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를 떠난 뒤 오윤석 기록을 다시 봤더니, 인연보다 숫자가 먼저 말을 했다

얼마 전 KT 경기 기록지를 넘기다가 오윤석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롯데 팬들에게는 아직도 묘하게 익숙한 이름인데, 막상 지금의 오윤석은 꽤 오래 KT 유니폼이 더 자연스러운 선수가 됐다. 그런데 이 선수의 흐름은 단순히 ‘롯데 출신 내야수’ 정도로만 보면 조금 아깝다. 숫자를 따라가면, 롯데와 인연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와 KT에서 살아남은 방식이 꽤 선명하게 보인다.
롯데에서 시작했지만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오윤석은 1992년생 내야수다. 화중초, 자양중, 경기고, 연세대를 거쳐 2014년 롯데 육성선수로 지명됐고, KBO 등록상 입단은 2015년 롯데다. 처음부터 대형 유망주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타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회가 왔을 때 얼마나 버티느냐’가 더 중요한 선수에 가까웠다.
롯데 시절 1군 기록만 놓고 보면 그 느낌이 더 강하다. 2015년 29경기에서 타율 0.273, 2018년 13경기에서 0.167, 2019년 76경기에서 0.222였다. 그러다 2020년에 63경기 타율 0.298, 4홈런, 32타점, 출루율 0.388, 장타율 0.423으로 확 튀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이제 자리 잡나?”라는 기대가 생길 만했다.
근데 야구에서 타이밍은 참 잔인하다. 롯데 내야는 늘 경쟁이 빡빡했고, 오윤석은 확실한 주전 카드라기보다 여러 포지션을 메울 수 있는 활용형 카드에 가까웠다. 2020년 반등이 있었지만, 그 반등이 롯데에서 긴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KT 이적 뒤, 역할이 더 분명해졌다
오윤석의 현재 소속은 KT 위즈다. KBO 선수 등록 기준으로 등번호는 4번, 포지션은 내야수, 우투우타다. 2026년 연봉은 1억3500만 원으로 올라와 있다. 롯데에서 시작한 선수지만, 지금 커리어의 중심 무대는 확실히 수원 쪽으로 넘어왔다.
KT 이적 후 기록을 보면 ‘주전 고정’보다 ‘필요한 구간에 들어가서 팀을 받치는 선수’라는 표현이 잘 맞는다. 2021년 97경기 타율 0.244, 2022년 112경기 타율 0.234, 2023년 82경기 타율 0.251. 숫자만 보면 화려하진 않다. 그런데 KT는 이 시기에 우승권 전력을 굴렸고, 이런 팀에서 80~110경기 안팎을 계속 뛰었다는 건 벤치 자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2024년이 재밌다. 73경기에서 타율 0.293, 6홈런, 27타점, OPS 0.858 수준의 생산력을 냈다. 이전까지 오윤석을 ‘수비와 활용도 중심’으로 봤다면, 2024년은 방망이로도 꽤 묵직한 시즌이었다. 174타수 51안타, 2루타 12개, 3루타 2개, 홈런 6개. 장타율 0.489라는 숫자는 그냥 우연히 나온 보조 자원 기록으로 넘기기 어렵다.
2026년 근황은 꽤 실속 있다
2026년 7월 중순 기준 KBO 기본 기록에서 오윤석은 KT 소속으로 59경기, 142타석, 타율 0.287을 기록 중이다. 129타수 37안타, 6개의 2루타, 16타점, 21득점. 홈런은 아직 없지만 출루율 0.340, 장타율 0.333, OPS 0.673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폭발력’보다 ‘경기 안에서 끊기지 않게 해주는 타자’ 쪽이다.
눈에 들어오는 건 득점권 타율 0.417이다. 표본이 아주 크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숫자는 선수의 활용 가치를 실제 경기 안에서 다르게 만든다. 벤치에서 출발하든, 하위 타순에 들어가든, 주자가 있을 때 한 번 연결해주는 타자가 있으면 감독 입장에서는 계산이 선다.
- 2026년 현재: 59경기, 타율 0.287, 37안타, 16타점
- 최근 10경기 합계: 타율 0.333, 21타수 7안타
- 득점권 타율: 0.417
- 2026년 1군 등록 일수: 106일, 그중 10일은 부상자명단
물론 약점도 보인다. 삼진 33개, 병살타 5개, 실책 4개는 체크해야 할 숫자다. 특히 홈런이 없는 시즌 흐름에서는 장타 하나로 흐름을 바꾸는 선수라기보다, 타석의 질과 수비 안정성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내야수가 1군에서 꾸준히 타석을 받고 있다는 건 가볍지 않다.
롯데와 닿지 않은 인연, 그래도 이야기는 남았다
롯데 팬 입장에서 오윤석은 묘한 이름이다. 2020년에 타율 0.298을 찍고도 팀의 장기 플랜 안에 깊게 자리 잡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금 KT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저 선수가 롯데에 남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런데 선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KT행이 커리어를 더 길게 만든 선택지였을 수도 있다. KT는 내야 전술 운용이 촘촘한 팀이고, 오윤석 같은 멀티 내야수에게는 매년 필요한 자리가 생긴다. 완전한 중심타자는 아니어도, 시즌 중 부상과 컨디션 저하가 쌓이는 구간에서 팀을 굴러가게 하는 선수. 이 역할은 기록지에서 크게 보이지 않지만,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안에서는 꽤 비싸다.
통산 흐름도 그렇다. 롯데 시절에는 기회를 잡는 과정이 더 길었고, KT에서는 2021년 이후 매년 7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1군 자원으로 남았다. 2024년처럼 타격이 터진 시즌도 있었고, 2026년에는 다시 2할 후반대 타율과 득점권 생산성으로 존재감을 만들고 있다. 화려한 스타 서사는 아니지만, 이런 커리어가 사실 KBO의 허리를 만든다.
오윤석을 보는 재미는 숫자 사이에 있다
오윤석의 근황을 따라가다 보면, 야구에서 ‘인연’이라는 말이 얼마나 복잡한지 느껴진다. 롯데에서 출발했고, 한때 가능성을 보여줬고, 그러나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대신 KT에서 더 긴 시간을 버티며 자기 쓰임새를 증명하고 있다.
팬들은 대개 홈런왕, 에이스, 프랜차이즈 스타를 먼저 기억한다. 그런데 시즌을 계속 보다 보면 오윤석 같은 선수에게도 눈이 간다. 59경기 타율 0.287, 득점권 0.417이라는 현재 숫자는 거창하진 않아도 분명히 말한다. 아직 이 선수는 경기 안에서 할 일이 있고, 롯데와 닿지 않았던 인연이 끝난 뒤에도 자기 방식으로 꽤 오래 버티고 있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