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히샬리송에 3000만 유로를 붙였다길래 기록부터 다시 봤다

숫자 하나가 분위기를 바꿀 때가 있다
얼마 전 토트넘 관련 이적 소식을 보다가 히샬리송 이름 옆에 붙은 3000만 유로라는 숫자에서 잠깐 멈췄다. 그냥 ‘비싸다, 싸다’로 넘기기에는 묘한 금액이다. 토트넘이 2022년 에버턴에서 데려올 때 들인 돈은 공개 보도 기준 약 6000만 파운드였다. 그런데 지금 거론되는 요구액이 3000만 유로라면, 이건 단순한 판매가가 아니라 지난 몇 년간의 기대치가 얼마나 깎였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다.
사실 히샬리송은 기록지만 보면 평가가 꽤 흔들리는 선수다. 경기장에서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전방 압박도 성실하게 하고, 큰 경기에서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능력도 있다. 근데 공격수에게 결국 따라붙는 질문은 골이다. 토트넘에서의 시간은 그 질문에 매번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처음 가격과 지금 가격 사이의 간격
토트넘이 히샬리송을 영입했을 때의 기대는 분명했다. 손흥민, 해리 케인, 데얀 쿨루셉스키가 있는 공격진에 다기능 스트라이커를 추가하는 그림이었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브라질 대표팀 경력까지 있는 선수. 당시에는 ‘비싸지만 즉시전력’이라는 설명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적료는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아니라 회계와 경기력으로 다시 평가된다. 6000만 파운드 가까운 투자였던 선수가 3000만 유로 선에서 이야기된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손실을 인정하더라도 임금 구조와 스쿼드 공간을 확보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냉정한 시장에서는 이름값보다 최근 12개월의 생산성이 더 크게 작동한다.
- 2022년 토트넘 입단 당시 보도된 이적료: 약 6000만 파운드
-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11골
- 최근 이적설에서 거론되는 요구액: 약 3000만 유로 수준
- 포지션 가치: 중앙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 겸업 가능
여기서 흥미로운 건 3000만 유로가 아주 낮은 금액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프리미어리그 검증, 브라질 대표팀 경력, 아직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나이를 생각하면 구매 구단 입장에서도 ‘재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토트넘이 기대했던 주전급 해결사 가격은 아니다.
히샬리송의 문제는 실력 부족만이 아니었다
히샬리송을 볼 때 늘 아쉬운 건 리듬이다. 좋은 흐름이 오면 부상이나 팀 전술 변화가 끼어들었고, 다시 돌아오면 경쟁 구도가 달라져 있었다. 공격수에게 연속 출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5경기, 6경기를 이어 뛰면서 박스 안 움직임이 살아나고, 동료와 패스 타이밍이 맞아야 골도 늘어난다.
2023-24시즌 리그 11골은 그냥 버릴 숫자가 아니다.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꽤 분명한 기준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숫자가 토트넘 커리어 전체의 안정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한 시즌 반짝 반등처럼 보이면 시장은 보수적으로 반응한다. 특히 공격수 시장에서는 ‘최근에 꾸준히 넣었나’가 거의 모든 협상의 출발점이다.
전방 압박과 득점의 간극
히샬리송은 압박, 제공권, 감정적인 에너지에서는 팀에 줄 수 있는 게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훈련장에서 싫어하기 어려운 유형이다. 근데 토트넘 같은 팀에서 9번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건 결국 박스 안 결정력이다. 손흥민이 왼쪽과 중앙을 오가고, 새 공격 자원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열심히 뛰는 공격수’만으로는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3000만 유로 요구는 꽤 현실적인 신호처럼 보인다. 토트넘이 선수를 헐값에 던지는 느낌까지는 피하면서도, 협상 가능한 구간을 열어둔 금액이다. 사우디, 브라질, 혹은 유럽 중상위권 팀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범위다. 완전한 스타 가격은 아니지만, 실패한 영입 딱지를 붙이고 끝낼 가격도 아니다.
토트넘 공격진 재편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
히샬리송 이적설은 선수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토트넘이 공격진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짜려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근 몇 년간 토트넘은 케인 이후의 중앙 공격수 문제를 계속 안고 있었다. 손흥민을 중앙에 세우면 득점력은 올라가지만 측면 파괴력이 줄고, 전문 9번을 쓰면 연계와 압박 강도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여기에 새 공격수 영입설까지 겹치면 히샬리송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구단은 같은 포지션에 비슷한 연봉과 출전 시간을 나눠줄 수 없다. 특히 유럽대항전, 리그, 컵대회를 모두 계산해도 공격진에는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히샬리송이 남는다면 명확한 로테이션 9번이거나 좌측 백업이어야 하는데, 그의 몸값과 급여를 생각하면 그 역할이 경제적으로 깔끔하지 않다.
3000만 유로는 실패 선언보다 다음 선택에 가깝다
나는 이 금액을 보면서 토트넘이 히샬리송을 포기했다기보다, 더 이상 과거 이적료에 묶이지 않겠다는 쪽으로 읽었다. 축구 시장에서 제일 위험한 건 이미 쓴 돈을 회수하려고 현재 판단까지 흐리는 것이다. 6000만 파운드에 샀으니 그만큼 받아야 한다는 계산은 팬 감정에는 맞을 수 있어도, 실제 협상장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히샬리송에게도 이적은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꾸준히 선발로 뛰고, 박스 안에서 더 많은 터치를 가져갈 수 있는 팀이라면 다시 두 자릿수 득점을 노릴 수 있다. 토트넘에서는 매번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선수에게도 구단에게도 애매한 동거가 계속되는 것보다, 3000만 유로 안팎에서 새 판을 여는 편이 더 축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래도 히샬리송을 단순히 실패한 영입으로만 부르고 싶지는 않다. 그는 토트넘에서 완전히 사라진 선수도 아니었고, 몇몇 순간에는 분명히 팀의 온도를 바꿨다. 다만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의 공격수 자리는 순간보다 반복을 더 냉정하게 본다. 그래서 이 3000만 유로라는 숫자는 차갑지만, 꽤 솔직한 현재 위치표처럼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