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내한 명단 다시 뜯어봤더니, 상암에 온 건 단순한 친선전이 아니었다

얼마 전 2023 쿠팡플레이 시리즈 영상을 다시 보는데, 이상하게 경기 스코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맨시티 내한 명단이었다. 친선전은 보통 힘을 빼고 온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때 맨체스터 시티는 꽤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트레블 직후의 팀이었고, 프리시즌 투어였고,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런데 명단을 보면 단순한 팬서비스용 방문이라기보다 다음 시즌 구상을 시험하는 무대에 가까웠다.
기준은 맨체스터 시티가 공식 발표한 2023 아시아 투어 25인 명단이다. 공식 발표에는 카일 워커, 후벵 디아스, 존 스톤스, 나단 아케, 주앙 칸셀루, 마테오 코바치치, 엘링 홀란, 잭 그릴리시, 케빈 더 브라위너, 훌리안 알바레스, 베르나르두 실바, 로드리, 필 포든, 에데르송 등이 포함됐다. 일정상 맨시티는 일본에서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했고, 2023년 7월 30일 서울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맞붙었다.
명단만 봐도 보이는 트레블 팀의 무게감
맨시티 내한 명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주전급 선수의 밀도다. 골키퍼에는 에데르송, 스테판 오르테가, 스콧 카슨이 들어갔다. 수비진은 워커, 디아스, 스톤스, 아케, 아칸지, 라포르트, 칸셀루, 세르히오 고메스까지 폭이 넓었다. 중원과 공격 쪽도 코바치치, 로드리, 더 브라위너, 베르나르두, 포든, 그릴리시, 홀란, 알바레스가 포함됐다.
솔직히 이 정도면 프리시즌 명단이라기보다 챔피언스리그 원정 엔트리처럼 느껴진다. 물론 몸 상태와 출전 시간은 별개의 문제다. 프리시즌은 90분짜리 완성품을 보여주는 시기가 아니라, 선수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조합을 맞추는 단계다. 그래도 팬 입장에서는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히 티켓값을 설명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 공식 발표 기준 총 25명
- 2022-23시즌 트레블 직후 첫 프리시즌 투어
- 서울 경기 상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경기 결과는 맨시티 1-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홀란만 보러 갔다면 놓쳤을 장면들
당연히 가장 큰 이름은 엘링 홀란이었다.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6골을 넣고 단일 시즌 득점 기록을 새로 쓴 선수였으니, 한국 팬들의 시선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맨시티라는 팀은 한 명의 스타만으로 읽으면 재미가 반쯤 줄어든다.
로드리는 이 팀의 경기 속도를 정하는 선수다. 2022-23 챔피언스리그 결승 득점자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위치 선정과 전환 속도다. 공을 받는 각도 하나로 상대 압박을 무너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더 브라위너는 몸 상태 관리가 중요했던 시기였고, 베르나르두 실바는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풀어내는 능력이 여전히 특별했다. 포든과 알바레스는 다음 시즌 더 많은 역할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었고, 코바치치는 이적 후 펩 과르디올라 체제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근데 이런 프리시즌 명단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의 승패보다 누가 어느 위치에서 뛰는지, 어떤 선수가 기존 구조 안에 들어가는지 보는 맛이 있다. 코바치치가 로드리 옆에서 공을 어떻게 운반하는지, 포든이 안쪽으로 좁혀 들어오며 하프스페이스를 쓰는지 같은 장면은 시즌 초반 힌트처럼 남는다.
수비 명단은 더 흥미로웠다
공격수 명단이 화려해서 그렇지, 이 내한 명단의 진짜 깊이는 수비 쪽에서 더 잘 보인다. 워커, 디아스, 스톤스, 아케, 아칸지 조합은 2022-23시즌 맨시티가 트레블로 가는 과정에서 핵심이었다. 특히 스톤스는 단순 센터백이 아니라 중원으로 올라서며 빌드업 숫자를 바꾸는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라포르트와 칸셀루까지 있었다는 점도 당시 분위기를 보여준다. 두 선수 모두 실력으로는 의심이 없지만, 팀 내 입지와 향후 거취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던 시기다. 그래서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프리시즌 투어는 선수단 홍보 행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독이 조합을 확인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상암에서 열린 아틀레티코전은 맨시티가 1-2로 졌다. 멤피스 데파이와 야닉 카라스코에게 실점했고, 맨시티는 후벵 디아스가 84분에 만회골을 넣었다. 친선전이라 결과의 무게를 과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수비 라인과 중원 간격이 시즌 중반처럼 촘촘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프리시즌다운 경기였다. 완성된 팀의 쇼케이스라기보다, 다시 몸을 맞추는 팀의 과정이 보였다.
서울 방문이 특별했던 이유
맨시티가 한국을 찾은 건 구단 역사로 봐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구단 공식 자료에 따르면 1976년 이후 남자 1군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흐름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2023년에는 트레블 직후라는 타이밍까지 겹쳤다. 팬 입장에서는 그냥 유럽 명문팀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유럽 축구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던 팀을 직접 본 사건에 가까웠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일정도 꽤 알찼다. 7월 27일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7월 30일 맨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8월 3일 PSG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이어졌다. 그중 맨시티 경기는 트레블 팀의 현재성을 가장 강하게 보여준 카드였다.
현장 반응도 숫자로 남았다. B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월드컵경기장 오픈 트레이닝에는 약 2만3000명이 모였다. 훈련 하나 보겠다고 그 정도 관중이 움직였다는 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팬덤의 크기를 보여준다. 실제 경기뿐 아니라 훈련, 입국, 팬 이벤트까지 하나의 스포츠 콘텐츠가 된 셈이다.
이 명단을 지금 다시 보는 맛
시간이 지나고 맨시티 내한 명단을 다시 보면,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던 이름들이 다르게 보인다. 코바치치는 새로 합류한 미드필더였고, 오스카 밥과 리코 루이스, 제임스 맥아티 같은 젊은 선수들은 1군 로테이션 가능성을 시험받는 자리에 있었다. 콜 팔머도 이 명단에 있었다. 이후 커리어 흐름을 생각하면, 프리시즌 명단은 가끔 미래의 단서처럼 읽힌다.
그래서 나는 이 명단을 단순히 “누가 왔나”의 목록으로만 보기는 아깝다고 느낀다. 홀란, 더 브라위너, 포든 같은 이름은 팬을 경기장으로 부르는 힘이고, 로드리와 스톤스의 위치 변화는 맨시티 축구를 읽는 열쇠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출전 여부와 이적 가능성이 얽히면, 프리시즌 친선전도 꽤 진지한 기록물이 된다.
자료는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의 2023 아시아 투어 명단 발표와 쿠팡 뉴스룸의 경기 현장 기록을 기준으로 봤다. 공식 명단: Manchester City, 경기 결과와 일정: Coupang Newsroom. 시간이 지나도 이런 명단은 다시 꺼내볼 만하다. 그날 상암에 온 건 이름값 높은 선수단만이 아니라, 트레블 이후 맨시티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던 순간이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