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프리킥 뒤 모레노 감독의 칭찬 거절을 다시 봤더니

얼마 전 에콰도르전을 다시 돌려보는데, 이상하게 골 장면보다 경기 후 인터뷰가 더 오래 남았다. 손흥민이 후반 13분 거의 각이 없는 위치에서 프리킥을 감아 넣었고,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당연히 들끓었다. 그런데 모레노 감독은 그 장면을 개인 영웅담으로 키우지 않았다. 손흥민 칭찬을 기대한 질문 앞에서 그는 말을 아꼈고, 오히려 축구는 개인보다 팀이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3-0 승리보다 눈에 띈 인터뷰 온도
한국은 2026년 9월 24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3-0으로 이겼다. 득점은 후반에 몰렸다. 후반 9분 오현규가 균형을 깼고, 4분 뒤 손흥민이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41분에는 이동경이 쐐기를 박았다. 관중 3만3953명이 들어온 경기에서 새 감독의 데뷔전, 남미 강호 상대 완승, 손흥민의 기록 추격까지 이야기거리가 넘쳤다.
특히 손흥민의 골은 기록적으로도 묵직했다. A매치 148번째 경기에서 나온 통산 57호골이었다. 차범근의 한국 남자대표팀 최다 득점 58골까지 이제 1골 차다. 이 정도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캡틴을 따로 띄워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밤이었다. 근데 모레노 감독은 그 길을 가지 않았다.
왜 손흥민 칭찬을 거절했나
모레노 감독의 답변은 차가워 보였지만, 속을 보면 꽤 일관됐다. 그는 손흥민이 교체돼 벤치로 들어올 때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선수와 감독 사이의 말은 팀 안에 남겨두겠다는 원칙이었다. 그리고 특정 선수 평가를 요구받았을 때도 개인 이름보다 그룹과 팀을 먼저 꺼냈다.
이건 손흥민을 낮게 본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이미 손흥민은 주장이고, 57골을 넣은 대표팀의 상징이다. 굳이 공개 칭찬으로 권위를 더해줄 필요가 없는 선수다. 모레노 감독은 그 에너지를 팀 전체로 돌렸다. 손흥민의 프리킥은 재능의 장면이지만, 그 프리킥을 얻기 전 압박, 전진 패스, 박스 주변 움직임, 세트피스 위치 선정까지 모두 팀의 맥락 안에 있었다는 식이다.
개인보다 구조를 말한 이유
감독 입장에서는 데뷔전 직후가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3-0이라는 숫자가 나오면 잘된 장면만 확대된다. 팬들은 흥분하고, 언론은 스타를 찾고, 선수단 내부에서도 자연스럽게 주목도가 갈린다. 모레노 감독은 그 흐름을 끊었다. 잘한 선수 한 명보다 잘 작동한 구조, 그리고 아직 손봐야 할 장면을 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 후반 9분 오현규 선제골로 경기 흐름 전환
- 후반 13분 손흥민 프리킥 골로 A매치 57호골 달성
- 후반 41분 이동경 득점으로 3-0 완승 완성
- 하프타임 이후 압박 방식과 빌드업 위치 조정
호평이 나온 진짜 포인트
모레노 감독이 호평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이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대표팀 감독은 승리하면 박수를 받고, 패하면 비판받는 자리다. 그런데 이번 반응은 경기력보다 인터뷰 태도에서 더 크게 번졌다. 팬들이 본 건 ‘선수를 공개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감독’이었다.
대표팀은 늘 스타 의존 이야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손흥민이 있으면 손흥민에게 몰리고, 이강인이 있으면 이강인에게 몰린다. 김민재가 실수하면 수비 전체보다 김민재 이름이 먼저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감독이 특정 선수 평가를 피한 건 꽤 의미 있는 선택이다. 잘한 선수도 공개석상에서 과하게 띄우지 않고, 못한 선수도 쉽게 꺼내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술적으로도 호평받을 만한 지점이 있었다. 전반 한국은 에콰도르의 피지컬과 압박에 공격 루트를 쉽게 열지 못했다. 그런데 하프타임 뒤 압박 방식과 후방 전개 위치가 바뀌면서 공간이 조금씩 났다. 단 3일 훈련한 팀이 후반 3골을 몰아쳤다면, 그건 선수 개인 기량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벤치가 경기를 읽고, 선수들이 빠르게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손흥민에게도 나쁘지 않은 거리감
손흥민 입장에서도 이런 거리감은 나쁘지 않다. 그는 이미 대표팀에서 너무 많은 상징을 떠안고 있다. 골을 넣으면 영웅이고, 침묵하면 걱정의 중심이 된다. 그런데 모레노 감독이 손흥민을 팀 안의 한 축으로 다루면, 손흥민은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스타를 보호하는 방법이 꼭 따뜻한 칭찬만은 아니다. 때로는 과한 조명을 살짝 빼주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
주장 체제를 유지한 과정도 비슷하다. 모레노 감독은 갑자기 완장을 바꾸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기존 방식을 존중했고, 막 부임한 감독이 선수단 질서를 성급히 흔드는 건 위험하다고 봤다. 손흥민을 신뢰하되, 손흥민만 앞세우지는 않는 방식. 이 균형이 이번 인터뷰의 핵심적인 분위기였다.
숫자 뒤에 남은 장면
기록만 보면 손흥민은 차범근의 58골에 1골 차로 따라붙었고, 모레노 감독은 데뷔전 3-0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이 경기의 더 흥미로운 대목은 숫자 사이에 있었다. 프리킥 골 뒤에 감독이 개인 칭찬을 피한 장면, 승리 직후에도 호텔에서 영상을 다시 보겠다고 한 태도, 그리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팀이라는 단어를 반복한 선택 말이다.
솔직히 팬으로서는 손흥민 칭찬을 더 듣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프리킥은 충분히 오래 이야기할 만한 골이었다. 다만 대표팀이 다시 단단해지려면 스타 한 명의 서사보다, 그 스타가 편하게 빛날 수 있는 구조가 먼저 필요하다. 모레노 감독의 칭찬 거절이 유난히 좋게 들린 건 그래서다. 손흥민을 덜 말했는데, 오히려 손흥민이 더 잘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