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MLB TOP100, 블루다저스 강세가 숫자로 보였다

MLB 네트워크의 2026년 TOP100 명단을 펼쳤을 때, 제 눈에 먼저 들어온 건 1위보다 한 팀의 이름이 반복되는 횟수였다. LA 다저스 선수가 8명. 양키스의 6명보다 두 명 많고, 상위 25위 안에는 무려 6명이 들어 있다. 스타 한두 명이 팀을 끌고 간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한 숫자다.
8명보다 눈에 띄는 상위권의 밀도
이 명단은 2026시즌을 앞두고 MLB 네트워크가 발표한 ‘현재 최고의 선수’ 순위다. 시즌이 끝난 뒤 성적표가 아니라, 발표 시점의 기량과 최근 활약을 바탕으로 매긴 평가라는 점부터 짚고 싶다. 다저스는 2년 연속 가장 많은 선수를 올렸고, 2025년 월드시리즈 우승 뒤에도 핵심 전력을 더했다.
- 1위 오타니 쇼헤이, 13위 야마모토 요시노부
- 18위 무키 베츠, 20위 윌 스미스
- 21위 카일 터커, 22위 프레디 프리먼
- 54위 블레이크 스넬, 83위 에드윈 디아스
순위의 모양이 흥미롭다. 오타니만 멀찍이 앞선 게 아니다. 18위부터 22위 사이에 베츠, 스미스, 터커, 프리먼이 몰려 있다. 다른 팀이라면 타선의 중심을 맡을 선수들이 다저스에서는 서로의 앞뒤를 받친다. 상대 투수가 한 타자를 피했다고 쉬운 승부를 얻기 어려운 구성이다.
오타니의 1위, 타격 숫자만으로도 강렬했다
오타니는 2025년 55홈런으로 다저스 구단 기록을 세웠고, 146득점과 380루타를 남겼다. 투수로도 복귀해 4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87, 탈삼진 62개를 기록했다. 투구 이닝만 놓고 다른 선발과 나란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타석에서 이미 최상위권 생산성을 보인 선수가 마운드까지 맡았다는 사실이 1위의 무게를 설명한다.
비교 대상인 2위 에런 저지도 대단했다. 2025년 출루율 .457, 장타율 .688, OPS 1.145로 리그를 압도했다. 그래서 이 순위는 단순히 누가 더 잘 쳤느냐의 답이라기보다,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얼마나 크게 평가했는지 보여준다. 순위 하나에도 평가 기준에 관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셈이다.
야마모토와 스미스가 끌어올린 다저스의 층
제게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야마모토다. 2025년 순위 63위에서 2026년 13위로 50계단 뛰었다. 2025년 정규시즌 30경기에 선발로 나서 173⅔이닝, 평균자책점 2.49, 탈삼진 201개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37⅓이닝 평균자책점 1.45를 남겼고 월드시리즈 MVP가 됐다. 가을의 장면만 기억하면 극적인 반등처럼 보이지만, 정규시즌 숫자부터 이미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포수 윌 스미스도 60위에서 20위로 올라섰다. 2025년 타율 .296, 출루율 .404, OPS .901. 포수가 타선에서 이만큼 출루하고 장타까지 보태면 하위 타순으로 넘어가기 전 공격이 한 번 더 이어진다. 야마모토의 상승과 스미스의 상승은 다저스 강세가 유명 선수의 이름값에만 기대지 않았다는 근거다.
반대로 베츠는 전년도 5위에서 18위로 내려왔다. 같은 팀 안에서도 모두가 상승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의 순위 변화와 팀 전체의 전력은 따로 읽어야 한다. 한 선수가 내려와도 다른 자리에서 야마모토와 스미스가 올라섰다는 점이 이 명단의 다저스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새 얼굴 둘, 그리고 순위표 밖의 변수
터커는 21위, 디아스는 83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2026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에 합류한 전력이다. 이미 오타니, 베츠, 프리먼이 있는 타선에 상위권 외야수가 더해지고, 불펜에는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투수가 들어온 그림이다. 특히 다저스의 상위 25위 선수 6명 가운데 한 명이 터커라는 사실은 새 영입이 순위표의 밀도까지 바꿨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TOP100에 8명이 들었다고 해서 매 경기 그 전력이 그대로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선발투수는 등판 간격이 있고, 불펜투수의 영향은 접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부상과 출전 경기 수, 포스트시즌의 짧은 시리즈도 순위표만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실제로 전년도 명단에 있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타일러 글래스나우, 사사키 로키는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그래서 저는 이 순위를 우승을 예약하는 표보다, 다저스가 어떤 방식으로 강해졌는지 보여주는 지도처럼 본다. 1위 오타니의 압도감에 시선이 가지만, 13위 선발과 20위 포수, 21위 새 외야수까지 따라 읽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6 MLB TOP100에서 보이는 다저스의 힘은 한 명의 최고 선수가 아니라 여러 포지션에 쌓인 좋은 선수들의 두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