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 기록을 다시 넘겨봤더니, 화려함보다 더 센 퍼트의 이야기

얼마 전 KPGA 기록을 다시 보다가 허인회 이름에서 한 번 더 멈췄다. 허인회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노란 머리, 과감한 드라이버, 감정 표현이 살아 있는 플레이지만, 숫자로 따라가면 의외로 더 단단한 장면이 나온다. 그는 단순히 튀는 선수가 아니라 오래 버틴 선수이고, 오래 버틴 정도를 넘어 자기 장점을 기록으로 증명해온 선수다.
허인회라는 선수는 왜 오래 기억에 남을까
허인회는 1987년생으로 2007년 KPGA에 입회했고, 2008년 코리안투어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라왔다. KPGA 공식 기록 기준 국내 6승, 일본투어 1승까지 더하면 프로 통산 7승의 커리어를 갖고 있다. 우승 횟수만 놓고 봐도 가볍지 않은데, 더 흥미로운 건 그 우승들이 한 시기에 몰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필로스오픈 우승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2014년에는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과 일본 도신 골프 토너먼트 우승을 거뒀다. 2015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2021년 GS칼텍스 매경오픈, 2023년 iMBank 오픈, 2024년 비즈플레이·원더클럽 OPEN with 클럽72까지 이어진 흐름을 보면 공백을 지나 다시 올라오는 힘이 보인다. 사실 골프에서 이게 제일 어렵다. 한 번 잘 치는 것보다, 여러 번 무너진 뒤 다시 우승권으로 돌아오는 일이 훨씬 더 선수의 내구성을 보여준다.
장타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무기
허인회의 이미지는 확실히 공격 쪽에 가깝다. 2014년에는 KPGA 투어와 일본투어에서 동시에 평균 드라이브 거리 1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골프에서 이 기록은 꽤 강한 상징성을 갖는다. 한 투어에서 장타자로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은데, 두 무대에서 동시에 비거리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기록을 더 깊게 보면 허인회의 진짜 무기는 퍼트 쪽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평균 퍼트수 1위에 올랐다. 2024시즌 평균 퍼트수는 1.7074개. 이 숫자는 그냥 “퍼트를 잘한다” 정도로 넘기기엔 꽤 세다. 18홀 전체로 보면 매 홀의 미세한 차이가 누적되고, 우승 경쟁에서는 그 0.1타의 차이가 컷 통과, 톱10, 우승 상금을 갈라놓는다.
- KPGA 투어 국내 6승
- 일본투어 포함 프로 통산 7승
- 2021~2024년 평균 퍼트수 4년 연속 1위
- 2024시즌 평균 퍼트수 1.7074개
- 2024시즌 상금 약 5억1435만 원, 상금순위 5위권
2024년 역전 우승이 말해준 베테랑의 방식
2024년 비즈플레이·원더클럽 OPEN with 클럽72 우승은 허인회의 커리어를 설명할 때 오래 남을 장면이다. 최종일을 선두에 5타 뒤진 위치에서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장유빈과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로 동률을 이뤘다. 그리고 2차 연장에서 버디로 승부를 끝냈다. 5타 차를 뒤집는 역전 우승, 그것도 연장전 승리. 팬 입장에서는 이런 경기가 오래 간다.
이 우승이 더 재밌는 이유는 세대 구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장유빈은 당시 KPGA의 새 얼굴로 치고 올라오던 선수였고, 허인회는 이미 굵직한 장면을 여러 번 만든 베테랑이었다. 젊은 선수의 기세와 베테랑의 리듬이 맞붙었는데, 허인회는 흔들리는 대신 자기 식으로 밀고 갔다. 특히 페어웨이에서 미니 드라이버를 잡는 선택은 그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줬다. 안전하게만 가는 선수가 아니라, 계산된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선수라는 뜻이다.
2026년 흐름은 조금 더 차갑게 봐야 한다
최근 흐름은 화려함만으로 읽기 어렵다. 2026시즌 KPGA 공식 프로필에 잡힌 수치를 보면 제네시스 포인트 1,337.2점으로 35위권, 상금은 1억1983만 원대, 평균 타수는 71.5타 수준이다. 군산CC 오픈 공동 14위, KPGA 선수권 공동 16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공동 26위처럼 의미 있는 순위도 있었지만, 몇몇 대회에서는 컷 기준선 바깥으로 밀리는 장면도 나왔다.
솔직히 이게 베테랑 골퍼를 보는 재미이기도 하다. 매주 폭발하는 선수는 아니다. 대신 컨디션이 맞고 퍼터가 살아나면 여전히 상위권 판을 흔들 수 있다. 허인회는 드라이버로 분위기를 만들고, 퍼트로 스코어를 닫는 유형이다. 그래서 초반 순위가 조금 낮아도 최종일에 갑자기 리더보드 색깔을 바꿀 여지가 있다.
허인회를 보는 재미는 숫자와 표정 사이에 있다
허인회를 좋아하든 아니든, 그가 KPGA 투어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인기상, 베스트샷, 장타 기록, 평균 퍼트 4년 연속 1위 같은 조각들이 한 선수 안에 같이 들어 있다. 쇼맨십만 있는 선수였다면 기록이 이렇게 오래 남기 어렵고, 기록만 있는 선수였다면 팬들이 이만큼 장면을 기억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허인회를 볼 때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부분도 그 지점이다. 그는 골프를 조용한 수싸움으로만 만들지 않는다. 감정이 있고, 선택이 있고, 때로는 위험한 클럽 선택까지 있다. 그런데 그 바탕에는 평균 퍼트 1위라는 차가운 숫자가 깔려 있다. 그래서 허인회의 다음 우승 가능성을 말할 때도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라 기록 기반의 기대라고 부를 수 있다. 아직 리더보드 어딘가에 그의 이름이 올라오면, 팬들은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스크롤을 멈추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