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클로저 출신 4명을 모아봤더니, 불펜 운영이 완전히 달라졌다

얼마 전 다저스 불펜 명단을 다시 보다가 숫자 하나에서 멈췄습니다. 그냥 좋은 불펜이 아니라, 한때 9회를 맡았거나 실제로 세이브 상황을 책임졌던 투수들이 한 팀에 여럿 모여 있더라고요. Tanner Scott, Kirby Yates, Evan Phillips, Blake Treinen. 이름만 놓고 보면 한 팀의 7회, 8회, 9회가 아니라 각자 다른 팀에서 9회를 던졌던 투수들의 모임에 가깝습니다.
다저스 마무리 출신 4명 보유라는 표현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값을 모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현대 야구에서 불펜은 이제 ‘누가 9회를 던지느냐’보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누가 나가느냐’가 더 중요해졌고, 다저스는 그 흐름을 꽤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팀입니다.
이름값보다 중요한 건 9회 경험의 밀도
클로저 경험은 생각보다 특수합니다. 1점 차 9회,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투수의 몸은 다르게 반응합니다. 관중 소리, 벤치의 시선, 한 타자 실투가 바로 경기 결과로 이어지는 압박감. 이건 구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Scott은 2024년에 마이애미와 샌디에이고를 거치며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했습니다. 좌완 강속구 불펜이면서 삼진을 잡을 수 있고, 좌우 타자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Yates는 2024년 텍사스에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1.17을 찍었습니다. 나이만 보면 베테랑인데, 스플리터의 낙차와 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은 여전히 최상급이었습니다.
Phillips는 다저스에서 이미 중요한 9회를 맡아본 투수입니다. 2023년 24세이브를 기록했고, 큰 경기에서 특정 이닝에 묶이지 않고 투입되는 방식에도 익숙했습니다. Treinen은 더 오래된 사례지만 2018년 오클랜드 시절 38세이브, 평균자책점 0.78이라는 괴물 같은 시즌이 있습니다. 그 시즌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의 구원투수 중 하나였습니다.
다저스가 굳이 4명을 쌓아둔 이유
겉으로 보면 과해 보입니다. 9회는 한 이닝뿐인데 클로저 출신이 왜 네 명이나 필요할까 싶죠. 그런데 다저스의 시즌 운영을 보면 답이 꽤 선명합니다. 이 팀은 162경기 전체와 10월 야구를 같이 계산합니다.
정규시즌에는 불펜 소모를 분산해야 합니다. 특정 투수에게 세이브 상황을 몰아주면 숫자는 예쁘게 쌓일 수 있지만, 8월 이후 구위가 떨어질 위험도 커집니다. 반대로 9회 경험이 있는 투수가 여러 명이면 연투 관리, 상대 타순, 좌우 매치업에 따라 훨씬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 Scott: 좌완 파워 암, 강한 타구 억제와 삼진 능력
- Yates: 스플리터 기반의 헛스윙 유도, 베테랑 경기 운영
- Phillips: 다저스 시스템에 익숙한 하이레버리지 자원
- Treinen: 건강할 때 땅볼과 약한 타구를 끌어내는 싱커형 압박
이 조합은 같은 유형 네 명이 아닙니다. 구속, 구종, 손잡이, 타자 상대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7회부터 매 이닝 다른 문제지를 받아드는 느낌이 됩니다.
세이브 숫자보다 하이레버리지 감각
사실 세이브는 불펜 투수를 평가하기에 애매한 기록입니다. 3점 차 9회도 세이브고, 1점 차 무사 1, 2루에서 중심타선을 막는 8회도 경기의 승부처입니다. 그런데 공식 기록의 조명은 대개 9회 투수에게 갑니다.
다저스가 재미있는 건 이 조명을 일부러 흐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 중심타선이 8회에 걸리면 Scott이나 Phillips를 먼저 쓸 수 있습니다. 9회 하위 타순에는 Yates가 나갈 수도 있고, 땅볼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Treinen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전통적인 클로저 운영과는 다릅니다.
이 방식은 포스트시즌에서 특히 강합니다. 10월에는 하루하루가 다르고, 특정 타자가 시리즈 흐름을 바꿉니다. 9회 고정 클로저 한 명에게 모든 걸 맡기는 팀보다, 6회 이후 위기마다 다른 카드를 꺼낼 수 있는 팀이 버티기 쉽습니다. 물론 이름값만으로 되는 건 아닙니다. 건강, 제구, 연투 후 회복이 따라와야 합니다.
불안 요소도 분명히 있다
솔직히 이 구성은 화려하지만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Treinen은 최근 몇 년간 부상 관리가 늘 변수였고, Yates도 나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Scott은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대신 볼넷이 늘어나는 구간이 생기면 이닝이 갑자기 길어질 수 있습니다. Phillips 역시 컨디션이 흔들릴 때 장타 허용이 부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저스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불펜은 원래 변동성이 큰 영역입니다. 한 명에게 기대는 것보다, 9회 경험이 있는 투수를 여러 명 확보해 실패 확률을 나눠 갖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특히 선발진에 부상 변수가 생기거나, 오타니처럼 투타 관리가 필요한 자원이 있는 팀이라면 불펜의 완충 능력은 더 중요해집니다.
이 팀의 불펜은 기록보다 운영 방식이 더 재밌다
다저스 마무리 출신 4명 보유라는 문장은 처음엔 자극적인 로스터 소개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조금만 뜯어보면 이건 현대 야구의 불펜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세이브왕 한 명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압박을 견뎌본 투수들을 여러 지점에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구성이 다저스다운 선택이라고 봅니다. 돈을 썼다는 얘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저스는 숫자가 말해주는 안정감과, 큰 경기에서 이미 심박수가 올라가 본 투수들의 경험을 같이 산 겁니다. 그래서 이 불펜은 단순히 강하다기보다, 경기 흐름을 쪼개서 장악하려는 팀의 의도가 잘 보이는 조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