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승 부모님 국가대표 출신 알고 기록을 다시 봤다

얼마 전 하현승의 고교 성적을 다시 보다가 부모님의 종목에서 눈이 멈췄다. 아버지는 높이뛰기, 어머니는 멀리뛰기 선수 출신이다. 195㎝의 큰 키를 보고 ‘운동선수 집안이구나’ 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런데 투수 기록과 타격 기록을 나란히 놓으니 궁금해졌다. 육상 선수였던 부모님의 이야기는 하현승이 야구를 해 온 과정과 어떻게 이어질까.
부모님은 어떤 선수였을까
하현승의 아버지 하충수 씨는 높이뛰기 국가대표 출신이다. 어머니 신명희 씨는 멀리뛰기 국가대표 상비군을 경험했다. 방송에서는 부모님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소개됐지만, 어머니의 경력을 전한 현장 인터뷰는 ‘국가대표 상비군’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두 표현 사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력은 그렇게 구분해 기억하는 편이 정확하다.
키도 눈에 띈다. 아버지는 188㎝, 어머니는 175㎝이고 하현승은 195㎝다. 하현승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180㎝, 중학교를 졸업할 때 190㎝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보다 훨씬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키 세 숫자만으로 지금의 투구나 타격을 설명할 수는 없다. 야구에서는 큰 몸을 어떤 동작으로 쓰고, 그 동작을 경기마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되풀이하느냐가 중요하다.
부모님이 처음부터 야구를 권한 것도 아니었다. 부모님이 함께한 현장 인터뷰에 따르면 하현승은 수영을 배웠고, 축구에도 관심을 보였으며, 스스로 초등학교 육상부 훈련에 나간 적도 있다. 이후 방과 후 활동으로 접한 야구에 빠졌다. 여러 운동을 거쳐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을 찾았다는 대목이 나는 오히려 더 흥미롭다. 부모님의 선수 경력이 출발점이었다면, 야구를 계속 붙든 시간은 하현승 자신의 몫이었다.
큰 키 다음에 봐야 할 숫자들
하현승이 주목받은 이유를 체격 하나로 좁히기는 어렵다. 부산고에서 투수와 타자를 함께 맡았고, 고교 통산 기록은 타자로 74경기 타율 0.331, 8홈런, OPS 0.955다. 투수로는 33경기 96이닝에 나와 10승, 평균자책점 1.22, 탈삼진 142개를 남겼다. 한 선수가 양쪽에서 기록을 쌓았다는 점이 ‘부산고 오타니’라는 별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특히 투수 기록에서 먼저 보이는 건 탈삼진과 볼넷의 차이다. 96이닝 동안 삼진 142개를 잡고 볼넷은 27개를 줬다. 단순히 이닝당으로 바꾸면 삼진은 약 1.48개, 볼넷은 약 0.28개다. 힘 있는 공으로 타자를 압박하면서도 볼넷을 지나치게 쌓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고교 성적을 그대로 프로 성적에 대입할 수는 없다. 상대 타자의 수준도, 경기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이 숫자는 완성된 투수의 성적표라기보다 프로에서 무엇을 시험해 볼 만한지 보여 주는 출발점에 가깝다.
타자로 남긴 0.331의 타율과 8홈런도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투수 등판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타석에 섰고 장타까지 기록했다. 그래서 투수로 집중할지, 투타를 계속 병행할지는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문제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구단이 입단 계약 발표에서 그를 ‘투수 겸 타자’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역할은 실제 훈련과 경기 기용을 보며 판단해야 한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남긴 또 하나의 장면
국제대회 성적을 보면 기대가 왜 커졌는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하현승은 2026년 18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결승전을 포함해 세 경기에 등판했고, 세 경기 모두 승리를 기록했다. 키움 히어로즈도 입단 계약을 발표하며 이 성적과 한국의 우승을 함께 언급했다. 고교 무대에서 보여 준 재능을 다른 팀의 강한 타자들을 상대로도 확인한 셈이다.
대회에서 투수로 인상을 남겼다고 해서 진로가 이미 확정된 것은 아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맡은 역할과 프로 구단에서 필요한 역할은 다를 수 있다. 그래도 큰 경기에서 공을 던져 결과를 낸 경험은 의미가 있다. 낯선 상대, 짧은 대회 일정, 한 경기의 비중이 큰 상황을 겪었다. 시즌 전체를 치를 체력과 구종 완성도는 앞으로 지켜볼 숙제지만, 압박이 있는 무대에서 자신의 공을 던졌다는 기록은 남는다.
16억 원 계약금은 무엇을 보여 줄까
2026년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은 하현승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이어 계약금 16억 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키움 구단 발표에 따르면 종전 KBO 신인 계약금 최고액이었던 2006년 한기주의 10억 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구단은 투타에서 보여 준 기량과 잠재력, 국내 무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기로 한 선택 등을 종합해 계약금을 정했다고 밝혔다.
솔직히 16억 원이라는 숫자는 시선을 끈다. 그렇지만 계약금은 앞으로의 성적을 미리 적어 둔 기록이 아니다. 구단이 지금 평가한 가능성의 크기다. 고교에서의 96이닝과 프로에서 맞닥뜨릴 긴 시즌 사이에는 아직 건너야 할 거리가 있다. 큰 체격이 주는 이점만큼 몸 상태를 관리하고, 자신의 강점을 프로 타자에게도 통하게 다듬는 과정이 중요해질 것이다.
하현승 부모님의 육상 경력을 알고 나면 그의 큰 키가 먼저 보인다. 기록을 조금 더 따라가면 다른 장면들이 남는다. 스스로 야구를 택한 어린 시절, 투타 양쪽에서 쌓은 고교 성적, 청소년 대표팀에서 던진 공들이다. 나는 ‘국가대표 부모님을 둔 유망주’라는 소개보다 그 숫자들이 프로 무대에서 어떻게 변할지 오래 지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