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감독이 SOOP 수퍼스를 맡자 26승 목표가 다르게 들렸다

얼마 전 SOOP 수퍼스 창단식 장면을 보는데, 구단기를 든 김세진 감독의 표정이 꽤 묘하게 느껴졌다. 새 팀의 첫인사라서 밝아야 하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이 팀이 떠안은 무게가 화면 밖으로도 보였다. 여자배구 팬 입장에서는 단순히 새 유니폼이 나왔다는 뉴스보다, 김세진이라는 이름이 다시 코트 한가운데로 들어왔다는 쪽이 더 크게 들렸다.
새 이름이지만 빈 종이는 아니다
SOOP 수퍼스는 SOOP이 기존 여자 프로배구단을 인수해 새롭게 출발한 팀이다. 지난 6월 한국배구연맹 승인을 거쳐 팀명을 확정했고, 전남광주를 연고로 삼아 첫 시즌을 준비해왔다. 창단식과 시즌 출범식에서는 새 유니폼, 응원가, 선수단 첫인사가 함께 공개됐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신생팀이면서도 완전한 무에서 출발하는 팀은 아니라는 점이다. V리그 여자부의 기존 흐름, 지역 팬들의 기대, 남아 있는 선수단 자산, 새로 들어온 코칭스태프가 한꺼번에 섞인다. 이런 팀은 첫해 성적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개막 뒤 10경기 안에 어떤 배구를 고집하는지, 흔들릴 때 벤치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더 많은 걸 말해준다.
김세진 감독 선임이 가진 무게
김세진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이름이었다. 지도자로도 이미 강한 기록을 남겼다. 남자부 OK저축은행을 맡아 2014-15시즌과 2015-16시즌 연속 정상에 올렸고, 이후 해설과 연맹 행정까지 경험했다. 현장, 중계석, 행정의 언어를 모두 들어본 감독이라는 점은 새 팀에 꽤 큰 장점이다.
새 구단의 초대 감독에게 필요한 능력은 전술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훈련 기준을 세우고, 라커룸 분위기를 잡고, 구단과 현장 사이의 속도 차이를 줄여야 한다. 김세진 감독이 평가받을 지점도 바로 거기다. 강한 서브를 넣느냐, 빠른 배구를 하느냐보다 먼저 봐야 할 건 팀이 매 경기 비슷한 기준으로 움직이는지다.
26승 목표는 꽤 센 숫자다
김세진 감독은 출범식에서 첫 시즌 목표로 우승권과 26승을 말했다. 이 숫자는 그냥 힘찬 각오로 넘기기엔 제법 구체적이다. 여자부 정규리그가 통상 36경기 안팎의 긴 레이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26승은 승률 7할을 넘보는 목표다. 새 이름으로 출발하는 팀이 쉽게 꺼낼 숫자는 아니다.
물론 스포츠에서 목표는 현실 예측과 조금 다르다. 선수단 안쪽에 던지는 신호이기도 하다. 26승이라는 말은 우리는 적응기를 길게 가져갈 팀이 아니라는 선언에 가깝다. 팬들에게도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보다 바로 경쟁하겠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그래서 초반 1라운드가 중요하다. 첫 6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범실 관리, 20점 이후 결정력이 어느 정도 잡히는지만 봐도 이 목표가 숫자로만 남을지, 실제 레이스의 기준점이 될지 감이 온다.
선수단에서 먼저 볼 장면들
SOOP 수퍼스는 외국인 공격수와 국내 자원을 더하며 선수단을 다시 짰다. 이름값보다 중요한 건 역할의 선명도다. 새 팀이 초반에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부분은 대개 리시브 라인과 세터의 선택이다. 공격수가 아무리 좋아도 첫 터치가 흔들리면 중앙 속공은 사라지고, 결국 높은 볼을 외국인 선수에게 몰아주는 단순한 흐름으로 간다.
- 첫째, 서브 리시브가 버티는 날과 무너지는 날의 경기력 차이를 봐야 한다.
- 둘째, 세터가 20점 이후에도 중앙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셋째, 김세진 감독이 연패 구간에서 라인업을 얼마나 과감하게 조정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 넷째, 홈경기 분위기가 초반 승점 관리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지도 꽤 재미있는 기록이다.
SOOP 수퍼스의 첫 시즌은 기록으로 더 재밌어진다
SOOP이라는 플랫폼 기업이 구단을 운영한다는 점도 그냥 배경으로 넘기기 어렵다. 요즘 스포츠 팬은 경기만 보지 않는다. 훈련 영상, 선수 인터뷰, 라커룸 밖 이야기까지 같이 소비한다. SOOP 수퍼스가 이 장점을 잘 쓰면 팬과 팀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결국 팀의 언어는 기록지에서 검증된다.
나는 이 팀의 첫 시즌을 승패표 하나로만 보고 싶지는 않다. 김세진 감독이 새 팀에 어떤 기준을 심는지, 26승이라는 숫자가 선수단의 태도를 얼마나 바꾸는지, 전남광주 팬들이 홈코트를 얼마나 뜨겁게 만드는지까지 같이 보고 싶다. 새 팀의 첫해는 늘 약점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가끔 그 약점 사이에서 오래 갈 팀의 습관이 먼저 보인다. SOOP 수퍼스가 그 습관을 얼마나 빨리 만들지, 이번 시즌 여자배구에서 꽤 괜찮은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