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 26/27 예상 라인업을 직접 짜봤더니, 숫자보다 역할이 먼저 보였다

얼마 전 맨체스터 시티의 26/27 시즌 선수 구성을 훑어보다가, 예전처럼 이름값만 보고 베스트11을 찍기 어려워졌다는 느낌이 확 왔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시대의 익숙한 질서가 지나가고 엔초 마레스카 체제로 넘어오면서, 이 팀은 단순히 누가 선발이냐보다 어떤 속도로 공을 돌리고 어디서 압박을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도 팬 입장에서 예상 라인업을 안 짜볼 수는 없죠. 특히 25/26시즌을 거치며 시티는 하이재킹형 풀백, 전진형 8번, 하프스페이스 플레이메이커를 한꺼번에 늘렸습니다. 그래서 26/27 예상 라인업은 이름표보다 조합을 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가장 그럴듯한 기본형은 4-3-3, 하지만 실제론 3-2-4-1에 가깝다
종이 위에 쓰면 맨체스터 시티 26/27 예상 라인업은 4-3-3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골키퍼는 잔루이지 돈나룸마, 포백은 라얀 아이트누리, 요슈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 마크 게히 혹은 리코 루이스 조합이 먼저 떠오릅니다. 중원은 로드리, 티자니 레인더르스, 필 포든. 전방은 제레미 도쿠, 엘링 홀란, 라얀 셰르키가 유력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는 이게 그대로 4-3-3으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트누리가 높게 올라가면 왼쪽은 윙백처럼 변하고, 루이스가 오른쪽에서 안쪽으로 좁혀 들어오면 후방 빌드업은 3-2 구조가 됩니다. 시티가 좋아하는 점유율 60%대 경기를 만들려면, 풀백 한 명은 폭을 주고 다른 한 명은 미드필더처럼 뛰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 예상 기본 라인업: 돈나룸마; 아이트누리, 그바르디올, 디아스, 루이스; 로드리, 레인더르스, 포든; 도쿠, 홀란, 셰르키
- 공격 시 형태: 3-2-4-1
- 수비 시 형태: 4-1-4-1 또는 4-4-2 압박
홀란은 여전히 기준점, 문제는 주변의 득점 분산이다
시티 라인업을 짤 때 가장 쉬운 칸은 여전히 9번입니다. 홀란은 26/27 시즌에도 팀의 기준점입니다. 지난 시즌에도 30골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라는 사실 자체가 전술의 출발점이 됩니다. 상대 센터백 두 명을 박스 안에 묶어두는 공격수는 리그 전체를 봐도 흔하지 않습니다.
근데 시티가 정말 무서워지려면 홀란만 많이 넣는 그림에서 한 단계 더 가야 합니다. 포든이 리그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안정적으로 찍고, 셰르키가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 키패스를 꾸준히 만들어야 합니다. 도쿠는 드리블 성공률이 경기 흐름을 흔드는 유형이라, 골보다도 상대 풀백에게 경고를 유도하고 라인을 낮추게 만드는 장면이 중요합니다.
오마르 마르무시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홀란 백업이라기보다, 경기 막판 투톱 전환이나 왼쪽 침투 옵션으로 가치가 큽니다. 시티가 70분 이후에도 템포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마르무시 같은 직선적인 공격수가 꼭 필요합니다.
중원은 로드리의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맨체스터 시티 26/27 예상 라인업에서 가장 민감한 이름은 로드리입니다. 로드리가 정상 컨디션으로 남아 있다면 시티의 중원 계산은 단순해집니다. 로드리가 6번에서 방향을 잡고, 레인더르스가 박스 근처까지 전진하고, 포든이 10번처럼 내려와 공을 받는 구조가 됩니다.
레인더르스는 이 조합에서 꽤 흥미로운 선수입니다. AC 밀란 시절부터 전진 운반과 2선 침투가 장점이었고, 시티에서는 그 움직임이 더 자주 박스 안 슈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케빈 더 브라위너가 떠난 뒤 시티가 잃은 건 단순한 패스 한 방이 아니라, 중원에서 박스까지 들어가는 리듬이었습니다. 레인더르스는 그 공백을 전부 메우는 선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페널티박스 주변 숫자를 늘리는 데는 딱 맞습니다.
만약 로드리의 이적설이나 컨디션 변수가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면 니코 곤살레스, 엘리엇 앤더슨, 마테오 코바치치의 비중이 커집니다. 다만 이 경우 시티는 예전처럼 중앙에서 모든 경기를 잠그는 팀이라기보다, 더 많은 왕복과 압박 회수로 버티는 팀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수비진의 관전 포인트는 센터백보다 풀백 조합이다
후벵 디아스와 그바르디올 조합은 안정감 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디아스는 박스 수비와 라인 컨트롤, 그바르디올은 전진 패스와 왼발 빌드업에서 장점이 분명합니다. 여기에 마크 게히가 들어오면 수비 라인은 더 프리미어리그식으로 단단해집니다. 공중볼, 1대1, 전환 수비에서 계산이 서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라인업의 맛을 바꾸는 건 풀백입니다. 아이트누리가 왼쪽에서 폭을 넓히면 도쿠가 안쪽으로 들어올 공간이 생깁니다. 반대로 리코 루이스가 오른쪽에서 미드필더처럼 좁혀 들어오면 셰르키는 더 자유롭게 중앙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 둘이 동시에 잘 맞으면 시티는 좌우가 따로 노는 팀이 아니라, 한쪽에서 끌어당기고 반대쪽에서 찌르는 팀이 됩니다.
돈나룸마와 제임스 트래포드 경쟁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돈나룸마는 선방 범위와 존재감이 압도적이고, 트래포드는 홈그로운 자원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레스카가 빌드업 안정성을 얼마나 우선하느냐에 따라 시즌 초반 골키퍼 선택은 꽤 뜨거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고른 26/27 베스트11과 변수
지금 기준으로 제가 고르는 맨체스터 시티 26/27 예상 라인업은 돈나룸마, 아이트누리, 그바르디올, 디아스, 루이스, 로드리, 레인더르스, 포든, 도쿠, 홀란, 셰르키입니다. 벤치에서는 트래포드, 게히, 스톤스, 니코, 코바치치, 엘리엇 앤더슨, 사비뉴, 마르무시가 경기 흐름에 따라 바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라인업의 장점은 전진성입니다. 왼쪽 아이트누리와 도쿠, 중앙 포든과 레인더르스, 오른쪽 루이스와 셰르키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상대 라인을 흔듭니다. 약점은 역습 대응입니다. 특히 양쪽 하프스페이스가 동시에 비면 로드리 혼자 막아야 하는 장면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팀 원정이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는 게히를 오른쪽 센터백처럼 쓰고 루이스를 중원으로 당기는 보수적인 선택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시티의 26/27 시즌은 이름값만 놓고 보면 여전히 우승 후보입니다. 다만 예전처럼 자동으로 90점대 페이스를 찍는 팀이라기보다, 새 감독의 세부 조정과 미드필더 조합에 따라 천장이 달라지는 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홀란이 골을 넣는 장면보다, 그 골이 나오기 전 15초 동안 누가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보는 재미가 훨씬 커질 시즌처럼 느껴집니다.
