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동원·홍창기 2+1년 계약 무게, FA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봤더니

얼마 전 LG 경기 기록을 훑다가 순위보다 먼저 눈이 간 게 홍창기와 박동원의 이름이었다. 둘 다 단순히 타율 한 줄로 평가하기 어려운 선수다. 홍창기는 출루로 공격의 첫 단추를 끼우는 타자이고, 박동원은 포수 마스크와 장타력을 동시에 가진 희소 자원이다. 그런데 2026시즌 흐름을 보면 ‘무조건 장기 보장’보다 2+1년 같은 구조가 꽤 현실적인 카드로 올라온 느낌이 있다.
왜 2+1년 이야기가 무거워졌나
LG는 이미 비FA 다년계약의 문을 열었다. 2026년 1월 김진성과 2+1년 최대 16억 원 계약을 맺으면서 구단 최초 비FA 다년계약 사례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당시 팬들의 관심이 김진성보다 홍창기와 박동원에게 더 많이 쏠려 있었다는 점이다. 두 선수 모두 2026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 핵심 전력이기 때문이다.
시즌 전만 해도 홍창기와 박동원은 장기계약 후보로 보기 충분했다. 홍창기는 2021~2024년 사이 세 차례 출루율 1위에 오른 톱타자였고, 박동원은 LG 이적 후 우승 포수라는 상징성에 20홈런급 장타까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시즌이 진행되며 계산서가 복잡해졌다. 9월 중순 기준으로는 시즌 초 거론되던 대형 계약 기대감보다 ‘기간을 줄이고 옵션을 붙이는 방식’이 더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홍창기, 출루율은 남았지만 가격표는 흔들렸다
홍창기를 볼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는 역시 출루율이다. 2026년 8월 중순까지 타율은 0.251로 내려왔지만, 볼넷 58개와 출루율 0.380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이었다. 타격감이 좋지 않아도 공을 고르고 살아나가는 능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유형은 팀 공격의 리듬을 바꾸는 선수라 시장에서 과소평가되기 어렵다.
근데 문제는 홍창기의 장점이 워낙 출루 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같은 시점 홈런이 없었고 도루도 3개에 그쳤다. 2025년에는 부상 여파로 51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6년 연봉도 6억5000만 원에서 5억2000만 원으로 20% 삭감됐다. 선수의 고점은 분명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5년 이상 대형 보장을 걸 때 몸 상태와 장타 감소를 같이 볼 수밖에 없다.
홍창기에게 2+1년은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홍창기 입장에서 2+1년은 아쉬울 수 있다. 첫 FA급 선수에게는 보장 기간이 자존심이 되기도 한다. 다만 2년 보장에 1년 옵션, 여기에 출루율·타석 수·경기 수 인센티브를 정교하게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LG는 리스크를 줄이고, 홍창기는 반등 시 다시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출루형 타자는 한 시즌 반등만으로도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니까.
박동원, 포수라는 희소성과 체력이라는 변수
박동원은 홍창기와 계산법이 완전히 다르다. 타율만 놓고 보면 2026년은 답답하다. 8월 중순 기준 타율 0.226, 장타율 0.395였고 병살도 많았다. 8월 말 기준으로도 104경기 타율 0.228, 12홈런, 50타점, OPS 0.739 정도였다. 예전처럼 한 방으로 흐름을 뒤집는 이미지는 남아 있지만, 시즌 내내 공격 생산성이 꾸준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데 포수는 타격 기록만으로 가격을 매기기 힘들다. 박동원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포수 출장 이닝 최상위권을 지켰고, LG 마운드 운영의 중심이었다. 2023년 982이닝, 2024년 944와 3분의 2이닝, 2025년 938과 3분의 1이닝을 버틴 포수는 그냥 포수가 아니다. 매일 투수 컨디션을 받고, 사인을 내고, 벤치의 계획을 그라운드로 옮기는 현장 지휘관이다.
그래서 박동원에게 2+1년은 꽤 자연스럽다. 1990년생 포수에게 4년 보장은 구단이 부담을 크게 안는 구조다. 반대로 1년 계약은 선수의 기여도와 포지션 가치를 너무 박하게 보는 느낌이 있다. 2년 보장에 1년 옵션이면 LG는 이주헌, 김범석, 김성우 같은 다음 포수 플랜을 준비할 시간을 벌고, 박동원은 주전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체력 변수에 대한 현실적인 장치를 받아들이는 모양이 된다.
LG의 셈법은 샐러리캡에서 더 선명해진다
LG가 마음만 먹으면 둘 다 길게 잡으면 되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2025시즌 LG의 연봉 상위 40명 합계는 경쟁균형세 상한액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후 상한액이 해마다 5%씩 오르긴 해도, 기존 FA들의 연봉 구조와 주축 선수들의 인상분을 생각하면 여유가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 홍창기는 출루 능력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최근 부상과 장타 감소가 변수다.
- 박동원은 포수 희소성이 강하지만 30대 후반 시즌을 향해 간다.
- LG는 문보경, 신민재, 투수진 등 다음 계약 대상까지 함께 봐야 한다.
- 2+1년은 선수 가치 인정과 구단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담을 수 있다.
특히 시즌 초 70억 원 제안설 같은 이야기는 공식 확인이 필요한 루머로 남겨두는 게 맞다. 다만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양쪽의 눈높이가 만만치 않았다는 신호이긴 하다. 시즌 성적이 기대보다 내려온 지금은 선수도, 구단도 같은 숫자를 전혀 다른 감정으로 보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
짧은 계약이 꼭 낮은 평가는 아니다
팬 입장에서는 2+1년이라는 말이 조금 차갑게 들릴 수 있다. ‘왕조를 말하면서 핵심 선수를 왜 짧게 보나’ 싶은 마음도 이해된다. 하지만 요즘 KBO에서 계약 기간은 애정의 크기만이 아니라 리스크 배분 방식에 가깝다. 보장액을 높이고 옵션을 현실적으로 설계하면 2+1년은 선수에게도 나쁜 계약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홍창기는 2+1년만으로 설득되기 어려운 카드라고 본다. 반등 가능성과 출루 기반의 지속성을 감안하면 최소 3년 보장 이상을 요구할 명분이 있다. 반면 박동원은 2+1년 구조가 꽤 잘 맞는다. 포수 이닝, 장타, 리더십을 인정하되 체력과 나이를 계약서 안에서 같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LG 박동원·홍창기 계약의 무게는 결국 ‘과거 공로’와 ‘앞으로의 승률’을 어떻게 나눠 담느냐에 있다. 두 선수 모두 LG의 좋은 시절을 만든 얼굴들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숫자는 냉정한데, 팬의 기억은 쉽게 식지 않는다. 그래도 구단이 다음 우승까지 생각한다면 이름값만 볼 수 없고, 선수도 자신의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걸 그라운드에서 한 번 더 증명해야 한다. 이 협상은 돈 싸움이라기보다 LG가 어느 속도로 다음 세대로 넘어갈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더 가까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