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이 코치 제안을 거절하고 트레이드를 택했더니 벌어진 일

얼마 전 김희진의 현대건설 이적 기사를 다시 읽다가, 이건 단순한 베테랑 이동이 아니라 선수 인생의 방향키를 직접 잡은 장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 입장에서는 유니폼 색이 바뀐 것만 먼저 보이지만, 기록을 따라가 보면 이 트레이드는 꽤 많은 맥락을 품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온 낯선 선택지
김희진은 IBK기업은행을 상징하는 선수였다. 창단 초기부터 팀과 함께했고, IBK가 V리그 여자부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는 과정에 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우승 3회, 국가대표 커리어, 올림픽 무대까지 더하면 그냥 오래 뛴 선수가 아니라 구단의 기억을 만든 선수에 가깝다.
그런데 2025년 5월 26일 현대건설은 김희진 영입을 발표했다. 조건은 2026-2027시즌 신인선수 2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발표만 보면 전력 보강 트레이드처럼 보이지만, 앞뒤를 보면 훨씬 복잡하다. IBK는 김희진에게 코치직을 제안했고, 사실상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김희진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코트 위에서 확인하고 싶은 게 남아 있었던 셈이다.
숫자로 보면 왜 이런 제안이 나왔는지 보인다
솔직히 구단 입장에서 냉정한 판단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김희진은 2023년 무릎 수술 이후 출전과 경기력이 모두 흔들렸다. 2023-2024시즌은 14경기 19점, 2024-2025시즌은 30경기 53세트 32점이었다. 공격 성공률도 각각 29.55%, 33.33%로 예전의 파괴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가 선수를 전부 설명하지는 않지만, 구단 운영의 언어가 된다는 점이다.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경험을 가진 베테랑, 라커룸 영향력, 팬덤까지 생각하면 김희진은 여전히 큰 이름이다. 그런데 코트 위 생산성이 떨어지면 구단은 다음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코치 제안은 냉정함만 담긴 게 아니라 예우의 방식이기도 했다.
- 2023-2024시즌: 14경기 19점
- 2024-2025시즌: 30경기 53세트 32점
- 2024-2025시즌 공격 성공률: 33.33%
- 현대건설 이적 조건: 2026-2027 신인 2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현대건설에는 왜 김희진이 필요했나
현대건설 쪽 사정도 맞아떨어졌다. 이다현이 흥국생명으로 옮기면서 중앙 전력에 빈틈이 생겼고, 그 자리를 경험 있는 선수로 메우는 선택지가 필요했다. 김희진이 전성기처럼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책임지는 그림은 아니더라도, 블로킹 타이밍과 공격 루트 이해도, 큰 경기 경험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근데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은 현대건설이 단순히 과거 이름값을 산 게 아니라는 점이다. 김희진은 이적 이후 체중을 5kg 이상 줄였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에 들어갔다. 2025년 11월 보도 기준으로는 경기당 8점 안팎의 역할을 이야기할 정도로, 완전한 조연이 아니라 제한된 볼륨 안에서 효율을 노리는 카드로 읽힌다.
거절이라는 선택이 만든 이야기
선수에게 코치 제안은 꽤 묵직한 신호다. 구단이 당신의 경험과 리더십을 인정한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이제 선수로 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희진이 그 길을 거절했다는 건 단순한 고집으로 보기 어렵다. 본인이 아직 선수로 끝내고 싶은 장면이 남아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사실 베테랑의 이적은 늘 위험하다. 팬들은 예전의 김희진을 기억하고, 구단은 현재의 몸 상태를 본다. 선수가 바라는 자신과 기록지가 말하는 현재 사이에는 간격이 생긴다. 그런데 스포츠에서 가끔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바로 그 간격에서 나온다. 이미 끝났다고 여겨진 선수가 역할을 다시 깎아내고, 다른 팀 시스템 안에서 생존법을 찾는 과정 말이다.
이 트레이드를 보는 팬의 마음
김희진 코치 제안 거절 후 트레이드는 그래서 승패 하나로 평가하기 어렵다. IBK는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보다 다른 선택지를 열어줬고, 현대건설은 중앙 공백을 경험으로 메우는 베팅을 했다. 김희진은 은퇴 수순 대신 선수로서의 마지막 확인 작업을 택했다.
나는 이 선택이 꽤 스포츠답다고 느낀다. 기록은 분명 차갑다. 19점, 32점, 33.33% 같은 숫자는 팬심으로 덮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숫자 다음에 어떤 몸을 만들고, 어떤 역할을 받아들이고, 어떤 경기에서 다시 박수를 끌어내는지는 아직 남아 있다. 김희진의 새 유니폼이 낯설게 보이는 건 당연하지만, 어쩌면 그 낯섦 때문에 이번 시즌의 몇몇 랠리가 더 오래 기억될지도 모른다.
참고 기사: 스타뉴스 2025년 6월 9일 인터뷰, 마이데일리 2025년 11월 9일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