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롯데 200억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백민기의 두산 시간이 다르게 보였다

Last Updated :
롯데 200억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백민기의 두산 시간이 다르게 보였다

얼마 전 다시 꺼내 본 이름, 백민기

얼마 전 옛 KBO 기록을 뒤적이다가 백민기라는 이름에서 잠깐 멈췄다. 엄청난 누적 기록을 남긴 선수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숫자만 보면 짧다. 통산 타율 0.160, 홈런 1개, 타점 6개. 그런데 야구 기록은 가끔 이렇게 작아 보이는 숫자 뒤에 더 큰 이야기를 숨겨놓는다.

백민기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출발해 두산 베어스 유니폼까지 입었던 외야수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5순위로 롯데에 들어왔고, 1군 데뷔도 롯데에서 했다.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다. 2013년 30경기, 2014년 9경기, 2015년 8경기. 세 시즌을 합쳐도 타석 수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이름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성적표보다 이동 경로에 있다. 민병헌이 FA로 두산에서 롯데로 옮긴 뒤, 두산이 보상선수로 백민기를 지명했다. 팬들이 흔히 말하는 ‘롯데 200억의 기억’ 속 한 장면이다. 정확한 계약 총액만 놓고 보면 손아섭 98억, 민병헌 80억으로 178억이지만, 당시 롯데가 외야 전력에 거액을 쏟아부은 분위기는 거의 200억 투자처럼 남아 있다.

롯데의 큰돈, 그리고 보상선수라는 냉정한 장치

FA 시장은 늘 화려하다. 계약 발표에는 총액이 붙고, 팬들은 곧바로 라인업을 그려본다. 그런데 FA의 뒷면에는 보상선수 제도가 있다. 선수를 데려오는 팀은 즉시 전력을 얻지만, 원소속팀은 보호명단 바깥에서 다른 가능성을 고른다. 백민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두산으로 향했다.

롯데 입장에서 당시 선택은 명확했다. 손아섭을 붙잡고, 민병헌을 데려오며 외야의 현재를 강화했다. 중심 타선과 상위 타선의 안정감, 수비 범위, 경험까지 한 번에 계산한 투자였다. 근데 이런 투자는 늘 다른 비용을 만든다. 돈만 나가는 게 아니라, 명단 밖 선수도 움직인다.

두산의 시선은 달랐다. 두산은 이미 야수 육성, 백업 활용, 선수층 순환에 강점이 있던 팀이었다. 보상선수 한 명을 고를 때도 당장 주전 한 자리를 기대하기보다, 팀 안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본다. 백민기는 빠른 발과 외야 수비, 우타 외야 자원이라는 프로필이 있었다. 두산이 보기엔 써볼 만한 카드였다.

두산에서 남긴 2018년의 작은 반짝임

백민기의 두산 시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해는 2018년이다. 그해 그는 23경기에 나와 타율 0.222, 27타수 6안타, 2루타 2개, 홈런 1개, 4타점, 6득점을 기록했다. 표본은 작다. 하지만 롯데 시절 1군에서 장타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산에서 기록한 첫 홈런은 그냥 숫자 하나로 넘기기 어렵다.

사실 백업 외야수의 기록은 주전 선수처럼 읽으면 안 된다. 500타석을 받고 남긴 타율 0.222와, 30타석 안팎에서 남긴 타율 0.222는 의미가 다르다. 후자는 경기 감각이 일정하지 않고, 대수비와 대주자, 간헐적 선발 출전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상대 투수도 낯설고, 벤치의 요구도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2018년 백민기의 숫자는 ‘터졌다’보다 ‘존재감을 보였다’에 가깝다. 23경기에서 6득점을 올렸다는 건, 출루 뒤 움직임이나 대주자 활용에서도 팀이 쓸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는 뜻이다. 홈런 1개와 2루타 2개는 장타 생산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는 표시다. 두산이 보상선수로 데려온 이유가 완전히 허공에 뜬 선택은 아니었다.

왜 이 기록이 아직 이야기될까

백민기를 이야기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의 개인 성적과 롯데의 대형 투자 기억이 묘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롯데는 당시 거액 FA로 큰 그림을 그렸다. 두산은 그 과정에서 빠져나온 선수를 데려왔다. 그리고 백민기는 두산에서 통산 유일한 홈런을 남겼다. 야구가 참 이상한 게, 이런 장면들이 몇 년 뒤 기록표를 볼 때 더 선명해진다.

롯데 팬에게 백민기는 아쉬움의 이름일 수도 있다. 제대로 키워보지 못한 외야 자원, 보호명단 밖으로 나간 선수, 그리고 대형 FA 시대의 작은 흔적. 반대로 두산 팬에게는 ‘보상선수로 와서 그래도 한 번씩 힘을 보탠 선수’로 남을 수 있다. 같은 선수인데 팀의 기억 방식이 다르다.

숫자로만 보면 백민기의 커리어는 길게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맥락을 붙이면 이야기가 꽤 풍부해진다. 2013년 롯데 입단, 제한적인 1군 기회, 민병헌 FA 이적 이후 두산행, 2018년 두산에서의 23경기와 통산 첫 홈런. 이 흐름은 한 선수가 리그 안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팀의 의사결정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준다.

작은 기록이 큰 시대를 비춘다

나는 이런 선수 이야기가 좋다. MVP 경쟁이나 홈런왕 레이스처럼 화려한 기록도 당연히 재미있지만, 백민기처럼 작은 숫자로 큰 시대를 비추는 이름도 야구를 더 오래 보게 만든다. 특히 롯데의 200억 가까운 외야 투자 기억과 두산의 보상선수 선택이 겹치는 지점은, 성적표 한 줄보다 훨씬 많은 말을 한다.

프로야구에서 모든 선수가 중심 서사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이동에는 이유가 있고, 모든 출전에는 팀 사정이 묻어 있다. 백민기의 두산 활약도 거창한 성공담이라기보다, 제한된 기회 안에서 자기 기록을 남긴 케이스로 보는 게 맞다. 통산 홈런 1개가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온다. 수백 개의 홈런보다 작지만, 한 선수의 커리어에서는 가장 선명한 장면일 수 있으니까.

백민기라는 이름을 다시 보는 일은 결국 FA 시장의 큰돈과 보상선수 제도의 현실, 그리고 백업 선수의 시간을 함께 읽는 일이다. 팬들이 기억하는 야구는 늘 승패표보다 넓다. 가끔은 0.160의 통산 타율과 1개의 홈런이, 200억 가까운 투자 시대의 공기까지 데려온다.

롯데 200억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백민기의 두산 시간이 다르게 보였다 - 요약
롯데 200억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백민기의 두산 시간이 다르게 보였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5105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