경기를 바꾸는 타입
홀란 경기를 보면 가끔 이상한 느낌이 든다. 90분 내내 화면에 자주 잡히는 선수는 아닌데, 가장 중요한 장면에는 거의 항상 있다. 터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플레이메이커형 스타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이다. 박스 안에서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수비수 어깨 뒤로 숨어 있다가 크로스나 컷백 순간에 튀어나온다.
이건 단순히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축구가 아니다. 195cm의 체격, 긴 보폭, 빠른 가속은 당연히 큰 무기다. 근데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슈팅 위치를 고르는 감각이다. 무리한 중거리보다 기대 득점이 높은 구역을 반복해서 점유한다. 그래서 홀란의 골은 하이라이트만 보면 쉬워 보일 때가 많다. 사실 그 ‘쉬워 보이는 장면’을 계속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좋은 스트라이커와 괴물 같은 스트라이커의 차이
좋은 스트라이커는 찬스를 잘 끝낸다. 홀란은 찬스가 올 위치에 미리 서 있다. 이 차이가 시즌 전체로 쌓이면 엄청난 격차가 된다. 한두 경기에서는 침묵할 수 있어도, 30경기와 50경기 단위로 보면 결국 박스 안 점유율과 슈팅 질이 기록을 끌어올린다.
맨시티에서 숫자가 더 커진 이유
도르트문트 시절 홀란도 이미 비정상적인 득점 페이스를 보였다. 분데스리가 67경기 62골이라는 기록은 유망주 성장 곡선이라기보다 완성형 스트라이커의 숫자에 가까웠다. 그런데 맨시티로 오면서 다른 층위의 이야기가 생겼다. 케빈 더 브라위너, 필 포든, 베르나르두 실바 같은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패스 구조 안에서 홀란은 마지막 터치를 맡는 거대한 장치가 됐다.
펩 과르디올라 팀은 전통적으로 가짜 9번, 미드필더의 침투, 점유율 기반 압박으로 득점을 나눠 갖는 이미지가 강했다. 여기에 홀란이 들어오자 박스 안 종착점이 생겼다. 상대 수비는 라인을 올리면 뒷공간을 맞고, 내려앉으면 컷백과 세컨드볼을 견뎌야 한다. 선택지가 줄어드는 순간 홀란의 기대 득점은 올라간다.
-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36골로 단일 시즌 기록 경신
- 맨시티 첫 시즌 전체 대회 52골
- 2025-26시즌에도 전체 대회 37골 수준의 득점 흐름 유지
- 노르웨이 대표팀에서도 50골을 훌쩍 넘긴 국가대표 에이스
대표팀 기록이 말해주는 또 다른 가치
클럽 기록만 보면 ‘맨시티 시스템 덕분’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좋은 팀은 스트라이커의 슈팅 질을 높여준다. 그런데 노르웨이 대표팀 기록을 보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 대표팀에서도 홀란은 50골을 넘겼고, 2024년에는 요르겐 유베가 오래 갖고 있던 노르웨이 A매치 최다골 기록을 넘어섰다.
대표팀은 클럽보다 훈련 시간이 짧고, 동료 조합도 자주 흔들린다. 그런 환경에서도 득점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건 개인의 마무리 능력뿐 아니라 전술을 단순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노르웨이는 홀란이 있으면 공격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빠른 전환, 측면 크로스, 박스 안 침투. 복잡하지 않아도 위협적이다.
홀란의 진짜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홀란을 평가할 때 가끔 아쉬운 말이 붙는다. 연계가 부족하다거나, 큰 경기에서 공을 오래 잡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완전히 틀린 지적은 아니다. 스트라이커도 현대 축구에서는 압박, 연계, 공간 창출을 모두 요구받는다. 다만 모든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위대해질 필요는 없다. 홀란은 짧은 관여로 가장 비싼 결과를 만드는 쪽에 특화돼 있다.
그래서 나는 홀란의 경기를 볼 때 골 장면보다 직전 5초를 더 자주 돌려본다. 수비수 시야에서 사라지는 움직임, 패스가 나오기 전 반 박자 먼저 꺾는 발, 골키퍼가 반응하기 어려운 낮고 빠른 슈팅. 숫자는 차갑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홀란은 골을 많이 넣는 선수를 넘어, 득점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반복 가능한 기술인지 계속 증명하는 선수로 보인다.
기록 참고: Premier League, Manchester City, Norwegian Football Federation, The Guardian 보도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