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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메이저리그 첫 연봉을 뜯어봤더니, 숫자보다 큰 건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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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메이저리그 첫 연봉을 뜯어봤더니, 숫자보다 큰 건 위치였다

얼마 전 고우석의 미국행 계약 금액을 다시 보다가, 숫자가 생각보다 묘하게 읽혔다. “2년 450만 달러”라고만 보면 꽤 깔끔한 메이저리그 입성 계약처럼 보이는데, 연도별로 나눠 보면 이 계약은 기대와 검증이 딱 반씩 섞인 구조였다.

첫 연봉 175만 달러, 단순한 입성 축하금은 아니었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맺은 계약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년 보장 450만 달러였다. 그중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24년 연봉은 175만 달러로 알려졌다. 당시 환율을 대략 1달러 1300원대로 단순 계산하면 22억 원대 후반이다. 한국 야구 기준으로 보면 큰돈이지만, MLB 불펜 시장에서는 “비싸게 모셔온 마무리”라기보다 “가능성을 사온 중간 규모 투자”에 가깝다.

이 지점이 재미있다. KBO에서 고우석은 이미 LG 트윈스의 우승 서사와 붙어 있는 마무리였다. 2022년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찍었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버텼다. 그런데 MLB 계약서에서 그의 첫 연봉은 슈퍼스타 대우가 아니라, 빅리그 불펜 경쟁에 넣어볼 만한 투자의 숫자였다.

2년 450만 달러의 진짜 의미

계약을 조금 더 잘게 보면 흐름이 보인다. 2024년 175만 달러, 2025년 225만 달러, 그리고 2026년에는 상호 옵션 300만 달러와 바이아웃 50만 달러가 붙은 구조였다. 보장 총액 450만 달러 안에는 2026년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때 지급되는 바이아웃까지 포함된 셈이다.

  • 2024년 연봉: 175만 달러
  • 2025년 연봉: 225만 달러
  • 2026년 상호 옵션: 300만 달러
  • 옵션 미실행 시 바이아웃: 50만 달러
  • 보장 총액: 450만 달러

이 구조는 구단 입장에서 꽤 계산적이다. 첫해에 너무 큰 금액을 걸지 않고, 두 번째 해에 조금 올려 잡는다. 적응이 빠르면 옵션으로 한 해 더 끌고 갈 여지도 남겨 둔다. 반대로 빅리그 공인구, 마운드, 스트라이크존, 타자들의 대응 속도에 적응이 늦으면 손실을 제한할 수 있다. 냉정하지만, 해외 리그 불펜 투수에게 MLB 구단이 자주 쓰는 방식이다.

KBO 마무리의 가격표로 보면 어땠나

고우석의 첫 연봉 175만 달러를 162경기로 나누면 경기당 약 1만800달러 정도다. 물론 야구 연봉을 경기당으로 자르는 건 엄밀한 계산은 아니다. 그래도 감을 잡기엔 좋다. 불펜 투수는 매일 나오는 포지션이 아니고, 특히 마무리나 셋업맨은 등판 상황 자체가 제한적이다. 결국 구단이 산 건 이닝 수보다 “위기 한 구간을 막을 확률”이었다.

고우석의 강점은 명확했다. 짧은 이닝에서 150km대 중후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고, KBO에서 이미 높은 압박의 9회를 많이 경험했다. 반면 리스크도 선명했다. 2023년에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치며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이 3점대 중반으로 올라갔고, 국제대회에서의 장면들도 스카우팅 리포트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175만 달러는 “검증 완료”의 금액이 아니라 “검증할 자격을 주는” 금액에 가까웠다.

포스팅 비용까지 얹으면 계산은 더 흥미롭다

고우석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갔다. 샌디에이고는 선수에게 주는 보장액 외에도 원소속팀 LG에 포스팅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 보장 계약 450만 달러 기준으로 20%인 90만 달러가 포스팅 비용으로 계산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실제 첫 투자 규모가 선수 계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순히 2024년 연봉 175만 달러만 보면 비교적 가벼운 계약처럼 보이지만, 전체 패키지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년 보장액 450만 달러에 포스팅 비용 90만 달러까지 더하면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테스트하기 위해 잡은 총비용은 540만 달러 규모였다. 그래도 MLB 시장에서 불펜 한 명에게 이 정도는 대형 베팅이 아니다. 그래서 더 정확히 말하면, 고우석은 “즉시 마무리 후보”라기보다 “빠르게 적응하면 불펜 후반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카드”였다.

숫자 뒤에 남은 건 기대치의 온도였다

고우석의 미국 첫 시즌은 팬들이 상상했던 그림과는 다르게 흘렀다. 샌디에이고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했고, 더블A 샌안토니오에서 시작했다. 이후 2024년 5월 루이스 아라에즈 트레이드에 포함돼 마이애미로 이동했다. 이름값만 보면 아쉬운 전개지만, 계약 구조를 떠올리면 구단들의 판단은 처음부터 꽤 실무적이었다.

나는 고우석의 첫 연봉을 볼 때마다, MLB가 KBO 스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꽤 선명하게 느낀다. 한국에서의 세이브, 우승, 마무리 경험은 분명히 값이 있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그것이 곧바로 보직을 보장하지 않는다. 175만 달러라는 첫 연봉은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숫자였다. 존중은 담겼지만, 기다림은 짧았다. 그래서 고우석의 계약은 실패냐 성공이냐보다, KBO 정상급 불펜이 MLB 시장에서 어떤 출발선에 서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고우석 메이저리그 첫 연봉을 뜯어봤더니, 숫자보다 큰 건 위치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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