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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세레머니를 다시 봤더니, 침묵과 골프 스윙 사이에 남은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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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세레머니를 다시 봤더니, 침묵과 골프 스윙 사이에 남은 진짜 이야기

얼마 전 이청용 세레머니 장면들을 다시 찾아보다가 조금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은 선수가 골을 넣고도 어떤 날은 거의 표정을 숨기듯 지나갔고, 어떤 날은 골프 스윙 하나로 경기보다 더 큰 이야기를 만들었거든요. 축구에서 세레머니는 몇 초짜리 장면이지만, 그 안에는 선수의 관계, 팀 분위기, 팬 감정, 시즌 흐름이 꽤 진하게 묻어납니다.

이청용 세레머니가 유독 오래 남는 이유

이청용은 원래 과한 동작으로 시선을 끄는 타입의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플레이 스타일도 그랬죠. 폭발적인 스피드와 번뜩이는 탈압박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감정을 크게 터뜨리기보다 경기 안에서 판단으로 말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그의 세레머니는 더 눈에 띕니다. 평소 조용한 선수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미를 찾게 되니까요.

프로 커리어만 봐도 맥락이 큽니다. 2006년 FC서울에서 데뷔했고, 2009년에는 21세 나이로 볼턴 원더러스에 입단했습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176경기 17골 33도움을 남겼다는 숫자는 단순한 해외 진출 기록이 아니라, 한국 축구 팬들이 ‘저 선수는 진짜 통한다’고 믿게 만든 근거였습니다. 이후 독일 보훔을 거쳐 2020년 K리그로 돌아온 뒤에는 울산에서 리그 우승 3회와 아시아 무대 우승까지 경험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청용 세레머니는 단순히 골 뒤풀이가 아닙니다. 데뷔팀, 해외 커리어, K리그 복귀, 베테랑의 책임감이 겹쳐진 장면입니다. 팬들이 몇 초짜리 몸짓을 길게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친정팀 서울전, 하지 않은 세레머니가 더 크게 보였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2020년 8월 30일 FC서울전입니다. 울산 유니폼을 입은 이청용은 전반 17분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코너킥 이후 혼전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무리한 골이었죠. 그런데 골을 넣은 뒤 크게 뛰거나 포효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정도로 지나갔습니다.

이 장면이 흥미로운 건, ‘무엇을 했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았느냐’가 메시지가 됐다는 점입니다. FC서울은 그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입니다. 팬 입장에서는 상대팀 선수가 된 이청용이 골을 넣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청용은 그 순간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포츠에서 친정팀 상대 노 세레머니는 낯선 문화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선수가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골의 중요도, 경기 분위기, 떠난 방식, 팬과의 관계에 따라 반응은 달라집니다. 이청용의 경우에는 서울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나간 상징성이 워낙 컸습니다. 그래서 1골의 기록보다 세레머니를 자제한 선택이 더 오래 회자됐습니다.

2025년 골프 세레머니, 숫자보다 맥락이 앞섰던 장면

반대로 2025년 10월 18일 광주FC전 골프 세레머니는 아주 다른 성격의 장면이었습니다. 울산 소속이던 이청용은 K리그1 33라운드에서 후반 막판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골프 스윙을 하는 동작을 보였습니다. 경기 기록으로만 보면 쐐기골입니다. 그런데 경기 뒤 이야기의 중심은 득점 장면보다 세레머니였습니다.

당시 울산은 감독 교체와 내부 분위기를 둘러싼 말들이 이어지던 시기였습니다. 신태용 전 감독의 경질 이후 여러 해석이 쏟아졌고, 이청용의 골프 스윙은 그 맥락과 연결돼 읽혔습니다. 일부 팬들은 답답했던 상황을 드러낸 표현으로 받아들였고, 다른 쪽에서는 베테랑이 공개적으로 팀 문제를 드러낸 행동으로 봤습니다. 같은 동작을 보고도 반응이 갈린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레머니가 사실상 ‘발언’처럼 소비됐다는 점입니다. 선수는 인터뷰장에서 긴 문장을 말하지 않았지만, 몸짓 하나가 기사 제목과 팬 커뮤니티의 중심이 됐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과 중계 화면에 남은 그 장면은 2025년 울산 시즌의 복잡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컷처럼 굳어졌습니다.

베테랑의 세레머니는 왜 더 무겁게 읽힐까

젊은 선수가 튀는 세레머니를 하면 패기나 장난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청용 같은 베테랑의 행동은 다르게 읽힙니다. 그는 울산에서 6시즌 동안 161경기 15골 12도움을 기록했고, 우승권 팀의 중심에서 오래 뛰었습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팀 분위기와 연결될 수 있는 위치였죠.

그래서 골프 세레머니 논란은 단순히 ‘웃겼다’ 또는 ‘불편했다’로만 나누기 어렵습니다. 축구팀은 라커룸 스포츠입니다. 팬이 볼 수 있는 건 경기장 안의 90분이지만, 선수들은 훈련장과 원정 이동, 감독과의 관계, 구단 운영 방식까지 매일 피부로 겪습니다. 세레머니 하나가 과하게 해석됐을 수도 있고, 반대로 그만큼 쌓인 맥락이 있었기 때문에 터져 나온 신호였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프로 스포츠에서 표현은 항상 책임을 동반합니다. 이청용은 이후 울산과의 동행을 끝내는 과정에서 해당 세레머니로 실망을 준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이 흐름까지 포함해야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골이 있었고, 동작이 있었고, 논란이 있었고, 뒤늦은 사과가 있었습니다. 각각 따로 떼어내면 이야기가 너무 납작해집니다.

침묵과 과감함 사이, 이청용다운 아이러니

이청용 세레머니를 나란히 놓고 보면 대비가 선명합니다. 2020년 서울전에서는 친정팀에 대한 예우로 감정을 눌렀고, 2025년 광주전에서는 골프 스윙으로 감정을 밖으로 꺼냈습니다. 하나는 하지 않음으로써 의미를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함으로써 파장을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축구 팬은 득점자, 시간, 스코어 같은 숫자를 먼저 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남는 건 숫자만이 아닙니다. 전반 17분 선제골 뒤의 조용한 하이파이브, 후반 막판 페널티킥 뒤의 골프 스윙 같은 장면이 선수 커리어의 분위기를 설명해줍니다.

2026년에는 이청용이 인천 유니폼을 입으며 커리어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습니다. 나이는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팬들이 그를 계속 보는 이유는 여전히 경기 안에서 맥락을 만드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그가 골을 넣는다면 사람들은 또 세레머니를 볼 겁니다. 크게 뛰는지, 손을 드는지, 조용히 동료를 안는지. 어쩌면 이청용이라는 선수의 이야기는 득점 직후 몇 초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릅니다.

이청용 세레머니를 다시 봤더니, 침묵과 골프 스윙 사이에 남은 진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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