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 허재 연상시키는 체격 변화에 기록을 다시 봤다

얼마 전 허웅의 몸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보고 지난 시즌 경기 기록을 다시 찾아봤다. ‘허재의 전성기가 떠오른다’는 반응은 흥미롭다. 그런데 농구 팬에게 더 궁금한 건 닮았다는 인상보다 달라진 몸이 실제 경기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느냐다. 슛을 던지기 전 공간을 만드는 과정, 수비수와 부딪힌 뒤 균형을 잡는 모습까지 봐야 그 변화에 의미를 붙일 수 있다.
허재를 떠올리게 했다는 9월의 연습경기
체격 변화가 화제가 된 계기는 9월 17일 용인 KCC 체육관에서 열린 소노와의 연습경기였다. 당시 7M스포츠는 허웅이 이전보다 한층 탄탄해진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구단 관계자의 설명을 바탕으로 미국 플로리다와 댈러스에서 약 5주간 훈련한 뒤, 농구에 맞는 몸 상태를 만들려고 체중을 다시 조절했다고도 보도했다.
여기서 조심할 부분이 있다. 공개된 보도만으로 근육량이 몇 킬로그램 늘었는지, 현재 체중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사진이나 연습경기에서 보이는 어깨와 상체의 인상만으로 체성분을 단정할 수도 없다. ‘허재를 연상시킨다’는 말 역시 외형에 대한 비유다. 아버지와 같은 유형의 선수로 바뀌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경기의 재미있는 차이를 놓치기 쉽다.
허웅의 강점은 오랫동안 움직이며 슛 기회를 찾는 능력에 있었다. 그래서 몸을 키웠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든 생각도 단순했다. 접촉에는 강해지되, 수비를 따돌리던 발과 슛을 준비하던 리듬은 그대로일까. 그 균형이 이번 변화의 관전 지점이다.
51점의 기억과 새 시즌 기록 사이
지난 시즌 허웅이 보여준 득점력은 선명하다. 2026년 2월 SK전에서는 3점슛 14개를 넣으며 51점을 기록했다. 하루에 터진 엄청난 기록인 만큼 허웅이 어떤 슈터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그 경기 하나를 매번 재현할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상대가 집중해서 따라붙을 때도 좋은 슛을 만들어내는지가 긴 시즌의 기록을 가른다.
새 시즌 초반 수치는 오히려 기대에 제동을 건다. 10월 중순 KCC 구단 기록실에 표시된 허웅의 평균 득점은 7.3점, 3점슛 성공률은 15.0%다. 경기당 3점슛을 5.0개 시도했다는 점을 함께 보면, 아직 바깥슛이 원하는 만큼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표본이 작은 시즌 초반 기록으로 체격 변화의 성패를 판정할 수는 없지만, 눈에 띄는 몸과 득점 생산이 곧바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도 아니다.
이럴 때 득점만 보면 해석이 좁아진다. 슛 성공률이 올라오기 전까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주는지, 돌파 뒤 접촉을 견디고 패스를 이어가는지 함께 봐야 한다. 현재 기록실의 평균 어시스트는 2.3개, 리바운드는 2.8개다. 숫자가 크게 튀지는 않아도 경기 흐름 속에서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출발점은 된다.
몸이 커졌다면 어디에서 먼저 드러날까
가드에게 힘이 붙었을 때 가장 눈여겨볼 장면은 슛 동작보다 그 앞이다. 스크린을 타고 나온 뒤 수비수가 어깨를 붙여도 이동 경로를 지키는가. 골밑으로 들어가다 부딪혔을 때 공을 놓치지 않는가. 수비에서는 상대의 첫 움직임에 밀리지 않고 따라붙는가. 이런 장면이 반복된다면 몸의 변화가 경기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근거가 쌓인다.
반대로 체격이 좋아 보여도 슛을 받으러 나오기까지 한 박자 늦거나, 접촉 뒤 중심을 되찾느라 슛이 급해진다면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몸을 만든 효과와 그 몸에 적응하는 속도는 별개의 문제다. 새 시즌 초반의 낮은 3점슛 성공률만으로 훈련 방향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 경기의 슛 감각은 흔들릴 수 있고, 상대 수비와 팀의 공격 방식도 시도하는 슛의 질을 바꾼다.
그래서 앞으로는 득점과 성공률을 함께 보되, 어떤 상황에서 던졌는지를 기억해두고 싶다. 완전히 열린 3점슛을 놓친 경기와 수비를 달고 어려운 슛만 던진 경기는 같은 성공률이어도 내용이 다르다. 자유투를 얻는 빈도나 턴오버의 흐름까지 이어서 보면 접촉에 강해졌다는 인상이 실제 공격 선택으로 연결되는지도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KCC의 달라진 역할 속에서 봐야 한다
허웅 개인의 몸만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시즌이기도 하다. KCC 구단 웹진에 따르면 그는 새 주장을 맡았다. 팀은 송교창과 최준용의 공백을 안고 새 시즌을 준비했고, 2·3쿼터 외국인 선수 동시 출전이라는 규정 변화에도 맞춰야 한다. 이상민 감독은 빠른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선수의 슛 기회와 공을 만지는 위치가 달라질 만한 배경이다.
빠른 공격에서는 허웅이 슛을 마무리하는 사람일 수도, 수비를 끌어 다음 패스를 여는 사람일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역할을 더 자주 맡는지는 함께 뛰는 선수와 상대의 수비에 따라 달라진다. 시즌 초반 득점이 낮다고 몸을 키운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 어렵고, 반대로 한 경기에서 슛이 폭발한다고 체격 변화 덕분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허재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는 팬의 시선을 코트로 끌어오는 좋은 시작점이다. 이제 내 눈은 사진보다 다음 경기의 작은 장면으로 간다. 수비수와 부딪힌 뒤에도 제자리를 찾아 던지는 슛, 막힌 길에서 동료에게 건네는 패스, 그리고 그 장면들이 여러 경기에서 쌓이는 흐름. 허웅의 달라진 몸은 거기서 가장 정확하게 읽힐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