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롯데 정철원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신인왕의 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Last Updated :
롯데 정철원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신인왕의 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얼마 전 롯데 불펜 기록을 훑다가 정철원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그냥 이적생 한 명의 성적표라고 보기엔 숫자의 굴곡이 꽤 선명했다. 2022년 두산에서 신인왕을 탔던 투수, 2025년 롯데로 옮겨 75경기를 던진 투수, 그리고 2026년에는 다시 흔들림을 겪고 있는 투수. 이 흐름을 놓고 보면 정철원은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말하기 어려운 선수다.

롯데 팬 입장에서도 그렇다. 불펜 투수는 매일 얼굴을 보는 것 같지만, 막상 기록은 냉정하다. 한 경기 무실점으로 박수를 받다가도 다음 경기 볼넷 하나, 장타 하나에 분위기가 확 바뀐다. 정철원은 그 변동성이 유독 크게 보이는 유형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두산 신인왕 시절, 출발점은 꽤 강렬했다

정철원의 이름이 리그 전체에 박힌 건 2022년이었다. 그해 그는 두산 소속으로 58경기, 72와 3분의 2이닝을 던졌고 4승 3패 2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0을 남겼다. 불펜 투수가 70이닝을 넘게 던졌다는 것부터 당시 팀이 얼마나 그를 믿었는지 보여준다.

특히 23홀드는 데뷔 시즌 신인 최다 홀드 기록으로 언급됐다. 신인왕 투표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냥 반짝 등장한 신인이 아니라, 팀의 승리 구간을 실제로 책임진 투수였다는 뜻이다. 불펜 투수에게 홀드는 화려한 숫자는 아니지만 감독이 어떤 순간에 그 선수를 불렀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 2022년: 58경기, 평균자책점 3.10, 23홀드
  • 2023년: 67경기, 평균자책점 3.96, 13세이브 11홀드
  • 2024년: 36경기, 평균자책점 6.40, 흔들린 시즌

그런데 2023년부터 역할이 조금 복잡해졌다. 홀드만 쌓는 투수가 아니라 세이브 상황에도 들어갔다. 67경기 72와 3분의 2이닝,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숫자만 보면 여전히 많이 던졌고, 쓰임새도 컸다. 다만 평균자책점은 3.96으로 올라갔다. 불펜 투수에게 역할 확장은 기회이면서 부담이다. 정철원도 그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롯데 이적은 단순한 팀 변경이 아니었다

2025시즌을 앞두고 정철원은 전민재와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은 김민석, 추재현, 최우인을 받았다. 트레이드가 발표됐을 때 가장 눈에 띈 이름은 아무래도 정철원이었다. 이미 신인왕을 경험했고, 필승조와 마무리 역할까지 해본 우완 불펜이었기 때문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설명이 쉽다. 팀이 오래 고민해온 지점이 불펜 안정감이었다. 김원중이라는 마무리 축은 있었지만, 6회부터 8회까지 흐름을 붙잡는 카드가 더 필요했다. 정철원은 그 퍼즐에 맞는 선수였다. 192cm의 체격, 우완 정통파 이미지, 그리고 이미 큰 경기 부담을 겪어본 이력. 이름값만 놓고 보면 롯데가 욕심낼 만했다.

2025년 기록도 꽤 많은 이야기를 한다. 정철원은 롯데에서 75경기, 70이닝을 던졌다. 8승 3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24. 평균자책점만 보면 완벽한 시즌은 아니었다. 근데 75경기라는 등판 수는 또 다른 메시지다. 벤치가 계속 불렀고, 시즌 내내 전력에서 빠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평균자책점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

불펜 투수 기록을 볼 때 평균자책점 하나만 보면 놓치는 게 있다. 정철원은 2025년에 21홀드를 기록했다. 이건 단순히 경기 수가 많아서 나온 숫자가 아니다. 동점이나 리드 상황, 즉 경기가 실제로 흔들리는 구간에서 자주 등판했다는 뜻이다. 롯데가 순위 경쟁을 하던 시즌에 그런 역할을 맡았다는 건 꽤 큰 의미가 있다.

다만 피안타 72개, 볼넷 28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70이닝 기준으로 출루 허용이 아주 깔끔한 편은 아니었다. 좋은 날은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슬라이더로 흐름을 끊지만, 흔들리는 날은 주자를 쌓은 뒤 장타 하나에 실점이 커지는 패턴이 보였다. 팬들이 체감한 불안감도 여기서 나왔다.

2026년 숫자는 분명 경고등이다

2026년 현재 기록은 더 냉정하다. KBO 기록 기준 정철원은 32경기에서 26이닝,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 29개, 볼넷 13개, 탈삼진 20개. WHIP로 보면 1.62 수준이다. 불펜 투수에게 이 수치는 꽤 부담스럽다. 짧은 이닝을 맡는 투수일수록 주자 한 명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볼넷 흐름이 아쉽다. 26이닝 13볼넷이면 9이닝당 4.5개다. 삼진은 20개라서 구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예전만큼 여유롭지 않다. 불펜 투수의 가치는 결국 카운트 싸움에서 나온다. 첫 타자에게 볼카운트가 밀리면, 감독도 포수도 선택지가 좁아진다.

  • 2026년: 32경기, 26이닝, 평균자책점 6.23
  • 피안타율: 약 0.296 수준
  • 볼넷: 13개, 탈삼진: 20개
  • 피홈런: 3개, 홀드: 3개

사실 이 숫자만 보고 끝난 선수처럼 말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 정철원은 아직 1999년생이다. 불펜 투수로 보면 경험은 많은데 나이는 여전히 젊다. 문제는 구위보다 신뢰의 회복이다. 감독이 승부처에 다시 올릴 수 있느냐, 포수가 빠른 공을 믿고 요구할 수 있느냐, 본인이 볼넷을 피하려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줄일 수 있느냐. 이 세 가지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

롯데가 정철원을 기다릴 이유

롯데가 정철원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2025년에 75경기를 던진 투수다. 팀이 긴 시즌을 버티려면 필승조만으로는 안 된다. 5점 차, 3점 차, 1점 차를 각각 다르게 책임질 투수가 필요하다. 정철원은 좋은 상태일 때 그중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구종 구조다. 정철원은 기본적으로 직구와 슬라이더 비중이 높은 투수다. 2026년 기록에서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대 중반으로 잡힌다. 예전처럼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는 장면이 매번 나오진 않아도, 공 자체의 재료가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다. 결국 문제는 공의 방향과 높이다. 빠른 공이 존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슬라이더가 유인구로 기능하면 다시 계산 가능한 불펜이 될 수 있다.

물론 롯데 팬들이 답답해하는 것도 이해된다. 불펜은 기다림이 짧은 포지션이다. 선발은 5이닝 동안 조정할 시간이 있지만, 불펜은 타자 세 명 안에 평가가 끝난다. 정철원 같은 투수는 더 그렇다. 이름값이 있으니 기대치가 높고, 기대치가 높으니 실점 하나가 더 크게 보인다.

숫자 뒤에 남는 질문

정철원을 볼 때 나는 2022년의 신인왕 이미지와 2026년의 평균자책점 6점대 기록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이 투수가 어디까지 올라가봤는지를 말하고, 후자는 지금 해결해야 할 숙제를 보여준다. 어느 한쪽만 붙잡으면 평가가 얕아진다.

롯데 정철원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2025년에 팀의 허리를 맡았던 기억은 분명히 있고, 2026년의 흔들림도 분명히 있다. 결국 팬들이 보고 싶은 건 과거의 수상 경력이 아니라 다음 등판에서 첫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느냐다. 그 짧은 승부 하나가 다시 신뢰를 만들고, 불펜 투수의 시즌은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방향을 바꾼다.

개인적으로는 정철원이 다시 중요한 이닝에 서는 장면을 더 보고 싶다. 대신 조건은 분명하다. 볼넷을 줄이고, 빠른 공의 카운트 선점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신인왕의 기억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롯데의 투수로, 사직의 큰 소음 속에서 자기 공을 다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롯데 정철원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신인왕의 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요약
롯데 정철원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신인왕의 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5666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