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과 김연아의 인기 차이 분석을 해봤다

얼마 전 안세영의 경기 영상을 보다가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경기를 다시 틀었다. 둘 다 우승 장면인데 기억에 남는 방식은 꽤 달랐다. 김연아는 한 번의 연기가 온 나라의 기억으로 남았고, 안세영은 긴 랠리와 여러 대회를 거치며 팬을 모았다.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 따지기보다, 두 선수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는지가 궁금해졌다.
성적만 놓고 보면 두 선수 모두 시대의 정상에 섰다
김연아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점수는 228.56점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 기록을 보면 2위 아사다 마오의 205.50점보다 23.06점 높았다. 쇼트프로그램 78.50점, 프리스케이팅 150.06점으로 두 차례 연기 모두 1위였다. 당시 경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점수뿐 아니라 음악이 끝난 뒤의 표정까지 떠올리는 데는 그만한 경기 내용이 있었다.
안세영의 이력도 빽빽하다. 2023년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우승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금메달을 땄고, 2024년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는 허빙자오를 21-13, 21-16으로 꺾었다.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카롤리나 마린을 21-12, 21-10으로 이긴 기록도 눈에 띈다. 큰 대회 하나의 반짝 성과가 아니라 정상급 상대를 계속 넘어선 흐름이다.
다만 피겨의 점수 차와 배드민턴의 게임 점수를 나란히 놓고 압도감의 크기를 재기는 어렵다. 피겨는 두 프로그램의 수행을 채점하고, 배드민턴은 상대보다 먼저 점수를 쌓는다. 숫자는 각자의 경기에서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주지만, 인기의 크기까지 곧바로 말해주지는 않는다.
인기 수치는 질문을 읽어야 제대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2024년 11월 만 13세 이상 1,741명에게 그해 한국을 빛낸 스포츠선수를 두 명까지 물었을 때 안세영은 8.2%로 4위였다. 같은 조사에서 김연아는 0.8%였다. 현역의 올림픽 금메달과 은퇴 선수의 이름이 같은 질문에 올라온 셈이다. 이 수치만으로 두 사람의 전체 팬 규모가 열 배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질문을 바꾸면 보이는 모습도 달라진다. 한국갤럽의 2024년 봄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선수’ 조사에서는 김연아가 5%로 4위에 올랐다. 현역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때였다. 반면 파리 올림픽 직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를 묻는 조사에서는 안세영이 39%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좋아한다’, ‘올해 빛냈다’, ‘올림픽에서 인상적이었다’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숫자를 볼 때마다 조사 시점과 질문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김연아가 현역일 때의 파급력은 또 다른 수치에서 드러난다. 한국갤럽의 2009년 ‘올해를 빛낸 스포츠선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8%가 김연아를 꼽았다. 그렇다고 2009년의 82.8%와 2024년 안세영의 8.2%를 선수 자체의 매력 점수처럼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조사 연도와 그해의 스포츠 장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의 무대와 이어지는 경기의 리듬
김연아의 인기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의 성격과 맞물렸다. 피겨스케이팅은 몇 분짜리 연기 안에 음악, 기술, 표정, 점수가 한꺼번에 들어간다. 평소 종목을 챙겨보지 않던 사람도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순간에 환호하기 쉽다. 2009년 세계선수권 우승, 밴쿠버 금메달, 2013년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이어진 경력 역시 ‘큰 무대에 강한 선수’라는 기억을 오래 남겼다.
안세영의 경기는 다른 박자로 다가온다. 한 랠리에서 여러 차례 수비로 버틴 뒤 빈 곳을 찌르는 장면은 길게 봐야 더 짜릿하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으로 이어진 우승을 따라가다 보면 상대와 경기 상황에 맞춰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팬에게는 한 편의 대표 장면뿐 아니라 다음 경기에서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이건 종목과 경기 관람 방식에서 읽히는 차이에 대한 해석이지, 어느 쪽 팬이 더 깊게 응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김연아의 연기를 반복해서 분석하는 팬도 있고, 안세영의 올림픽 결승 한 경기만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은퇴한 스타의 기억과 현역 선수의 다음 경기
김연아에게는 시간이 쌓아준 힘이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4년 은퇴한 뒤에도 2017년까지 11년 연속 ‘올해를 빛낸 스포츠선수’ 5위 안에 들었다. 경기 결과가 새로 나오지 않아도 이름이 계속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밴쿠버의 228.56점은 기록이면서, 그 시절 경기를 함께 본 사람들의 기억을 꺼내는 숫자이기도 하다.
안세영의 이야기는 아직 경기 중이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 뒤에는 선수 관리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경기장 밖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사람들은 승리의 장면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뛰고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도 지켜본다. 현역 선수의 인기는 다음 대회에 따라 계속 움직일 수 있다.
나는 두 선수를 비교할 때 인기의 높낮이보다 그 인기가 쌓인 시간을 먼저 보게 된다. 김연아의 연기가 한 시대의 장면으로 남았다면, 안세영의 긴 랠리는 지금도 다음 장면을 만들고 있다. 기록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거기에 있다. 숫자는 이미 끝난 경기의 결과를 적지만, 팬에게는 그날의 분위기와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마음까지 떠올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