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탈란타 도르트문트 네 번의 맞대결을 다시 봤더니, 스코어보다 흐름이 더 세다

얼마 전 아탈란타 도르트문트 맞대결 기록을 다시 훑다가 꽤 묘한 숫자 하나에 멈췄습니다. 두 팀은 유럽대항전 공식전에서 네 번 만났고, 총 득점은 7-7입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단순한 동률이 아니라, 두 번의 2연전이 모두 합계 4-3으로 끝났다는 점입니다. 2018년에는 도르트문트가 4-3으로 올라갔고, 2026년에는 아탈란타가 4-3으로 뒤집었습니다. 같은 숫자인데 주인공이 바뀐 셈이죠.
2018년, 아탈란타가 더 잘 흔들었지만 도르트문트가 버텼다
2017-18시즌 유로파리그 32강은 지금 다시 봐도 꽤 진한 대진이었습니다. 당시 아탈란타는 유럽 무대에서 막 존재감을 키우던 팀이었고, 도르트문트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내려온 이름값 있는 팀이었습니다. UEFA 기록 기준으로 아탈란타는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했고, 도르트문트는 토트넘과 레알 마드리드가 있던 챔피언스리그 조에서 2점에 그쳤습니다. 이름값과 당장의 흐름이 엇갈린 상태로 만난 겁니다.
1차전은 도르트문트 홈에서 3-2였습니다. 안드레 쉬를레가 전반 30분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초반 요시프 일리치치가 51분과 56분에 연달아 넣으면서 아탈란타가 2-1로 뒤집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탈란타식 경기였습니다. 상대를 흔들고, 박스 근처에서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만들고, 흐름을 한 번에 가져오는 장면이 살아 있었죠.
근데 도르트문트에는 미키 바추아이가 있었습니다. 65분 동점골, 90+1분 역전골. 이 두 골 때문에 경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남았습니다. 내용상 흔들렸던 도르트문트가 결과를 가져갔고, 아탈란타는 잘 싸우고도 원정 2골 이상의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축구에서 90분 이후 한 골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2차전 1-1, 한 골 차 승부의 잔인함
일주일 뒤 이탈리아에서 열린 2차전은 아탈란타 입장에서 더 아쉬웠습니다. 라파엘 톨로이가 11분에 먼저 넣으면서 합계 스코어는 3-3, 당시 원정 다득점 흐름상 아탈란타 쪽으로 무게가 넘어가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경기 분위기도 아탈란타가 먼저 잡았습니다. 전반 이른 시간에 골을 넣으면 추격전의 계산이 아주 단순해집니다. 한 골을 더 넣으면 상대는 무너질 수 있고, 실점하지 않으면 그대로 버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83분 마르셀 슈멜처의 동점골로 경기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1-1, 합계는 도르트문트 4-3. 이때의 아탈란타 도르트문트 맞대결은 숫자로 보면 도르트문트 1승 1무였지만, 감각적으로는 아탈란타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긴 시리즈였습니다. 특히 아탈란타가 독일 팀을 상대로 압박과 전환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선명했습니다.
2026년, 같은 4-3인데 이번엔 반대 방향이었다
2025-26시즌 챔피언스리그 녹아웃 플레이오프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났을 때, 첫 장면은 2018년보다 더 도르트문트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2026년 2월 17일 1차전, 도르트문트는 홈에서 2-0으로 이겼습니다. 세루 기라시가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고, 막시밀리안 바이어가 42분에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전반에만 두 골. 원정 2차전을 남겨둔 토너먼트에서 이건 상당히 큰 자산입니다.
그런데 아탈란타는 2차전에서 4-1을 만들었습니다. 2026년 2월 25일 베르가모에서 열린 경기에서 잔루카 스카마카가 5분에 시작을 열었고, 다비데 차파코스타가 45분에 합계 균형을 맞췄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간대입니다. 5분 골은 관중석의 온도를 바꾸고, 전반 종료 직전 골은 라커룸의 공기를 바꿉니다. 도르트문트는 2골 리드를 들고 왔지만, 후반 시작 시점에는 이미 심리적 우위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57분 마리오 파샬리치의 골로 아탈란타가 합계에서 앞섰고, 75분 카림 아데예미가 도르트문트에 희망을 되살렸습니다. 하지만 추가시간 98분 라자르 사마르지치의 페널티킥이 들어가며 스코어는 4-1, 합계 4-3이 됐습니다. 2018년에 도르트문트가 후반 막판 한 방으로 시리즈를 빼앗았다면, 2026년에는 아탈란타가 추가시간의 한 방으로 같은 숫자를 되받아친 겁니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한 라이벌 구도
- 공식 맞대결 4경기: 아탈란타 1승, 도르트문트 2승, 무승부 1회
- 총 득점: 아탈란타 7골, 도르트문트 7골
- 2018년 유로파리그 32강: 도르트문트 합계 4-3 승
- 2026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아탈란타 합계 4-3 승
- 네 경기 중 세 경기가 1골 차 또는 무승부
이 기록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박빙이라서가 아닙니다. 두 팀의 성격이 충돌하는 방식이 매번 스코어에 묻어납니다. 도르트문트는 빠른 전개와 개인 공격수의 결정력으로 순간을 잡는 팀에 가깝고, 아탈란타는 압박 강도와 박스 주변의 연속 동작으로 경기를 길게 흔드는 팀입니다. 그래서 스코어가 한쪽으로 크게 벌어질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한 골 차로 좁혀집니다.
특히 2026년 2차전은 아탈란타라는 팀의 유럽 무대 캐릭터를 잘 보여줬습니다. 1차전 0-2 패배 이후 2차전 초반에 득점하고, 전반 종료 전 동점을 만들고, 후반에 역전한 뒤, 추가시간에 완전히 닫았습니다. 스카마카, 차파코스타, 파샬리치, 사마르지치까지 득점자가 분산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특정 에이스 한 명에게만 기대는 승부가 아니라, 구조 안에서 여러 선수가 마침표를 찍은 경기였으니까요.
아탈란타 도르트문트가 계속 보고 싶은 이유
솔직히 이 매치업은 전통적인 거대 라이벌전과는 다릅니다. 지역 감정도 없고, 매 시즌 만나는 사이도 아닙니다. 그런데 기록을 놓고 보면 묘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네 번 만나 7-7, 두 번의 토너먼트 모두 4-3, 그리고 두 팀이 한 번씩 웃었습니다. 이 정도면 우연이라고만 넘기기엔 이야깃거리가 꽤 많습니다.
스포츠를 오래 보다 보면, 어떤 대진은 이름값보다 흐름으로 기억됩니다. 아탈란타 도르트문트가 딱 그런 쪽입니다. 한 팀이 앞서면 다른 팀이 따라오고, 끝난 것 같은 시리즈가 다시 살아나고, 마지막 몇 분이 전체 기록의 얼굴을 바꿉니다. 다음에 이 두 팀이 다시 만난다면 저는 승패 예측보다 먼저 시계를 볼 것 같습니다. 이 대진은 유난히 늦은 시간에 이야기가 바뀌는 쪽이 더 어울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