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외인 트라이아웃을 다시 봤더니, 2026-27 V리그 판도가 보였다

얼마 전 2026-27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결과를 다시 훑어보다가, 이 행사가 단순히 ‘누가 뽑혔나’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숫자만 봐도 꽤 흥미롭습니다. 한국배구연맹 발표 기준으로 남자 84명, 여자 72명이 신청했고, 구단 평가를 거쳐 남녀 25명씩 초청 명단이 꾸려졌습니다. 그런데 체코 프라하 현장에서는 일정 충돌과 개인 사정으로 불참자가 나오면서 실제 관찰 표본은 더 줄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트라이아웃은 선수 풀의 폭보다, 구단들이 어떤 위험을 피하고 어떤 확실성을 샀는지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 자리였습니다.
프라하에서 보인 흐름은 ‘검증’이었다
2026 KOVO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는 5월 7일부터 10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남녀부가 함께 진행됐습니다. 남자부는 카일 러셀, 여자부는 반야 부키리치가 각각 전체 1순위로 지명됐습니다. 둘 다 V리그 경험자입니다. 근데 이게 꽤 상징적입니다. 자유계약제 전환을 앞둔 마지막 드래프트 성격이 강했던 만큼, 구단들은 영상 속 잠재력보다 한국 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적응력과 경기 내구성을 더 크게 본 셈입니다.
외국인 선수는 단순한 득점원이 아닙니다. 특히 V리그에서는 하이볼 처리, 서브 리시브가 흔들린 뒤의 두 번째 공격, 세트 후반 결정력까지 떠안습니다. 그래서 구단 입장에서는 ‘잘할 것 같은 선수’보다 ‘어느 정도는 계산이 되는 선수’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이번 남녀 1순위가 모두 경력자에게 간 건 우연이라기보다, 리그 전체가 위험 관리 쪽으로 기울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남자부, 높이와 서브의 리그가 더 세졌다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는 OK저축은행의 카일 러셀입니다. 러셀은 한국전력, 삼성화재, 대한항공을 거친 선수라 V리그의 템포와 압박을 잘 압니다. 강한 서브와 높은 타점은 이미 확인된 무기입니다. 다만 시즌 후반 체력 저하라는 숙제도 따라붙습니다. OK저축은행이 러셀을 택했다는 건, 새 얼굴의 불확실성보다 검증된 한 방을 우선했다는 의미가 큽니다.
삼성화재는 212cm의 펠리피 호키를 선택했습니다. 높이만 놓고 보면 이번 남자부 드래프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카드입니다. 대한항공은 207cm의 젠더 케트진스키를 지명했고, KB손해보험은 독일 국가대표 출신 리누스 베버를 데려왔습니다. 현대캐피탈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와 재계약했고, 한국전력은 쉐론 베논 에번스, 우리카드는 하파엘 아라우조와 동행을 이어갔습니다.
- OK저축은행: 카일 러셀 지명, V리그 경험과 서브 파워에 베팅
- 삼성화재: 펠리피 호키 지명, 212cm 높이와 공격 범위 보강
- 대한항공: 젠더 케트진스키 지명, 207cm 장신 공격수로 새 조합 시도
- KB손해보험: 리누스 베버 지명, 기본기와 서브 구질에 기대
- 현대캐피탈·한국전력·우리카드: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
남자부의 흐름을 기록 관점에서 보면 서브 득점보다 더 봐야 할 숫자가 있습니다. 범실을 감수하고도 상대 리시브 라인을 얼마나 무너뜨리는지, 하이볼 상황에서 공격 성공률이 얼마나 버티는지, 그리고 20점 이후에 공격 점유율이 올라가도 효율이 급락하지 않는지가 중요합니다. 러셀은 파워가 확실하지만 관리가 필요하고, 호키와 케트진스키는 큰 키를 실제 득점 생산성으로 바꾸는 과정이 관건입니다.
여자부, 부키리치 복귀가 판을 흔든다
여자부는 드라마가 더 진했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이 구단 사정으로 드래프트에 불참하면서 6개 구단 체제로 진행됐고, 정관장이 전체 1순위로 부키리치를 다시 불렀습니다. 부키리치는 198cm 장신 공격수입니다. 2023-24시즌 한국도로공사에서 V리그에 입성했고, 2024-25시즌 정관장에서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함께했습니다. 정관장 입장에서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지난 시즌 최하위 흐름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익숙한 반등 카드입니다.
현대건설은 2순위로 미국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조던 윌슨을 선택했습니다. 흥국생명은 쿠바 출신 옌시 킨델란을 지명했습니다. 킨델란은 188cm에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겸할 수 있는 유형이라 활용 폭이 넓습니다. GS칼텍스는 지젤 실바, 한국도로공사는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 IBK기업은행은 빅토리아 댄착과 재계약했습니다. 여자부 역시 새 얼굴보다 검증된 득점 루트를 붙잡은 팀이 많았습니다.
여자부에서 봐야 할 기록 포인트
부키리치의 경우 관건은 포지션입니다. 아포짓으로 쓸지,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용할지에 따라 팀 전체 리시브 구조와 공격 분배가 달라집니다. 2024-25시즌 정관장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것도 단순 득점보다 포지션 전환 이후 공격과 수비 부담을 함께 버틴 점이 컸습니다. 현대건설의 윌슨은 파워보다 기본기 평가가 앞섰고, 흥국생명의 킨델란은 실바처럼 파괴력 있는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느냐가 관심입니다.
- 정관장: 부키리치 복귀, 높이와 경험을 동시에 확보
- 현대건설: 조던 윌슨 지명, 팀 밸런스와 리시브 안정성에 초점
- 흥국생명: 옌시 킨델란 지명, 쿠바 공격수 계보에 기대
-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 실바, 모마, 빅토리아와 재계약
트라이아웃 이후 진짜 싸움은 시즌 중에 시작된다
사실 트라이아웃 영상과 현장 측정만으로 외국인 선수의 시즌 전체 가치를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서전트 점프, 스탠딩 리치, 러닝 점프 같은 수치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리그에 들어오면 상대 블로킹이 분석하고, 서브 목적타가 들어오고, 이동 거리와 훈련 강도까지 누적됩니다. 그래서 10월 이후에는 득점 순위만 보지 말고 공격 점유율, 성공률, 범실, 리시브 효율, 클러치 상황의 선택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이번 2026-27 V리그 외인 트라이아웃은 ‘새 얼굴 찾기’보다 ‘리스크 줄이기’에 가까웠습니다. 남자부는 높이와 서브, 여자부는 검증된 득점력과 포지션 적합성이 키워드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러셀과 부키리치의 복귀가 가장 흥미롭습니다. 이미 리그가 장단점을 다 알고 있는 선수들이 다시 선택받았다는 건, 그만큼 V리그에서 외국인 한 자리의 무게가 크다는 뜻이니까요. 시즌이 시작되면 이 선택들이 단순한 이름값이었는지, 아니면 팀 순위를 실제로 바꾸는 숫자로 남을지 꽤 재미있게 지켜볼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