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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트레일런 현장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숫자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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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트레일런 현장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숫자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얼마 전 코오롱 트레일런 2026 기록을 다시 훑어보다가 눈에 걸린 숫자가 있었습니다. 참가자 1,700명, 35K 우승 기록 3시간 28분 13초, 그리고 2위와 40분 이상 차이. 트레일러닝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 숫자는 그냥 결과표가 아니라 경기의 온도에 가깝습니다. 누가 빨랐는지보다, 어떤 코스에서 왜 그런 차이가 벌어졌는지가 더 궁금해지거든요.

코오롱 트레일런은 2026년 4월 18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1박 2일 트레일러닝 행사였습니다. 코오롱스포츠가 처음 주최한 대회였고, 신청 오픈 10분 만에 조기 마감됐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트레일러닝이 이제 소수의 산악 러너만 즐기는 종목에서 벗어나, 기록과 경험을 함께 소비하는 스포츠로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35K가 말해준 코스의 성격

이번 대회의 중심은 35K였습니다. 웰리힐리파크에서 출발해 청태산, 대미산을 지나 계촌리로 이어지는 코스였는데, 이름만 봐도 도로 레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리듬이 그려집니다. 트레일런에서 35km는 단순히 하프마라톤보다 14km 긴 경기가 아닙니다. 오르막, 내리막, 흙길, 능선, 보급 타이밍이 모두 기록에 개입합니다.

김영조 선수의 35K 싱글 기록은 3시간 28분 13초였습니다. 산악 지형 35km를 이 페이스로 밀었다는 건 초반부터 후반까지 흔들림이 적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더 인상적인 건 2위와의 격차입니다. 40분 이상 차이라면 막판 스퍼트로 만든 간격이 아니라, 코스 전체에서 꾸준히 벌어진 차이로 봐야 합니다.

  • 대회 장소: 강원도 횡성
  • 주요 종목: 35K 싱글, 35K 듀오, 15K
  • 참가 규모: 총 1,700명
  • 35K 싱글 주요 기록: 김영조 3시간 28분 13초

듀오 종목이 꽤 영리했던 이유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35K 듀오였습니다. 2인 1조로 완주하는 방식은 트레일러닝의 성격을 잘 건드립니다. 로드 러닝은 혼자 페이스를 잠그고 밀어붙이는 맛이 강하지만, 산에서는 파트너의 컨디션과 보폭이 변수로 들어옵니다. 특히 긴 오르막에서 한 명이 무리하면 팀 전체 리듬이 깨집니다.

그래서 듀오는 단순 이벤트 종목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략성이 큽니다. 빠른 사람이 끌어주는 구간과 체력이 좋은 사람이 버텨주는 구간이 다릅니다. 내리막을 잘 타는 러너와 업힐에 강한 러너가 함께 뛰면 기록은 더 좋아질 수 있지만, 둘 사이의 소통이 안 맞으면 오히려 손해를 봅니다. 이 종목에서 김지수, 안기현 선수가 1위에 오른 장면은 코오롱 애슬릿 팀의 선수층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15K는 입문용이지만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15K 종목은 입문자를 위한 코스로 소개됐습니다. 그런데 트레일러닝에서 입문용이라는 말은 쉽다는 뜻과는 조금 다릅니다. 산길 15km는 평지 15km와 피로 누적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발목 안정성, 허벅지 앞쪽 근육, 내리막에서의 제동 능력이 계속 시험대에 오릅니다.

오히려 15K는 트레일러닝을 처음 접하는 팬에게 가장 좋은 관전 포인트일 수 있습니다. 기록만 보면 짧지만, 완주자의 표정과 후반 페이스를 보면 산길 경험치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초반에 흥분해서 오르막을 밀어붙인 러너는 후반 내리막에서 다리가 잠기고, 반대로 초반을 참은 러너는 마지막 구간에서 꽤 탄탄하게 올라옵니다. 이 차이가 트레일런의 재미입니다.

버티컬 레이스, 짧지만 잔인한 1.5km

둘째 날 열린 버티컬 레이스도 그냥 번외 경기로 넘기기엔 아깝습니다. 약 1.5km 코스에 300m 높이를 치고 올라가는 형식이었으니까요. 거리만 보면 동네 조깅 수준처럼 보이지만, 상승고도 300m가 붙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짧은 시간에 심박이 급격히 올라가고, 종아리와 둔근이 먼저 반응합니다.

이런 레이스는 긴 호흡보다 폭발력과 통증 관리가 중요합니다. 35K가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다면, 버티컬은 몸의 출력 자체를 드러냅니다. 그래서 1박 2일 구성 안에 장거리와 버티컬을 함께 넣은 건 꽤 스포츠적으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같은 트레일러닝 안에서도 완전히 다른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요.

기록보다 기억이라는 말의 진짜 무게

코오롱 트레일런이 내세운 문장은 기록보다 기억이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문구는 자칫하면 감성 홍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운영 방식은 그 말을 어느 정도 경기 구조 안으로 끌어왔습니다. 레이스 후 테이핑, 스포츠 마사지, 사우나, 식사, 공연까지 이어진 흐름은 완주 이후의 시간을 대회 일부로 만든 셈입니다.

트레일러닝은 기록 스포츠이면서 회복 스포츠입니다. 특히 산악 장거리에서는 완주 직후 몸을 어떻게 풀어주느냐가 다음 훈련과 다음 대회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애프터 레이스를 단순 부대행사로 보지 않고 문화로 설계한 점은 꽤 의미가 있습니다. 참가자 입장에서는 기록표에 남는 시간보다, 골인 후 몸이 천천히 돌아오는 감각이 더 오래 남을 때가 많습니다.

코오롱FnC 뉴스룸에 공개된 내용 기준으로 보면, 코오롱스포츠는 2025년부터 트레일러닝 슈즈와 의류 라인업을 빠르게 넓혔고, 서울 100K 후원과 코오롱 애슬릿 창단을 거쳐 자체 대회까지 이어갔습니다. 단발성 이벤트라기보다 시장에 들어가는 순서가 꽤 또렷합니다. 제품을 만들고, 선수에게 입히고, 대회 현장에서 검증하고, 다시 러너 경험으로 확장하는 흐름입니다.

그래서 코오롱 트레일런은 단순히 1,700명이 모인 브랜드 행사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35K에서 나온 압도적인 기록, 듀오 종목의 협력 구조, 15K 입문 코스의 확장성, 버티컬 레이스의 강도까지 보면 한국 트레일러닝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이 대회가 계속 이어진다면, 팬 입장에서는 우승 기록뿐 아니라 완주율, 누적 상승고도, 구간별 페이스 같은 데이터까지 더 많이 공개됐으면 합니다. 그 숫자들이 쌓일수록 숲길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훨씬 선명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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