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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 없는 현대건설을 다시 그려봤더니, 새 시대의 답은 양쪽 날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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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 없는 현대건설을 다시 그려봤더니, 새 시대의 답은 양쪽 날개에 있었다

요즘 현대건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전처럼 ‘양효진이 버티는 팀’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는다. 그 문장 하나가 꽤 크게 느껴진다. 여자배구 현대건설은 오랫동안 중앙의 안정감으로 경기를 풀어가던 팀이었고, 위기 때마다 미들블로커 한 명이 분위기를 바꾸는 장면이 익숙했다. 그런데 2026-2027시즌을 앞둔 지금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제 현대건설은 과거의 강점을 복사하는 팀이 아니라, 새로운 득점 구조를 직접 설계해야 하는 팀이 됐다.

양효진 이후라는 낯선 문장

양효진의 은퇴는 단순한 베테랑 이탈이 아니다. 19시즌 동안 현대건설 한 팀에서 뛰었던 선수가 빠졌고, 등번호 14번은 영구결번이 됐다. 이 정도면 전력 공백보다 시대의 교체에 가깝다. 양효진은 속공, 이동공격, 블로킹, 서브 이후 전위 압박까지 한꺼번에 계산에 넣게 만드는 선수였다. 상대 입장에서는 중앙을 버리고 양쪽만 막을 수 없었고,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김다인의 토스 선택지가 늘 넓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2위권을 지키며 여전히 강팀의 체급을 보여줬다. 22승 14패, 승점 65로 봄배구에 직행했고, 시즌 내내 상위권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다만 플레이오프에서 GS칼텍스에 2경기 연속 막힌 장면은 뼈아팠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한쪽 공격이 막히거나 외국인 공격수 화력 싸움에서 밀리면 흐름이 빠르게 무너졌다. 그래서 이번 새 시즌 구상은 감성보다 숫자 쪽에서 더 명확하게 읽힌다.

새 얼굴이 말하는 방향: 중앙보다 양쪽

한국배구연맹 등록 공시 기준으로 현대건설은 국내 선수 17명을 1차 등록했고, 보수 총액은 약 26억1500만 원 규모다. 김다인, 정지윤, 김연견 같은 축은 남았고, 배유나와 이한비가 새로 들어왔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메가왓티 퍼티위, 외국인 아웃사이드 히터 조던 윌슨 조합이 붙는다. 이 구성을 보면 방향은 꽤 뚜렷하다. 중앙에서 한 방을 기다리는 팀보다, 좌우 날개에서 더 자주 때리고 더 넓게 흔드는 팀에 가깝다.

메가는 이미 V리그 팬들에게 설명이 많이 필요 없는 공격수다. 왼손 아포짓이라는 희소성, 긴 랠리에서 공을 끝내는 힘, 분위기를 바꾸는 한 방이 있다. 조던은 전통적인 몰빵형 아포짓이 아니라 아웃사이드 히터로 분류된다. 이 선택은 꽤 흥미롭다. 현대건설이 단순히 외국인 선수에게 35점씩 맡기는 그림보다, 리시브와 전환 공격까지 같이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김다인은 새 팀의 속도를 조율해야 하는 세터다. 토스 배분보다 중요한 건 공격수별 리듬을 얼마나 빨리 맞추느냐다.
  • 정지윤은 여전히 현대건설 공격 밸런스의 열쇠다. 리시브 부담을 버티면서 득점까지 가져가면 팀의 천장이 확 올라간다.
  • 메가는 하이볼 처리와 후위 공격에서 확실한 답이 될 수 있다. 다만 점유율이 너무 높아지면 시즌 후반 체력 관리가 관건이다.
  • 배유나는 양효진의 복제판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베테랑 카드다. 블로킹 위치 선정과 빠른 판단에서 팀에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기록으로 보면 리스크도 선명하다

새 시대라는 말은 멋있지만, 배구 코트에서는 결국 첫 리시브와 두 번째 터치에서 민낯이 나온다. 현대건설이 양쪽 날개 중심으로 가려면 리시브 라인이 오래 버텨야 한다. 조던, 정지윤, 이한비 쪽에서 리시브 효율이 흔들리면 김다인의 빠른 배분도 힘을 잃는다. 세터가 아무리 좋아도 공이 네트에서 멀어지면 선택지는 줄어든다. 이건 배구에서 꽤 냉정한 법칙이다.

또 하나는 중앙의 존재감이다. 양효진이 있을 때 현대건설은 상대 블로커를 가운데에 묶어두는 힘이 있었다. 이제는 배유나, 김희진, 젊은 미들블로커들이 그 역할을 나눠야 한다. 세트당 블로킹 수치만 볼 일이 아니다. 상대 아웃사이드 히터가 크로스를 편하게 때리는지, 아포짓이 직선 코스를 쉽게 보는지, 20점 이후에 블로킹 타이밍이 늦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기록지는 숫자로 남지만, 흐름은 그 숫자 사이에서 먼저 흔들린다.

팬이 지켜볼 숫자 세 가지

  • 메가의 공격 점유율이 30%대 초반에서 관리되면 현대건설은 분산 공격에 성공하고 있다는 신호다. 40% 가까이 올라가면 이기는 날은 시원해도 긴 시즌에서는 부담이 쌓인다.
  • 정지윤과 조던의 리시브 효율은 팀 색깔을 가르는 지표다. 두 선수가 버티면 김다인의 속공, 퀵오픈, 백어택 연결이 살아난다.
  • 미들블로커진의 속공 득점과 블로킹 유효 터치가 중요하다. 양효진의 득점을 그대로 메우는 게 아니라, 상대 블로커의 발을 묶는 정도가 관전 포인트다.

현대건설의 새 시대는 이름보다 구조다

솔직히 현대건설의 이번 구상은 꽤 과감하다. 팀의 상징이 빠진 뒤에도 수비형으로 움츠러들기보다, 메가와 조던을 앞세워 양쪽 공격의 비중을 키우려 한다. 강성형 감독 입장에서는 익숙한 승리 방식과 작별해야 하는 시즌이고, 팬들 입장에서는 예전 현대건설과 다른 리듬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도 이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건설은 완전히 무너진 팀이 아니라, 상위권 전력을 유지한 채 경기 해법을 바꾸려는 팀이다. 김다인의 손끝, 메가의 결정력, 정지윤의 버티는 힘, 배유나의 경험이 한 라운드 안에서 맞물리기 시작하면 새 시대라는 말이 꽤 빨리 현실이 될 수 있다. 예전의 현대건설이 중앙에서 무게를 만들었다면, 이제의 현대건설은 코트 양끝에서 속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 변화가 시즌 초반 수원 팬들의 박수 소리를 얼마나 자주 끌어낼지, 숫자 보는 재미가 꽤 커졌다.

양효진 없는 현대건설을 다시 그려봤더니, 새 시대의 답은 양쪽 날개에 있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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