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40홈런 터진 날, 50홈런 숫자를 다시 눌러봤더니

요즘 KIA 경기를 보다 보면 김도영 타석에서만 공기가 살짝 달라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투수가 초구를 넣는 순간부터 중계 화면의 속도가 달라지고, 외야수가 한 걸음 움직이기도 전에 타구가 이미 담장 쪽으로 가 있습니다. 2026년 9월 8일 대구 삼성전 6회, 김도영의 시즌 40호 홈런도 딱 그랬습니다.
1-4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 삼성 두 번째 투수 미야모리 사토시의 초구 149km 직구를 놓치지 않았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비거리는 130m. 단순히 하나 넘긴 홈런이 아니라, 시즌 흐름을 완전히 다른 단계로 올린 한 방이었습니다.
40홈런이 늦게 나온 게 더 흥미롭다
사실 김도영의 40홈런은 8월 26일 이후 꽤 오래 기다린 기록이었습니다. 그날 롯데전에서 시즌 39호를 쳤고, 2024년에 세웠던 개인 최다 38홈런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바로 하나만 더 치면 이승엽의 KBO 최연소 40홈런 기록까지 건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야구가 늘 계산대로 흘러가진 않습니다. 우천 취소가 끼었고, 9월 6일 KT전에서는 4타수 4안타 1볼넷으로 다섯 번이나 출루했는데도 홈런은 없었습니다. 타격감이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좋았는데, 담장만 넘기지 못한 경기였죠. 최연소 기록 기준일이 9월 6일이었기 때문에 그 도전은 거기서 멈췄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9월 8일, 40호가 나왔습니다. 하루 차이로 최연소 기록은 놓쳤지만, 이 홈런의 무게가 가벼워진 건 아닙니다. KBO와 주요 통신 보도 기준으로 김도영은 KIA 국내 타자 최초의 시즌 40홈런 타자가 됐고, 1999년 트레이시 샌더스의 구단 한 시즌 최다 홈런 40개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미 희귀한 시즌이다
40홈런이라는 숫자는 KBO에서 생각보다 훨씬 좁은 문입니다. 특히 국내 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더 그렇습니다. 2018년 김재환 44홈런, 박병호 42홈런, 한유섬 41홈런 이후 국내 타자의 40홈런 시즌은 8년 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인구 환경, 투수 운용, 수비 시프트와 전력 분석의 정교함까지 생각하면 이 숫자는 예전보다 더 비싸졌습니다.
김도영의 40홈런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담장을 많이 넘겨서가 아닙니다. 그는 리그 홈런 선두 경쟁에서도 앞서 갔습니다. 40호를 친 시점에서 2위 오스틴 딘과의 차이는 4개였습니다. 홈런왕 레이스에서 4개 차이는 결코 넉넉하다고만 할 수 없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추격하는 쪽이 더 무리한 스윙을 하게 되는 차이이기도 합니다.
- 시즌 40호: 2026년 9월 8일 삼성전
- 상황: 6회초 선두타자 솔로 홈런
- 구종과 속도: 초구 149km 직구
- 비거리: 130m
- 의미: KIA 국내 타자 최초 시즌 40홈런
이 정도면 이미 시즌 대표 장면으로 남을 만합니다. 근데 팬 입장에서는 여기서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40을 봤으니 41을 보고 싶고, 41이 나오면 구단 신기록이고,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50이라는 숫자가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50홈런은 낭만보다 계산이 먼저다
50홈런 도전은 말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40홈런을 찍은 뒤 50홈런까지는 10개가 더 필요합니다. 시즌 막판 잔여 경기 수를 생각하면 거의 단기 폭발이 필요합니다. 보통 3경기당 1홈런 페이스만 유지해도 리그 정상급 장타자입니다. 그런데 10홈런을 더하려면 남은 기간 동안 그보다 훨씬 촘촘한 생산이 필요합니다.
김도영이 전반기부터 보여준 페이스는 분명 무섭습니다. 7월 중순 전반기 종료 시점에 이미 27홈런을 기록했고, 그때 산술 페이스는 40홈런 중반대까지 열려 있었습니다. 실제로 9월 초 40개에 도달했으니 페이스 자체는 허수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50홈런은 다른 층위의 기록입니다. 40홈런은 시즌 내내 쌓아 올린 결과라면, 50홈런은 마지막 구간에서 몰아치는 힘까지 요구합니다.
여기서 변수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상대 배터리의 승부 방식입니다. 김도영이 39호 이후 한동안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기간에도 출루 자체는 많았습니다. 좋은 공을 쉽게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체력입니다. 3루 수비와 중심타선 부담을 동시에 안고 가는 선수에게 9월의 한 타석은 5월의 한 타석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셋째는 팀 상황입니다. KIA가 순위 싸움 속에서 매 경기 승부를 봐야 한다면, 김도영 개인 기록만 보고 무리하게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41호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50홈런이 어렵다고 해서 이후 홈런들이 덜 중요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바로 다음 홈런, 41호가 굉장히 큽니다. 40개는 샌더스와 타이지만, 41개는 타이거즈 구단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입니다. 국내 타자가 그 문을 연다는 점에서 구단 역사 안에서도 상징성이 큽니다.
그리고 41호 이후에는 숫자의 체감이 달라집니다. 42개면 2018년 박병호의 국내 타자 40홈런 시즌과 나란히 비교할 수 있고, 45개 안팎까지 가면 최근 KBO 국내 타자 시즌 중에서도 손꼽히는 장타 시즌으로 남습니다. 50이라는 숫자가 워낙 강렬해서 그렇지, 40대 중반만 가도 이미 리그 역사에서 오래 회자될 구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도영의 50홈런 가능성을 볼 때 무작정 “된다, 안 된다”로 자르고 싶지 않습니다. 확률은 분명 낮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가능성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상대가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얼마나 승부할지, 김도영이 실투를 얼마나 놓치지 않을지, 그리고 KIA 타선 앞뒤가 얼마나 그를 보호해줄지가 남은 시즌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김도영 타석은 이제 기록판보다 먼저 보인다
좋은 시즌은 기록으로 남고, 특별한 시즌은 경기 보는 습관을 바꿉니다. 김도영의 2026년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타석에 들어서면 카운트보다 배트 스피드가 먼저 보이고, 외야 플라이 하나에도 “혹시?”라는 생각이 붙습니다.
40홈런은 이미 도착한 기록입니다. 50홈런은 아직 먼 표지판입니다. 그래도 이 거리감이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숫자를 향해 가는 타석들은 꽤 뜨겁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김도영이 몇 개를 더 넘기든, 올해 그의 홈런 레이스는 KBO 팬들이 시즌 막판까지 기록표를 새로고침하게 만든 장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