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성호에서 빠진 옌스 카스트로프, 명단 하나가 이렇게 뜨거워진 이유

얼마 전 대표팀 명단을 보다가 옌스 카스트로프 이름이 빠진 걸 확인했는데, 솔직히 그냥 한 줄짜리 제외로 넘기기엔 걸리는 게 많았다. 카스트로프는 단순한 해외파 유망주가 아니다. 독일 연령별 대표를 거쳤고, 2025년 8월 FIFA의 협회 변경 승인을 받은 뒤 9월 6일 미국전에서 한국 A대표팀 데뷔까지 치른 선수다. 그런 선수가 이민성호 명단에서 빠졌다면 팬들이 “왜?”라고 묻는 건 꽤 자연스럽다.
논란은 이름값보다 타이밍에서 시작됐다
카스트로프 제외가 유독 크게 보인 이유는 그의 서사가 워낙 선명했기 때문이다. 2003년생, 독일 뒤셀도르프 출생, 한국계 어머니, 독일 U-16부터 U-21까지 거친 이력. 여기에 한국 대표팀으로 방향을 바꾼 뒤 A대표팀까지 밟았다.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흔하지 않은 케이스다.
그런데 이민성호는 연령대 대표팀이다. 당장 성적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의 전술적 뼈대를 만드는 팀이기도 하다. 그런 무대에서 유럽 1군 경험이 있는 미드필더를 쓰지 않는 선택은 당연히 해석을 부른다. 팬들이 분노한다기보다, 숫자와 맥락을 아는 팬일수록 이 선택의 비용을 따져보게 된다.
- 카스트로프는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 자원이다.
- 2025년 한국 A대표팀에 합류해 성인 국제무대 적응을 시작했다.
- 2003년생이라 연령대 대회 맥락에서도 상징성이 컸다.
- 독일식 압박, 전환, 몸싸움 경험을 가진 카드라는 점이 차별점이었다.
이민성호가 놓친 건 선수 한 명만이 아니다
축구 명단은 늘 23명 안팎의 선택이다. 누군가 들어오면 누군가는 빠진다. 그래서 카스트로프 제외 자체를 무조건 실수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이 케이스는 포지션 경쟁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부족하다고 말해온 영역, 즉 강한 압박 속에서 버티고 전진 패스를 넣는 미드필더 유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카스트로프는 화려한 공격 포인트로만 설명되는 선수는 아니다. 2.분데스리가 뉘른베르크 시절부터 활동량, 경합, 전진성으로 평가를 받아왔고, 이후 묀헨글라트바흐로 옮기며 더 높은 레벨의 경쟁에 들어갔다. 이런 선수는 골과 도움만 보면 매력이 덜 보인다. 하지만 중원에서 압박을 받았을 때 공을 잃지 않고, 수비 전환 때 첫 번째 저지선이 되는 역할은 기록지 뒤쪽에 숨어 있다.
문제는 전술 적합성이다
이민성호가 빠른 측면 전개와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을 더 중시했다면 카스트로프 제외는 설명이 된다. 연령대 대표팀은 짧은 소집 기간에 팀을 만들어야 한다. 말이 잘 통하고, 같은 리그 리듬을 공유하고, 훈련장에서 즉시 약속을 맞출 수 있는 선수들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근데 국제대회로 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고, 경기 템포가 거칠어지고, 심판 판정 기준이 K리그와 다를 때 유럽에서 몸으로 부딪힌 경험은 꽤 큰 무기가 된다. 카스트로프가 무조건 선발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60분 이후 흐름을 바꾸는 카드로 실험할 가치는 있었다는 얘기다.
기록으로 보면 논란의 온도가 이해된다
팬들이 이 사안을 예민하게 보는 건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축구는 최근 몇 년간 연령별 대표팀에서 ‘좋은 재능은 많은데,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경기’가 반복됐다. 빌드업 초반은 괜찮아도 상대가 라인을 올리면 패스 길이 좁아지고, 세컨드볼 싸움에서 밀리며 흐름을 넘겨주는 장면이 많았다.
카스트로프의 프로필은 바로 그 지점과 맞닿아 있다. 키 177cm로 압도적인 피지컬은 아니지만, 독일 무대에서 살아남은 미드필더답게 몸을 먼저 넣고 버티는 플레이가 강점이다. 또 풀백까지 가능한 선수라 경기 중 포메이션 변화에도 쓸 수 있다. 토너먼트에서는 이런 멀티성이 생각보다 크다. 교체 카드가 제한되고, 부상이나 경고 누적이 나오면 한 명이 두 포지션을 메우는 능력이 경기 운영을 바꾼다.
- 공격 포인트보다 압박 저항과 수비 전환 가치가 큰 유형이다.
- 중앙 미드필더, 오른쪽 측면 수비 역할까지 가능한 폭이 있다.
- 독일 연령별 대표 경험과 한국 A대표팀 경험을 동시에 가진 드문 사례다.
- 짧은 대회에서는 선발보다 조커 카드로도 의미가 있다.
그래도 감독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명단 밖에서 보는 팬의 시선과 훈련장 안에서 보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다르다. 몸 상태, 소속팀과의 협의, 선수 본인의 컨디션, 전술 이해도, 장거리 이동 부담까지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특히 유럽 소속 선수는 소집 시점 하나만으로도 컨디션 관리가 꼬일 수 있다.
이민성 감독이 국내파 중심의 조직력을 우선했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향이다. 연령대 대표팀에서는 ‘가장 좋은 선수 23명’보다 ‘가장 빨리 팀이 되는 23명’이 더 실용적일 때가 있다. 다만 문제는 팬들이 그 기준을 납득할 만큼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카스트로프처럼 상징성이 큰 선수일수록 제외 사유가 비어 있으면 상상만 커진다.
이 논란이 남긴 진짜 숙제
카스트로프 제외 논란은 한 선수의 선발 여부를 넘어, 한국 축구가 이중국적·해외 성장 선수들을 어떻게 품을지 묻는 장면처럼 보인다. 한국 대표팀을 선택한 선수에게 “와줘서 고맙다”에서 끝나면 안 된다.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전술 안에서, 어떤 단계로 적응시킬지 플랜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카스트로프가 당장 이민성호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실험조차 적었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팀 명단은 늘 현재 성적과 미래 자산 사이의 줄타기다. 이번 제외가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더 뚜렷한 팀 방향을 세우는 과정이었다면 팬들도 결국 경기력으로 판단할 것이다. 반대로 중원에서 또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때 카스트로프의 이름은 다시 꽤 크게 호출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