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용을 따라가다 보니 보인, 기록보다 더 질긴 축구 인생

얼마 전 하부리그와 해외파 선수 기록을 뒤적이다가 김보용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화려한 득점왕 커리어를 가진 스타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숫자만 보면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그 숫자 사이에 한국 축구에서 꽤 드문 이동 경로가 들어 있다. K3리그, K리그2, 우즈베키스탄, 태국, 일본 무대까지. 이 정도면 단순한 이적 이력이 아니라, 한 선수가 프로 커리어를 붙잡기 위해 계속 다른 문을 두드린 기록에 가깝다.
김보용이라는 이름이 흥미로운 이유
김보용은 1997년 7월 15일생 공격수로 기록되어 있다. 포지션 표기는 공격수, 실제 활용 폭은 스트라이커와 윙어 쪽에 걸쳐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2026년 7월 기준 아틀레티코 스즈카 공식 선수단 페이지에는 FW 33번, 金甫容, 김보용으로 등록되어 있다. 일본 하부리그 팀 명단에서 한국 공격수 이름을 찾는 순간, 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전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출발점은 숭실대와 화성FC다. 2019년 K3리그 무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 뒤 전남 드래곤즈 공개 테스트를 통과해 K리그2에 입성했다. 스포츠경향 인터뷰 기준으로 당시 경쟁률은 200대 1로 소개됐다. 숫자 하나만 봐도 이 장면은 꽤 세다. 프로팀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는 건, 적어도 그 시점의 김보용이 현장에서 눈에 띄는 장점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전남 9경기, 짧지만 진짜였던 프로의 시간
전남에서 남긴 리그 기록은 2020시즌 9경기다. 공격수에게 9경기라는 숫자는 애매하게 보일 수 있다.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말하기엔 부족하고,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자르기에도 이르다. 근데 이 숫자가 중요한 건, 김보용의 이후 커리어가 바로 이 짧은 프로 경험을 기준점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프로 무대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계약이 이어지지 않았다. 많은 선수들이 여기서 커리어 방향을 잃는다. 특히 공격수는 기록으로 말해야 하는 포지션이라 더 냉정하다. 출전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득점 기회가 적고, 득점이 없으면 다음 계약 협상에서 밀린다. 이 구조는 잔인하지만 현실적이다. 김보용의 9경기는 그래서 실패의 숫자라기보다, 다음 선택을 강하게 압박한 숫자로 읽힌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든 생존형 기록
김보용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별명이 ‘우즈벡 용병’이다. 보통 한국 선수가 해외에 나간다고 하면 유럽, 일본, 중동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그는 우즈베키스탄 리그로 향했다. 스포츠경향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30명가량의 해외 에이전트에게 직접 자기소개서를 보냈고, 그 과정에서 FK 투론으로 연결됐다. 솔직히 이 대목은 낭만보다 생존에 가깝다.
기록만 놓고 보면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첫 시즌은 의미가 있다. 리그 22경기 출전, 컵대회 포함 4득점. 공격수가 낯선 리그, 낯선 언어, 낯선 환경에서 주전급 출전 시간을 확보했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팀은 최하위로 강등됐지만, 개인 커리어 관점에서는 “경기를 뛴 시즌”이었다. 선수에게 가장 위험한 건 부진보다 공백이다. 김보용은 적어도 그 시기에 공백을 만들지 않았다.
- 2019년: 화성FC에서 성인 무대 출발
- 2020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K리그2 9경기 출전
- 2021년 전후: FK 투론에서 우즈베키스탄 무대 경험
- 우즈베키스탄 첫 시즌: 리그 22경기, 컵 포함 4득점으로 소개
- 이후: 태국 치앙마이FC, 일본 아틀레티코 스즈카로 커리어 확장
태국에서 보인 공격 포인트의 의미
태국 치앙마이FC 시절도 숫자만 보면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흐름을 보면 꽤 중요한 장면이 있다. 2022년 프래 유나이티드전에서 선발 출전해 2도움을 기록했고, 팀의 2-1 승리에 관여했다. 공격수에게 득점만큼이나 중요한 건 경기 영향력이다. 특히 새 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첫 공격 포인트가 선수 자신에게도, 코칭스태프에게도 신호가 된다.
태국 리그는 기후, 잔디, 경기 템포가 한국이나 우즈베키스탄과 다르다. 더운 환경에서 전방 압박을 얼마나 반복할 수 있는지, 측면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수비 전환 때 체력 저하가 얼마나 빨리 오는지가 경기력을 흔든다. 그래서 2도움이라는 기록은 단순한 패스 두 개가 아니라 적응 곡선이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표시로 볼 수 있다.
스타의 길은 아니지만, 팬이 계속 보게 되는 선수
김보용의 커리어는 대형 스타의 직선 코스와 거리가 멀다. 대신 축구 시장의 바깥쪽을 보여준다. 공개 테스트, 단기 계약, 해외 에이전트 접촉, 낯선 리그 적응, 하부리그 명단 등록. 이런 장면은 경기 하이라이트보다 덜 화려하지만, 실제 프로 축구 생태계에서는 훨씬 자주 벌어진다.
기록 팬 입장에서 김보용이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지점이다. 9경기, 22경기, 4득점, 2도움 같은 숫자들이 따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이어 붙이면 한 선수가 커리어를 끊기지 않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지가 보인다. 특히 현재 아틀레티코 스즈카 선수단에 FW 33번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그의 이야기가 아직 과거형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한 기록과 기사 출처는 아틀레티코 스즈카 공식 선수단 페이지(https://atletico-suzuka.com/profile/), 스포츠경향 인터뷰(https://sports.khan.co.kr/article/202210031041003), Flashscore 선수 프로필(https://www.flashscore.co.kr/player/kim-bo-yong/jRDHSyfJ/)이다.
나는 이런 선수를 볼 때마다 축구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된다. 스코어보드에 크게 잡히는 이름만 축구를 움직이는 건 아니다. 김보용처럼 계속 팀을 찾고, 리그를 건너가고,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어서 기록표 아래쪽도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그의 다음 기록은 골 수만큼이나 출전 시간, 역할, 그리고 어떤 리그에서 다시 자기 자리를 만들었는지까지 같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