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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 들고 산에 올라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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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 들고 산에 올라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처음엔 짐처럼 보였던 장비

얼마 전 주말 산행 기록을 다시 보다가 꽤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같은 코스를 걸었는데 등산스틱을 쓰기 전과 쓴 뒤의 페이스가 눈에 띄게 달랐거든요. 정상 도착 시간만 보면 8분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하산 구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내려오는 데 1시간 12분 정도 걸렸던 코스가 스틱을 쓴 날에는 1시간 3분으로 줄었습니다. 단순히 빨리 걸었다기보다 다리에 남는 피로가 달랐습니다.

사실 등산스틱은 처음 보면 약간 과해 보입니다. 짧은 동네 뒷산에 굳이 필요할까 싶고, 손에 뭔가를 계속 들고 걷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근데 막상 써보면 이 장비는 속도보다 리듬을 만들어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야구에서 타자가 타이밍을 잡고, 마라톤 선수가 보폭과 케이던스를 맞추는 것처럼 등산에서도 일정한 박자가 중요합니다. 등산스틱은 그 박자를 몸 바깥에서 잡아주는 도구입니다.

기록으로 보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등산 기록 앱을 켜고 걸어보면 체감이 숫자로 남습니다. 평지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사도가 10%를 넘어가는 오르막, 그리고 돌길이 섞인 내리막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스틱을 쓰면 상체와 팔이 일부 부하를 나눠 갖습니다. 일반적으로 무릎과 발목에 집중되던 충격이 분산되기 때문에, 특히 하산 후반부에 페이스 저하가 덜합니다.

제가 자주 걷는 약 6.4km 코스 기준으로 보면, 스틱 없이 걸었을 때 후반 2km 평균 페이스가 초반보다 18~22% 정도 느려졌습니다. 반면 스틱을 쓴 날은 후반 페이스 하락폭이 10~13% 정도였습니다. 물론 컨디션, 날씨, 배낭 무게가 다르니 완벽한 실험은 아닙니다. 그래도 반복해서 기록을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초반 속도를 크게 끌어올리는 장비라기보다는, 후반에 무너지는 폭을 줄여주는 장비에 가깝습니다.

  • 오르막에서는 추진력을 보태는 역할이 큽니다.
  • 내리막에서는 무릎 충격을 줄이고 균형을 잡아줍니다.
  • 장거리 산행에서는 팔 움직임이 보행 리듬을 일정하게 만듭니다.
  • 젖은 흙길이나 자갈길에서는 미끄러짐을 줄이는 보조 지점이 됩니다.

등산스틱은 길이 조절이 절반이다

장비를 샀는데도 불편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길이를 대충 맞춥니다. 등산스틱은 좋은 제품을 고르는 것만큼 세팅이 중요합니다. 평지에서는 팔꿈치가 대략 90도 정도로 굽혀지는 길이가 기본입니다. 오르막에서는 조금 짧게, 내리막에서는 조금 길게 잡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차이가 작아 보여도 실제로는 보행 자세를 꽤 바꿉니다.

예를 들어 오르막에서 스틱이 너무 길면 어깨가 올라가고 팔이 먼저 지칩니다. 반대로 내리막에서 너무 짧으면 몸이 앞으로 쏠리고 무릎이 충격을 그대로 받습니다. 스포츠 기록을 볼 때도 작은 폼 변화가 누적되면 결과가 달라지듯, 산행에서도 길이 5cm 차이가 후반 피로에 영향을 줍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귀찮습니다. 그런데 두세 번만 조절해보면 자기 몸에 맞는 감이 생깁니다.

손목 스트랩도 그냥 거는 게 아니다

많이 놓치는 부분이 손목 스트랩입니다. 스트랩은 스틱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있는 줄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힘 전달 장치에 가깝습니다. 손을 아래에서 위로 넣고 그립을 잡으면 손바닥 전체가 아니라 손목과 팔로 체중을 받쳐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잡으면 손가락에 힘을 과하게 주지 않아도 됩니다. 장거리에서 손이 뻐근한 사람이라면 그립보다 스트랩 사용법부터 바꿔보는 게 낫습니다.

재질과 접이 방식은 산행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

등산스틱을 고를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무게입니다. 가벼우면 좋습니다. 다만 무조건 가벼운 게 답은 아닙니다. 알루미늄은 비교적 튼튼하고 가격 접근성이 좋습니다. 카본은 가볍고 진동 흡수가 좋지만 강한 측면 충격에는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챙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짧은 산행을 자주 다니는지 장거리 종주를 하는지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접이 방식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텔레스코픽 방식은 길이 조절 폭이 넓고 구조가 직관적입니다. 접이식 Z폴 방식은 수납이 빠르고 배낭에 넣기 편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거나 암릉 구간에서 잠깐 넣었다 빼는 일이 많다면 접이식이 편합니다. 반대로 눈길, 긴 하산, 무거운 배낭이 있는 산행이라면 잠금 강도와 조절 안정성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 가벼운 당일 산행: 휴대성과 조작 편의성이 중요합니다.
  • 장거리 산행: 무게, 그립감, 스트랩 편안함을 같이 봐야 합니다.
  • 험한 지형: 잠금 장치의 안정성과 팁 교체 여부가 중요합니다.
  • 초보 산행: 너무 비싼 모델보다 길이 조절이 쉽고 튼튼한 제품이 현실적입니다.

등산스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다

등산스틱을 쓰면 산행이 편해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체력 부족을 완전히 덮어주는 장비는 아닙니다. 페이스 조절이 안 되거나, 신발 접지력이 부족하거나, 배낭 무게가 과하면 스틱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오르막 초반에 스틱을 너무 세게 찍으며 속도를 올리면 오히려 팔과 어깨가 먼저 지칩니다. 좋은 장비를 들고도 기록이 나빠지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저는 등산스틱을 쓴 뒤로 산행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정상까지 몇 분 걸렸는지도 재미있지만, 후반 페이스가 얼마나 유지됐는지, 하산 후 무릎 피로가 어느 정도였는지, 다음 날 회복감이 어땠는지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스포츠를 기록으로 보면 경기 내용이 더 선명해지듯, 산행도 숫자를 남기면 장비의 역할이 꽤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등산스틱은 화려한 장비는 아닙니다. 사진에 크게 드러나는 물건도 아닙니다. 그런데 꾸준히 산을 다니는 사람에게는 조용히 기록을 바꾸는 장비입니다. 빨리 올라가게 해준다기보다, 덜 무너지게 해줍니다. 저는 그 차이가 산행을 오래 즐기는 데 꽤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등산스틱 들고 산에 올라봤더니 기록이 먼저 달라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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