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현을 기록으로 다시 봤더니, 작은 센터백의 헤더는 우연이 아니었다

얼마 전 2023 U-20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다시 봤는데, 최석현의 장면은 이상하게 다시 멈춰 보게 된다. 수비수인데 골 장면으로 기억되고, 키가 압도적인 선수도 아닌데 공중볼에서 가장 강하게 남았다. 그게 단순한 한 경기의 반짝임이었는지, 아니면 선수 커리어 전체를 설명하는 힌트였는지 기록을 따라가 보면 꽤 흥미롭다.
최석현이라는 이름이 처음 크게 박힌 순간
최석현은 2003년 1월 13일생 수비수다. 울산 HD 공식 프로필 기준 신장과 체중은 178cm, 76kg. 대한축구협회가 U-20 월드컵을 앞두고 소개했을 때도 포지션은 중앙수비수였고, 서울신용산초, 제주JJFC U15, 울산현대중, 울산현대고, 단국대를 거친 흐름이 확인된다.
사실 센터백을 볼 때 178cm라는 숫자는 먼저 눈에 걸린다. 현대 축구에서 중앙수비수는 높이 싸움, 세트피스 수비, 박스 안 경합을 떠안는 자리다. 그런데 최석현은 그 약점을 그대로 노출한 선수가 아니라, 위치 선정과 점프 타이밍으로 다른 답을 낸 선수에 가깝다.
U-20 월드컵의 두 번 연속 헤더골
최석현을 이야기할 때 빠지기 어려운 장면은 2023 FIFA U-20 월드컵 토너먼트다. 에콰도르와의 16강에서 한국은 3대2로 이겼고, 최석현은 후반 초반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 이번에는 연장 전반에 다시 머리로 결승골을 만들었다.
특히 나이지리아전 기록은 숫자만 봐도 경기의 질감이 보인다. 한국은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밀렸다. 슈팅은 4대22, 유효슈팅은 1대3 흐름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단 하나뿐인 유효슈팅이 최석현의 헤더였고, 그 한 번이 1대0 승리로 이어졌다. 기록 스포츠에서 이런 장면은 오래 간다. 운처럼 보이지만, 세트피스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그건 준비와 감각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 2023 U-20 월드컵 16강 에콰도르전: 최석현 헤더 득점, 한국 3대2 승리
- 2023 U-20 월드컵 8강 나이지리아전: 최석현 연장 헤더 결승골, 한국 1대0 승리
- 2023 U-20 아시안컵 중국전: 헤더 득점으로 한국의 3대1 승리에 기여
프로 기록은 조용히 쌓이는 중
프로 커리어의 출발은 화려한 월드컵 장면과는 조금 달랐다. 최석현은 울산에 입단한 뒤 2024시즌 충북청주에서 K리그2 경험을 먼저 쌓았다. K리그 공식 기록 기준 2024시즌은 16경기 0골 1도움. 신인 수비수에게 16경기 출전은 작지 않은 표본이다. 특히 수비수는 공격 포인트보다 출전 시간, 포지션 소화, 실전 압박 적응이 먼저 보이는 자리다.
울산으로 돌아온 뒤에는 기록의 층이 달라졌다. 2025시즌 K리그1 23경기, 2026시즌에는 16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2026년 10월 초 K리그 공식 기록 기준으로 통산 리그 기록은 55경기 2골 2도움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아직 폭발적인 누적은 아니다. 그런데 수비수, 그것도 어린 측면·중앙 멀티 자원이라는 맥락을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눈에 띄는 지점
- 2024년 충북청주: K리그2 16경기 1도움
- 2025년 울산: K리그1 23경기 출전
- 2026년 울산: K리그1 16경기 2골 1도움
- 프로 통산: 리그 55경기 2골 2도움
울산에서 더 흥미로워진 이유
울산에서 최석현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어린 수비수가 출전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울산은 오랫동안 측면 수비 자원의 질을 중요하게 다뤄온 팀이고, 2026시즌 초반에는 조현택과 함께 좌우 측면 조합으로 자주 언급됐다. 울산 구단 자료에서도 두 선수가 함께 선발로 나온 1라운드와 3, 4라운드에서 팀이 3전 전승, 7득점 2실점 흐름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기록은 최석현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그는 아직 팀의 완성형 스타라기보다, 팀 전술 안에서 자신의 쓰임새를 넓혀가는 선수다. 중앙수비수로 성장해 왔지만 측면에서도 뛸 수 있고, 수비 안정감에 세트피스 득점 감각까지 얹을 수 있다. 이런 유형은 감독 입장에서 꽤 유용하다. 경기 중 포메이션을 바꾸거나, 상대 윙어의 속도를 잡거나, 후반 세트피스 한 방을 노릴 때 선택지가 된다.
2026시즌 첫 K리그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점도 그냥 상 하나로 넘기기 어렵다. 영플레이어상은 나이만 어려서 받는 상이 아니다. 출전 시간, 경기 영향력, 팀 내 역할이 같이 봐야 하는 지표다. 최석현이 유스 대회에서의 기억을 프로 무대의 현재형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최석현을 볼 때 놓치면 아쉬운 장면들
솔직히 최석현의 기록을 볼 때 가장 재밌는 건 ‘작은 센터백’이라는 말이 더 이상 단점 하나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중볼에서 유리한 체격은 아니지만, 어디로 공이 떨어질지 먼저 읽고 들어가는 선수는 숫자 이상의 존재감을 만든다. 에콰도르전과 나이지리아전의 헤더골도 그런 장면이었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첫째, 측면 수비수로 뛸 때 크로스와 전진 패스의 질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둘째, 중앙수비수로 돌아섰을 때 높이 열세를 위치 선정으로 얼마나 버티는지. 셋째, 세트피스에서 상대가 이미 경계하는 선수가 됐을 때도 다시 골 장면을 만들 수 있는지다.
최석현은 아직 완성된 이름보다 진행 중인 이름에 가깝다. 그런데 기록을 다시 놓고 보면 이미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장면을 만든 선수다. 어린 수비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눈에 띄되 흔들리지 않는 것’인데, 최석현은 그 경계선 위에서 꽤 흥미로운 속도로 커가고 있다. 그래서 다음 한 경기의 출전 여부보다, 몇 시즌 뒤 이 선수가 어느 포지션에서 어떤 표준값을 만들지가 더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