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이적설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아틀레티코행이 꽤 말이 되는 이유

PSG에서 남은 건 트로피보다 출전 리듬이었다
얼마 전 이강인 관련 스페인발 보도를 연달아 보는데, 이상하게 단순한 이적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선수 이적은 이적료와 행선지로만 소비되는데, 이강인의 경우는 숫자를 따라가면 이야기가 더 선명해진다. PSG는 2023년 여름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을 데려오며 2028년까지 5년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적료는 약 2,200만 유로로 알려졌다. 그런데 2026년 7월 현재 스페인 AS 등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3,500만 유로 고정 이적료에 옵션 포함 최대 4,000만 유로 규모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식 발표만 남았다는 흐름까지 전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은 PSG가 손해를 보는 거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2,200만 유로에 데려온 선수를 3년 뒤 3,500만~4,000만 유로 선에서 내보낸다면 장부상으로도 나쁘지 않다. 반대로 이강인 입장에서는 트로피 많은 팀에서의 ‘좋은 조각’보다, 경기 안에서 더 많은 결정을 맡는 선수가 되는 길을 택하는 모양새다. 사실 팬 입장에서는 이게 더 중요하다. 빅클럽 벤치에서 박수받는 선수와, 매주 선발 명단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는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산다.
마요르카 시절 숫자가 아직도 이적 시장을 설득한다
이강인의 몸값을 지금까지 버티게 만든 출발점은 마요르카 2022-23시즌이었다. 공식 기록 기준 그는 리그와 컵을 합쳐 39경기 6골을 남겼고, 라리가에서 드리블 성공과 전진 패스, 세트피스 생산성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었다. 숫자만 보면 공격포인트가 폭발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경기 내용을 보면 달랐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받아 압박을 벗겨내고, 왼발로 방향을 바꾸고, 동료가 뛰기 전에 패스 길을 열어주는 장면이 많았다.
이 유형은 이적 시장에서 늘 애매하게 평가된다. 골을 15개 넣는 윙어보다 설명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꽤 귀하다. 특히 강한 압박을 받는 팀, 중앙과 측면 사이 공간을 자주 쓰는 팀, 세트피스 한 방이 필요한 팀에서는 이강인 같은 왼발잡이 플레이메이커가 전술의 숨통이 된다. 아틀레티코가 이강인을 보는 이유도 여기에 가깝다. 단순히 한국 시장을 노린 영입이라면 3,500만 유로급 보도가 나오기 어렵다.
PSG 기록은 실패보다 역할의 한계를 보여준다
PSG에서 이강인은 실패한 선수가 아니었다. 2023-24시즌에는 공식전 36경기 5골, 2024-25시즌에는 49경기 7골을 기록했다는 집계가 있다. 2025-26시즌도 AS 보도 기준 39경기 4골 5도움으로 소개됐다. 이 정도면 출전 자체가 끊긴 선수는 아니다. 문제는 ‘몇 경기 뛰었나’보다 ‘어떤 상태로 뛰었나’다.
PSG의 공격진은 늘 경쟁이 과밀하다. 측면에는 폭발적인 윙어가 있고, 중앙에는 빠른 템포로 마무리까지 가져가는 선수들이 있다. 이강인은 오른쪽 윙,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때로는 경기 후반 템포 조절 카드로 쓰였다. 장점이 다양하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빅클럽에서는 가끔 고정 역할을 못 잡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이강인의 커리어 다음 단계에는 ‘다재다능함’보다 ‘이 자리에서는 이강인’이라는 확실한 문장이 필요하다.
아틀레티코라면 왜 더 어울릴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강인에게 낯선 리그가 아니다. 발렌시아 유스, 발렌시아 1군, 마요르카를 거치며 스페인 축구의 압박 거리와 경기 리듬을 몸으로 배웠다. 이 적응 비용이 낮다는 건 꽤 큰 장점이다. 프리미어리그처럼 템포 적응이 새로 필요한 리그보다, 라리가 복귀는 전술 이해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전술적으로 보면 이강인은 아틀레티코에서 세 가지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왼발 패스와 크로스를 공급하는 인사이드 자원
- 상대가 내려앉았을 때 세트피스와 중거리 패스로 균열을 내는 공격형 미드필더
- 경기 후반 점유율을 회복하고 템포를 낮추는 교체 카드 이상의 조율자
특히 그리즈만 이후 창의성의 비중을 나눠 가져야 하는 팀이라면, 이강인의 왼발은 꽤 현실적인 해답이다. 물론 그리즈만처럼 15골 이상을 기대하는 영입은 아니다. 이강인은 직접 마침표를 찍는 선수라기보다 문장을 길게 이어주는 선수에 가깝다. 근데 아틀레티코처럼 한 골 차 경기, 세트피스, 전환 수비가 중요한 팀에서는 그 문장 하나가 승점으로 바뀐다.
이적료 4,000만 유로가 말하는 기대치
보도대로 최대 4,000만 유로라면 이건 ‘괜찮은 로테이션’ 가격이 아니다. 주전 경쟁에서 꽤 앞쪽에 세워 보겠다는 액수다. PSG가 2028년까지 계약이 남은 선수를 급하게 싸게 팔 이유도 없고, 아틀레티코도 단순 마케팅 카드에 이 금액을 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강인 이적은 감성보다 계산에 가깝다.
물론 공식 발표 전까지는 조심해서 봐야 한다. 2026년 7월 12일 기준으로 AS는 이강인의 아틀레티코행이 공식 발표를 앞뒀다고 보도했고, 앞선 보도에서는 PSG가 약 3,500만 유로 수준의 가치를 책정했다고 전했다. 참고 보도는 AS의 Kang-In Lee, a falta de ser oficial, Atlético, Kang-in Lee y PSG: todos quieren, 그리고 PSG 입단 시점과 계약 기간을 다룬 선수 기록 페이지를 함께 봤다.
내가 이 이적설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강인은 이제 ‘좋은 팀에 있는 한국 선수’가 아니라 ‘어떤 팀의 공격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아야 할 시점에 왔다. 아틀레티코행이 현실이 된다면, 첫 시즌의 관전 포인트는 골 수보다 선발 비율, 오른쪽 하프스페이스 터치 수, 세트피스 전담 비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숫자들이 올라간다면 이 이적은 이름값보다 훨씬 실속 있는 선택으로 남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