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민 부상 장면 이후 기록을 다시 봤더니, NC 불펜의 시간이 다르게 보였다

사직의 9회, 기록지에 남지 않는 충격
얼마 전 NC 경기 기록을 다시 보다가 임지민 이름 옆에서 한참 멈췄다. 2026년 8월 14일 부산 사직 롯데전, 스코어만 보면 NC가 9-8로 이긴 경기다. 그런데 그날의 진짜 무게는 승패표보다 9회말 마운드 위에 있었다. 임지민은 9-6으로 앞선 9회말 2사 후 빅터 레이예스의 강한 직선 타구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이후 병원 검진에서 구강 내 열상과 안면부 아래턱뼈 분쇄골절 진단을 받았다.
야구를 오래 보면 강습 타구 장면을 가끔 보게 된다. 그래도 투수 얼굴 쪽으로 향하는 타구는 매번 다르다. 숫자로는 타구 속도, 아웃카운트, 점수 차를 말할 수 있지만, 그 순간 마운드가 얼어붙는 느낌은 기록지에 잘 남지 않는다. 특히 임지민은 그 경기에서 단순히 한 이닝을 소화하던 투수가 아니었다. 8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올라와 불을 끄고, 9회까지 책임지던 흐름이었다.
부상 전 임지민의 시즌은 어떤 모양이었나
KBO 기록실 기준으로 임지민은 부상 전까지 2026시즌 49경기에 등판해 46.2이닝을 던졌다. 성적은 4승 5패, 9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5.40, 탈삼진 37개였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시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불펜 투수의 가치는 평균자책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어느 이닝에 나왔는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는지, 팀이 어떤 투수 운용을 하고 있었는지가 같이 붙어야 한다.
49경기라는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는 젊은 투수가 시즌 중반을 넘어 50경기 가까이 등판했다는 건, 벤치가 그를 꽤 자주 불렀다는 뜻이다. 9홀드와 6세이브가 함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정 보직 하나에 고정됐다기보다, 경기 후반 여러 상황에서 쓰였다는 신호에 가깝다. 리드가 얇을 때, 동점에 가까운 긴장감이 있을 때, 혹은 기존 필승조가 쉬어야 할 때 임지민의 이름이 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 등판 수: 49경기
- 이닝: 46.2이닝
- 승패: 4승 5패
- 홀드와 세이브: 9홀드, 6세이브
- 평균자책점: 5.40
- 탈삼진: 37개
솔직히 이 기록은 조금 거칠다. 좋았던 날과 흔들린 날의 간격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불펜 투수에게 이런 시즌은 성장통이기도 하다. 경기가 쌓이고, 실패가 쌓이고, 다시 부름을 받는 과정에서 투수의 역할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번 임지민 부상은 단순한 전력 이탈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다. 막 몸으로 배워가던 시간이 끊겼기 때문이다.
수술과 회복 일정, 복귀보다 먼저 봐야 할 것
NC 구단 발표와 주요 통신 보도에 따르면 임지민은 8월 18일 부산 동아대학교병원에서 안면부 아래턱뼈 분쇄골절 관련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병원에서 회복했고, 8월 21일 퇴원 예정이라는 내용도 전해졌다. 이후 치료를 이어가며 복귀 일정은 회복 경과에 따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KBO 기록실에는 임지민의 부상자 명단 기록이 2026년 8월 15일부터 9월 13일까지 30일로 올라와 있다. 다만 야구에서 부상자 명단 날짜는 곧바로 실전 복귀 날짜를 뜻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처럼 안면부 골절과 구강 내 열상이 함께 있었던 경우라면 더 그렇다. 뼈가 붙고 통증이 줄어드는 문제, 식사와 체중 유지, 훈련 강도 회복, 투구 밸런스, 그리고 타구에 대한 심리적 반응까지 모두 따로 봐야 한다.
근데 투수에게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몸이 완전히 나아도 마음이 바로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뒤 투수는 타구를 피할 시간이 거의 없다. 강한 타구를 한 번 정면으로 겪은 선수라면, 다음 실전에서 릴리스 이후 몸이 먼저 움찔할 수도 있다. 그건 의지 부족이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운 방어 반응이다. 그래서 임지민의 복귀 시점은 달력보다 훈련 반응과 실전 감각을 더 봐야 한다.
NC 불펜에는 어떤 공백이 생겼나
NC 입장에서 임지민의 이탈은 숫자 이상이다. 49경기 등판 투수가 빠지면 단순히 한 명이 빠지는 게 아니라, 나머지 불펜의 역할표가 바뀐다. 누군가는 한 타자 더 상대해야 하고, 누군가는 하루 쉬어야 할 날에도 몸을 풀어야 한다. 특히 시즌 후반에는 피로 누적이 성적보다 먼저 드러날 때가 많다. 구속이 1~2km만 떨어져도 높은 코스의 직구가 맞아 나가고, 변화구 제구가 조금만 흔들려도 볼넷이 된다.
임지민이 맡던 후반부 연결 역할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팀 운영에서는 꽤 크다. 6세이브가 있다는 건 경기 종료 상황도 경험했다는 뜻이고, 9홀드는 리드를 지키는 중간 고리였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NC는 단순히 마지막 한 이닝만 다시 짜는 게 아니라, 7회부터 9회까지의 길을 새로 배열해야 했다. 이런 공백은 박스스코어에서는 대체 선수 이름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불펜 전체의 호흡 문제로 번진다.
임지민 부상을 보며 다시 생각한 투수의 위험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평균자책점, 홀드, 세이브, 승리확률, 타구 속도까지 숫자로 많은 걸 설명한다. 그런데 임지민 부상 같은 장면을 보면, 기록이 선수의 위험을 얼마나 늦게 따라오는지도 느껴진다. 투수는 공을 던지는 순간 가장 가까운 수비수가 된다. 홈플레이트와 마운드 사이 거리는 정해져 있지만, 프로 타자의 타구 속도는 그 거리를 너무 짧게 만든다.
물론 모든 위험을 장비 하나로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투수 보호 장비, 강습 타구 대응 훈련, 경기 후 심리 케어에 대한 논의는 더 자주 나와야 한다. 팬 입장에서도 복귀 소식만 재촉하기보다,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서도 괜찮은 상태인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임지민은 부상 전까지 거칠지만 분명하게 쓰임새를 넓혀가던 투수였다. 다시 공을 잡는 날이 온다면, 그날의 기록은 단순한 등판 하나가 아니라 멈췄던 시즌의 호흡이 이어지는 장면처럼 보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